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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을 보내며/이유식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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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을 보내며/이유식 정치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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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고위급회담 북측 대표단은 오는 10월 평양에서의 남북 재회를 약속하며 7일 낮 4일간의 서울여정을 마치고 판문점을 넘어 되돌아갔다.그들이 넘어간 판문점의 군사분계선은 높이 5㎝,폭 50㎝정도의 길고 낮은 콘크리트둔덕으로 이어져 있다. 이 선위에 세워져 있는 중립국감독위 회의실등 5동의 퀀셋건물과 서로 마주보는 우리측의 자유의 집및 평화의 집,북측의 판문각 및 통일각이 아니라면 회색의 남북분계선을 의식키란 쉽지 않다. 그러면서도 이 경계는 45년간 한반도의 허리를 자르고 민족의 가슴에 단장의 비애를 품게 한 냉혹한 현실로 부닥쳐왔다.

형체도 불분명한 이같은 남과 북의 선은 이번 회담테이블에서도 분명히 나타나 남북대표단의 운신을 크게 죄었음을 부인키 어렵다. 남북총리가 분단후 처음으로 직접대좌,민족통일문제에 대한 상호주장을 교환ㆍ확인하며 몇몇 공동인식을 얻어낸 성과를 과소평가할 순 없다. 그러나 북측 대표를 진심으로 환영ㆍ환송하고 회담과정을 가슴죄며 지켜보던 국민들은 돌아가는 손님을 먼발치서 바라보며 또한번 휑한 바람이 마음을 쓸어내리는 착잡함을 느끼는 것 같다.

남북문제는 이미 감성적 접근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지만 분단의 논리를 타파하는 길은 참으로 숱한 인내와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음을 체득했기 때문이리라.

남북회담이나 교류가 있는 날은 판문점 주변이 개방된다. 북측 대표단이 떠나던 이날도 5백평남짓의 광장은 남쪽 사람 북쪽 사람들이 서로 뒤엉켰다. 분단의 생생한 상징이면서도 유일하게 남북사람이 분단의 벽을 넘을 수 있는 「역설」이 통하는 곳이다.

보내는 우리나 떠나는 손님이 이같은 역설을 어떤 감회로 맞았는지 모를 일이다. 어쨌든 이날 판문점의 하늘을 북녘사람들이 입경할 때보다 더욱 푸르고 높았고 주변은 『평화를 눈으로 볼 수 있다면 이런 것이구나』라는 느낌을 갖게 했다.

남과 북의 문이 다시 굳게 닫힌 판문점을 되돌아 나오면서 『우리 세대에 통일문제를 해결치 못하면 민족사에 엄청난 죄를 짓게 될 것』이란 정치지도자의 말을 다시 떠올렸다. 「멀지만 가야 할 길」인 통일을 향해 남북 정치지도자들은 말보다 행동으로 주춧돌을 하나씩 쌓아올릴 것을 믿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 오는 10월 우리는 여느 이웃처럼 북녘땅을 밟을 것이며 남녘땅을 밟는 그들을 언제든 반갑게 맞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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