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손님들 서울 떠나던날/연도시민들 아쉬움달래며 전송/임양위문품 전달등으로 출발 40분지연/출발성명 처음으로 「총리선생」호칭 “눈길”남북고위급회담 북한측 대표단은 3박4일동안의 서울회담일정을 끝내고 7일상오 평양으로 돌아갔다.
연도의 시민들은 이날 비록 큰성과가 없었지만 대표단을 따뜻이 전송했고 이들이 묵었던 인터콘티넨탈호텔 등에는 북한사람과 통일을 주제로 한 화제가 풍성했다.
▷호텔출발◁
○…강영훈총리와 연형묵총리는 상오9시37분께 인터콘티넨탈호텔현관을 나서 사진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한뒤 작별의 악수. 강총리가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런 만남을 자주 가집시다』라고 말하자,연총리는 『고맙습니다』라고 인사.
승용차에 분승한 연총리 등 북측대표단은 출발에 앞서 『안녕히 가세요』 『또 오세요』라며 인사하는 호텔관계자와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
북측수행원과 기자들도 우리측 안내원 및 기자들에게 『평양에서 다시 만납시다』 『고마웠습니다』며 짧은 서울체류일정을 아쉬워하는 모습.
○…강총리는 북측대표단의 출발시간이 사전통보없이 예정보다 늦어지는 바람에 40분간을 호텔로비와 커피숍에서 장시간 대기.
북측대표단은 당초 9시에 떠날 예정이었으나 임수경양 위문품전달과 안병수 조평통서기국장의 출발성명발표로 계속 지연.
○…북측대표단은 출발에 앞서 임수경양과 문익환목사,문규현신부 등에게 위문품을 간접 전달.
북측대변인 안병수 조평통서기국장은 상오9시10분께 호텔 3306호에서 통일원직원 박종선씨에게 위문품 5점과 명세서를 주면서 『이 선물을 방북인사 가족들에게 전달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전해달라』고 요청.
▷북측성명◁
○…안병수북측대변인은 상오9시17분께 내신 프레스룸에 내려와 남북기자단 및 외신기자 50여명을 상대로 출발성명을 낭독.
안대변인은 성명에서 회담이후 처음으로 강총리를 『총리선생』이라고 공식 직함으로 호칭.
안대변인은 팀스피리트훈련중지,구속자 석방,유엔 단일의석 가입 등의 당위성을 주장하면서도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의 실속있는 협의와 우리측 사회단체,정치인들과의 접촉 등을 긍정적성과로 평가.
▷판문점◁
○…상오11시15분께 판문점 평화의 집에 도착한 연총리 등 북측 대표들은 홍성철장관의 안내로 회의실에서 약 15분간 환담.
홍장관은 『이번에 돌아가면 부디 건강하시고 10월16일로 예정된 2차회담을 잘 준비해 달라』며 『수고 많았다』고 인사.
이에 연총리는 『이번 북남고위급회담이 이렇다할 성과는 없었지만 호상 면목을 익히고 상대방의 입장과 주장을 알게돼 앞으로의 대화에 큰 기초가 될 수 있을것』이라며 『우리측이 제안한 내용 등을 잘 연구해 가지고 평양에서 다시 만나자』고 당부.
○…북으로 가면서 연총리는 밝은표정으로 사진기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보이는 등 포즈를 취했는데 승용차가 북측지역으로 이동하는 도중에도 계속 손을 흔들어 보이기도.
▷연도◁
○…북측대표단이 탄 자동차행렬이 판문점으로 향하자 연도의 시민들은 손을 흔들며 전송.
북측대표단은 11시께 임진각을 통과했는데 이곳에는 한필성씨(56)부부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씨는 『차량이 너무 빨리 지나쳐 사진도 못찍었다』면서 『평양회담에서 큰 진전을 이뤄 이산가족이 자유롭게 만나는 날이 빨리왔으면 좋겠다』고 기원.
▷호텔◁
○…북한측대표단의 숙소이던 30∼33층의 각방에서는 예외없이 「VIP」 「패스포트」 등 양주와 문배주,법주 등 민속주 빈병이 많이 나왔다.
방마다에는 우리신문들이 수북이 쌓여있었으며 우리측이 제공한 「한국의 미」 등 홍보책자는 거의 가져간듯 했다.
○…북측대표단 일행이 서울체류기간동안 호텔 1층 잡화점 등에서 물건을 구입한 것은 화장분 1개가 전부.
도착첫날인 4일 누군가가 호텔직원에게 부탁 1만7천원짜리 화장분 1개를 사갔는데 대금은 숙박료에 자동가산됐다.
○…북한대표단이 인터콘티넨탈호텔에 투숙,행사를 가진데 든 우리측 경비는 총 2억8천5백만원. 이중 회의장료 4천만원,식대 6천3백만원,안주 7백만원,음료 2천만원 등 연회비가 1억3천만원이며 나머지 1억5천5백만원은 객실료였다.
◎호텔준비에 얽힌 뒷얘기들/「반외세감정」 고려 서양화ㆍ수입양주 모두치워/88담배 인기끌자 매일4백50갑씩 무료공급
남북고위급 회담장소이자 북한대표단일행의 숙소였던 인터콘티넨탈호텔 1천여 임직원들은 88년8월 개관이래 가장 접대하기 힘든 손님을 맞아 이들의 뒷바라지에 「10일 비상체제」를 가동해 왔다.
지난달 29일 남북대화사무국으로부터 『준비하라』는 최종통보를 받은 호텔측은 북한대표들의 거부감을 우려,외국인간부들을 배제하고 이상기전무이사 직속에 박동국객실부차장(40)을 본부장으로 대책본부를 발족했다.
대책본부요원 12명은 이날부터 24시간 비상근무에 돌입했고 객실ㆍ연회ㆍ식음료부 등도 2교대제에서 풀근무제로 운영했다.
호텔측은 우선 북한대표단의 「반외세감정」을 고려,그림을 모두 서양화에서 동양화로 바꿔걸고 영문안내문들도 떼어냈으며 객실 미니바의 수입양주도 국산으로 대체했다.
또 직원들에게 북한의 풍습과 언행 등에 관해 특별교육을 시켰으며 숙소에는 보안교육을 받은 전담요원 20명을 고정배치했다.
호텔측이 무엇보다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식음료. 조그만 실수가 회담분위기를 망칠수 있다는 우려에서 전직원이 음식의 종류ㆍ맛ㆍ차리는 법에 이르기까지 정성을 쏟았다. 준비한 메뉴만도 6백여가지에 이르는데 이중 선택된 음식은 박본부장이 하나하나 사전에 직접 맛을 보았다.
또 북한에 다녀온 사람과 요리전문가를 초빙,북한사람들의 식성을 자문받았으며 연형묵총리가 당뇨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스종류는 모두 무가당으로 준비할 만큼 세심한 배려를 했다.
제한판매되는 문배주 등 토속주는 회담 1주일전부터 모아두었다.
호텔측이 가장 애를 먹은 것은 6대의 엘리베이터중 3대를 북측대표일행 전용으로 남겨두고 나머지 3대로 일반손님들을 어떻게 불편없이 오르내리게 하느냐였다.
고민끝에 대책본부는 외국인이 대다수인 일반손님들에게 협조편지를 돌리고 전용엘리베이터에는 각부서에서 차출한 용모단정한 여직원 6명을 배치했다.
88담배를 좋아하는 것을 보고는 회담 이틀째부터 하루 4백50갑씩 무료공급했고 원고지를 준비해오지 않은 북한기자들을 위해 기사작성용 종이 3백묶음과 사인펜 2백자루를 슬며시 제공했다.
북측대표단 일행은 처음에는 『기관원이 아니냐』는 경계의 눈초리를 풀지않았으나 이들의 친절과 배려에 마음을 열고 북한담배 관광화보집 등을 건네주며 마주칠때마다 『수고많다』는 인사를 하게됐다.
호텔에 못지않게 서울시민들의 성원도 대단해 아직 시판이 안된 곡주를 싸들고 와 『북한대표들에게 꼭 대접해 달라』며 놓고간 사람들도 많았다.
호텔직원들은 『음식맛이 평양과 똑같다』는 북한사람들의 얘기에 『우리는 결코 둘이 아니라 하나임을 다시금 확인했다』고 말했다.
◎평양뉴스/청와대 예방 연총리발언만 소개/노대통령 대신 「남측대통령」표현/“남조선통치배 분열 고착화 추구”
○…중앙방송은 7일 연형묵총리를 비롯한 북측대표단 일행이 6일하오 청와대로 노태우대통령을 예방한 사실을 보도.
이 방송은 북측대표단 대변인을 인용,노대통령의 구두메시지나 제안 등 발언내용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김일성의 건강 ▲한반도 통일방안 ▲유엔가입문제 ▲팀스피리트훈련 ▲방북인사들의 석방문제 등 연총리의 발언내용만을 상세히 소개.
이 방송은 노태우대통령을 직접 호칭하지 않고 「남측대통령」으로 표현. 이 방송은 또 박준규국회의장이 6일저녁 베푼 만찬에 김대중평민당총재,이기택민주당총재,민자당의 김영삼ㆍ김종필최고위원 등이 참석했다고 밝히고 연총리의 연설내용을 상세히 보도한후 박의장이 『우리모두 헝크러진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어가는 참을성을 가지자』고 말했다고 보도.
○…중앙방송은 6일하오 남북고위급회담이 끝난것과 관련,「대조적인 두입장」이라는 논평을 통해 북한측 제안의 정당성을 집중적으로 선전하는 한편 한국측 제안에 대해서는 신랄히 비난.
이 방송은 북한측 대표단의 제안은 『조선반도에서 첨예화되고 있는 정치ㆍ군사적 대결상태에서 조국통일에 유리한 환경을 마련할 수 있게하는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일 뿐아니라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정당한 제안』이라고 선전한 반면,한국측 제안에 대해서는 『조국통일을 이룩하는데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를 외면하고 해결을 보아야할 현안들도 도외시한 것으로 그들의 반통일적 입장과 자세를 그대로 드러내 놓은 것』이라고 공격.
또 『남조선 통치배들은 바로 북남고위급회담을 통해서 나라의 통일보다도 북남아시아의 교류나 껄렁껄렁 하면서 분열된 현상태를 고착시키려는 음흉한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라며 원색적으로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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