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수선스럽지만 언제나 상냥하고 활달하며 재치에 넘치는 이웃집 아줌마 블론디는 몇살이나 되었을까.지구촌의 인기 연재만화 블론디가 8일로 연재 회갑을 맞았다. 대공황기의 암울하기만 했던 시절 재기발랄하고 매혹적인 20대 미혼 처녀로 첫선을 보여 좌절속에 빠져있던 1930년대의 「잃어버린 세대」들에게 새 희망과 꿈을 심어주었던 블론디도 자연의 연령대로라면 이미 8순을 넘었을 터이지만 사람좋은 남편 대그우드와 함께 늙지 않고 금실좋은 중년부부로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전세계 55개국 17개언어 1천8백여개의 매체를 통하여 1억5천만의 독자와 함께 아침식탁에서 가벼운 농담과 웃음을 나눈다.
금발의 블론디는 환도직후인 1954년부터 한국일보 지면을 통하여 36년동안이나 한국의 독자들과도 친하게 사귀어왔다.
1930년대 대공황의 암울한 시대상황에서 블론디와 처음 만난 미국의 독자들이 그 활달한 성격과 재치에 넘치는 유머를 통하여 삶의 고달픔을 잊고 불황을 이겨내는 지혜와 활력을 얻었듯이,1950년대 전란의 황량한 잿더미위에서 블론디와 대하게 된 한국의 독자들은 블론디 일가의 자유분방한 일상생활을 통하여 풍요한 외국사회의 편린을 엿볼 수 있었고 또한 전란으로 있었던 웃음을 되찾을 수도 있었으며 미국의 생활언어까지 익혀왔다.
작가가 부자 2대로 대물림하면서 60년을 장수한 블론디의 성공비결은 현대사회의 지극히 표준적인 보통사람들의 평범한 살아감을 있는 그대로 잔잔하게 펼쳐 보이면서 그 속에 밝은 웃음과 건전한 해학을 담았다는 점이다.
시각적인 전달효과가 뛰어난 만화는 각종 정보량이 폭주하는 현대 정보화사회에서는 가장 중요하고 유력한 전달매체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어린이만화에만 그치지 않고 성인만화,극화에 정부기관과 사회단체의 홍보용,성서,불경,논어 등 고전해설,심지어는 역사기술,이념비판에도 만화가 이용되는 등 종류도 다양하게 개발되어 1년이면 6천여종 1천만부이상의 만화가 발행되고 있다.
이와같은 만화의 홍수속에 최근들어 한층 논란되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만화공해다.
어린이만화는 황당무계한 과장과 잔인한 폭력으로 얼룩지고 성인만화는 갈수록 낯뜨거운 음란,퇴폐,외설로 빠져들고 있다. 이와같은 만화풍토의 오염은 청소년 정서순화는 말할 것도 없이 올바른 사회기강확립에도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만화풍토의 정화를 외치는 소리가 높다.
제목만 보아도 섬뜩한 한국의 만화들을 대할 때마다 아쉬운 것은 범스테드 가족과 이웃부부,우체부,고집쟁이 사장 등 선의의 보통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잔잔한 웃음을 안겨주는 밝고 따뜻한 분위기다.
만화홍수속에서 블론디만화의 회갑맞이를 부러워만 하지 말고 우리도 모두가 사랑하고 모두가 함께 웃으며 즐기는 만화문화를 가꾸는 데 힘써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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