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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명암/배정근 외신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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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그다드 명암/배정근 외신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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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그리스강변에 위치한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는 인류 최초의 문명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의 중심지였으며 찬란한 문화를 자랑했던 이슬람제국의 수도였던 유서깊은 도시이다. 어린시절에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봤을 환상적인 「아라비안나이트」의 무대도 바로 바그다드이다.그러나 오늘의 바그다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불안한 도시이며 서방에 대한 뜨거운 적대감이 끓어오르는 격앙된 도시이다.

바그다드를 이슬람제국의 새 수도로 건설한 사람은 압바스왕조를 창건한 만수르왕인데 이 왕의 이름을 따서 지은 고급스런 만수르호텔에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이제 수백명의 서방인들이 억류돼 있다.

바그다드의 겉모습은 페르시아만사태가 급박한 위기상황을 한고비 넘기면서 과거와 다름없이 평온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전시체제의 긴장감이 짙게 드리워 있다.

바그다드의 주요 군ㆍ정부시설,교량 등 공습이 예상되는 시설 주위에는 대공포가 속속 설치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소개훈련이 실시되고 있다.

경제봉쇄의 여파로 설탕ㆍ우유 등 일부 품목은 배급제가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상점앞에서 물건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선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으며 문을 닫은 상점도 적지않다.

미국의 공격에 대한 공포는 이라크인들의 뿌리깊은 대서방 적대감을 한층 더 가열시키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평화의 기쁨도 공존하고 있다. 지난달 15일부터 시작된 이란과의 전쟁포로 교환으로 매일 1천∼2천명의 이라크 포로들이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조국 이라크땅에 발을 들여놓자 흙을 집어 머리에 뿌리는 전쟁포로들,『아들을 봤으니 이제 편안히 죽을 수 있게 됐다』며 울음을 터뜨리는 반백의 할머니,난생 처음 아버지의 얼굴을 보고 어색해 하는 어린애등 가슴뭉클한 사연들은 하나 둘이 아니다.

이러한 눈물겨운 광경들은 전쟁의 비극에 대한 생생한 고발이지만 이라크는 이같은 비극을 또한번 겪어야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다.

「바그다드」란 이름은 페르시아말로 「하늘이 준 곳」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그 혜택받은 땅에는 지금 빛과 어둠이 교차하고 있다.<바그다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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