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제가 정상화 열쇠… 합의 큰틀 유지 노력/중립위치서 패인골 메우는 가교역 맡을터/예산등 민생 역점… 내각제 대화로 해결을10일 여당의원들만 앉혀놓고 정기국회 문을 열게된 박준규국회의장은 속이 편치 않다. 지난 5월말 현직에 선출될 때도 상임위원장 배분문제로 야당이 불참,모양을 그르쳤던 그로서 처음맞는 정기국회이기에 더욱 그렇다. 「새로운 의정상 구현」을 취임일성으로 언명했던 그는 잇단 반쪽국회로 포부를 펼칠 「장」마저 마련되지 않은 것에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다만 지난 7일 김대중 평민총재를 만나 야의원 사퇴 불허의 뜻을 전달하며 향후 정국수습의 「맥점」을 함께 찾아본 것은 그에게 큰 도움이 된 듯하다.
그러나 그가 평소의 다변을 자제하고 「기대」와 「희망」이란 조심스런 어휘로 자신의 말을 엮는 태도를 보면 타개수순의 탐색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회가 열리던 날 박의장을 만나보았다.
처음 주재하는 정기국회가 반쪽이어서 소회가 적지 않을텐데요.
『현재 정치권이 앓고 있는 병은 불치병이 아니라 심한 감기라고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 감기는 상호불신에서 비롯된 마음의 병인 만큼 이제라도 정치지도자들은 감기가 폐렴으로 발전되지 않도록 노력해야죠. 오늘 비록 야당이 등원하지 않았지만 여야가 본질적으로 한배를 타고 있는 만큼 이달말을 전후해 정국이 풀려나갈 것이라 봅니다.
개개사안 협상은 여야 책임자들이 할일이나 나도 여야의 신뢰회복과 정국가닥잡기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가닥을 잡기 위한 복안이 있다면….
『여야간에 패인골을 메우는 가교역을 맡겠다는 것이고 나름의 길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의장이 될 때만 해도 사회만 보려했는데 어쩌다보니 이런일에까지 말려들어간 느낌입니다』
(이부분에 대해 박의장은 김대중총재와의 만남에서 어떤 감을 잡은듯했으나 본인은 막연한 텔레파시라고 받아넘겼다)
구체적 여야 대화ㆍ협상과 관련,조언을 한다면.
『문제를 푸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지만 여야간의 일에 개입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늘의 사태가 과거 여야 대결관계에 익숙한 정치풍토에서 비롯된 마음의 병 때문이란 얘기를 앞서 했지만 바로 여야가 모두 정권담당의 가능성이 있는 동반자 관계에 있다는 점과 그 가능성을 열어놓는 게 나의 일이죠』
야당은 몇가지 등원조건을 내걸고 있습니다. 최근 김대중총재를 만났는데 향후 야당의 태도를 어떻게 봅니까.
『여야는 동반자관계이며 정권의 평화적 교체가 가능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표현차이는 있었을지 몰라도 견해차는 없었습니다. 문제는 마음의 병이죠. 예컨대 지자제의 경우 민주주의에 역행 또는 반동하는 결과가 나와선 안된다는 게 여야 공감입니다. 이같은 여야 마음이 이해되면 부분적 견해차는 사소한 것입니다. 내각제에 관해서도 의원이 헌정앞날과 관련,의견을 말할 수 있는 것이며 「죽어도 안된다」라는 식으로 말할 순 없는 것입니다. 오늘 옳다고 한 게 내일 잘못될 수도 있으니 이 문제도 여유를 두고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야당의원에 보낸 등원촉구 서한에서 밝힌 「여야합의의 존중」은 무엇을 의미하는지요.
『김대중총재는 지자제 실시가 여야 대등한 관계로 가는 길이라 보고있고,때문에 지자제문제가 여야 관계정상화의 축이 될 것입니다. 지난해 지자제 4당합의후 8∼9개월이 흘러 약간의 수정은 필요하겠지만 가능한 한 합의의 큰틀이 유지되는 선에서 제도가 실시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게 나의 생각입니다』
정가 일각에서는 이번이 마지막 정기국회라는 얘기도 있는데 향후 정치일정과 정치제도 개정과의 관계는.
『개별적 생각은 있겠지만 당대당간의 그런 문제에 대해 집약된 의견은 없지 않습니까. 이번 국회서는 여야대립을 해결하고 예산심의 민생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고 나머지는 내년으로 넘어갈 것으로 봅니다. 지적해두고 싶은 것은 정권운명을 좌우할 법안ㆍ현안이 아닌 이상 타협이 안되면 시간을 두는 완만한 행보가 바람직하다는 거죠. 외국의회 경우도 최근 토론자유와 능률중 전자쪽 비중이 우세해지고 있습니다』
당장 국정감사와 예산심의 등이 국회공전으로 차질을 빚을 것 같은데요.
『야당의 등원이 늦어지는 만큼 국감이나 예산심의에 주름살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나 이번만은 예산심의 기일을 충분히 확보할 생각입니다』<이유식기자>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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