◎텐트 1개에 20명 새우잠은 그나마 나은편/불결한 식수 배탈환자 속출… 치료약도 없어이라크에는 본국으로 철수하지 못한 인도ㆍ피키스탄ㆍ방글라데시ㆍ스리랑카ㆍ필리핀 등 수십만명의 아시아저개발국 난민들이 악화되고 있는 식량난 속에서 끼니도 제대로 잇지 못하며 고통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
쿠웨이트에서 철수,이라크에 머물고 있는 이들 아시아 난민들은 바그다드외곽 곳곳에 국가별 난민촌을 만들어 천막생활을 하고 있는데 대부분 돈이 없는데다 이곳 식량사정이 악화돼 연일 굶다시피하는 참혹한 처지에 빠져 있다.
이들은 한시라도 빨리 본국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고 있으나 엄청난 아시아난민들의 유입에 당황한 요르단난민 당국이 이들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어 기약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이들 중에는 가난한 본국에 돌아가도 암담한 생활은 마찬가지여서 차라리 이곳에 남을 구실을 찾으려는 사람도 상당수 있다.
바그다드 시내 동편 자드리엘지역에는 약 5천명의 필리핀인들이 빈공터 2곳에 2백여개의 천막을 치고 난민생활을 하고 있다.
이 난민촌은 밀려드는 필리핀난민들을 수용하기 위해 지난달 중순께 설치됐으며 이라크당국은 천막을 제공하고 주변에 임시수도를 가설해 주었지만 더이상의 지원은 해주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곳은 난민들의 동태를 감시하기 위해 정사복 경찰이,24시간 경비하고 있어 외국취재진의 접근도 어려운 형편이다.
바그다드 중심부로 통하는 대로변에 위치한 이 난민촌은 약 4백여평의 공터에 낡은 천막이 빽빽이 들어서 있고 여기저기에 지저분한 물구덩이가 있어 보행조차 어려울 정도이다.
이들은 비좁은 공간에서 나무를 구해 밥을 지어먹고 있으며 천막옆에서 옷을 입은채 목욕을 하는 여인들도 있었다.
이들은 식량난외에도 극심한 일교차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는데 수은주가 40도를 넘어가는 낮에는 골조만 세워져 있는 인근 3층건물 공사장 밑에 들어가 더위를 피하기도 한다.
특히 식수가 불결해 배탈을 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치료는 커녕 변변한 약조차 구하지 못해 고통을 겪고 있다.
이들은 쿠웨이트에서 가져온 전자제품 시계등을 이웃주민들에게 팔아 현금을 마련하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난민촌 곳곳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광경도 볼 수 있다.
지난달 18일 쿠웨이트에서 철수,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스티브씨(50)는 『쿠웨이트에서 번 재산을 전혀 갖고 나오지 못한데다 출국일자도 막연해 캄캄하기만 하다』고 근심스런 표정을 지었다.
필리핀난민들은 숫자가 많아 그만큼 경제적으로 더욱 어려운 인도ㆍ스리랑카ㆍ방글라데시 난민들에 비하면 그래도 형편이 나은 편이다.
특히 아랍평화군에 군대를 파견,사실상 이라크의 적대국가가 된 파키스탄 난민들은 노골적인 이라크인들의 적대감으로 빵조차 살 수 없다고 한다.
바그다드시내에서 약 40㎞ 떨어진 샤즈지역에는 쿠웨이트에서 철수한 6천명의 인도인들이 천막생활을 하고 있다.
인도난민들은 쿠웨이트에서 가져온 쌀과 빵으로 얼마간은 연명을 하고 있으나 그마저 떨어지면 돈이 없어 끼니를 굶는 사람이 부지기수라는 것이 난민들의 얘기다.
이들은 천막 1개에서 10∼20명이상이 새우잠을 자고 있으며 천막이 없는 사람은 타고온 버스 트레일러 등에서 침식을 하고 있다.
이라크에는 약 17만명의 인도난민들이 있는데 이라크 주재 인도대사관측은 난민촌에 아예 「대사관지부」를 차려놓고 이들을 돌보고 있다.
이라크의 타리크ㆍ아지즈 외무장관은 지난 4일 서방이 식량과 의약품등 인도적인 물품의 공급봉쇄를 계속한다면 식량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외국인 문제를 책임질 수 없다고 밝힌바 있어 난민들을 더욱 불안케 하고 있다.
아시아난민들의 참혹한 실상은 요르단국경지역에서 더욱 심각하다.
현재 이라크의 요르단국경 접경에는 출국을 기다리는 아시아난민들의 행렬이 무려 70㎞에 걸쳐 이어져 있다.
요르단당국은 이미 입국해 체류중인 아시아난민들을 각국정부에서 데려가기 전에는 더이상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입국을 막고 있다.
사막지역이 대부분인 이곳에서 아시아난민들이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는 직접 보지 않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과거 우리나라가 그랬듯이 열사의 땅에서라도 열심히 일해 가난을 벗어나려다 이번 사태로 쿠웨이트에서 갖고 있던 재산을 날리고 생계마저 위협받는 극한상황에 처해있는 아시아계 난민들은 이번 사태의 최대희생자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바그다드=배정근특파원>바그다드=배정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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