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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놓고 돈먹기/임철순 사회부차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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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놓고 돈먹기/임철순 사회부차장(메아리)

입력
1990.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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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풍초순을 믿지 말라」「적의 초구 2장을 기억하라」「쌍피는 비행기타고 가다가도 먹어라」「설사도 실력이다」.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들은 아마 드물 것이다. 국민오락이 되다시피한 고스톱비결중 몇가지 계명이다.

지금 시중 서점에서는 「실전 고스톱특강」「고스톱백과」「쓰리고비법」「실전고스톱42」등의 지침서가 잘 팔리고 있다. 이중 어떤 것은 벌써 16판을 찍었다고 돼있고 5백쪽이 넘는 책에는 전국 고스톱통일안까지 실려 있다.

80년대이후 성행하기 시작한 고스톱은 계속 장족의 발전을 거듭해 5공비리고스톱이 한동안 유행하더니 전두환씨의 국회증언이 흐지부지 넘어가자 5공비리청산고스톱,오리발고스톱이 나왔다. 최근 대학생들이 치는 사학비리고스톱은 솔광과 사흑싸리,비,매조 열끗을 먹으면 10점을 주게 돼 있다.

두뇌싸움이니 운칠기삼이니 하고 말하는 고스톱도 결국은 밑천이 두둑한 사람이 따는 돈놓고 돈먹기이다. 밑천이 두둑하면 고에 자신이 붙고 돈이 돈을 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정말 머리도 좋게 시국상황에 빗대어 끊임없이 변형고스톱을 창조해내는 사람들에게 최근엔 또 새로운 「돈놓고 돈먹을 거리」가 생겼다. 9월1일 시판된 엑스포복권은 구입즉시 꽝이냐 당첨이냐를 알 수 있게 돼 있는 국내최초의 즉석식 복권이다.

포스터만 봐서는 그 내용이 이해가 안돼 지난 3일 복권을 사러 갔더니 (결코 일확천금하려 했던 것이 아님,이 글을 쓰려고 그랬던 것임) 벌써 매진됐다는 것이었다. 단돈 5백원으로 최고 5백만원을 벌 수 있으므로 5백만장이 순식간에 팔린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어떤 가판점주인은 다음 복권이 내주 월요일쯤 나온다고 하고 은행지점에서는 10월1일에 발행된다고해 국제무역 산업박람회조직위원회에 물어봤더니 『원래 예정은 10월1일이었지만 연휴가 끼어 있어 9월말쯤 미리 발행할 계획』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러니 이달말에는 또 인스턴트복권의 구매경쟁이 벌어지게 됐다. 아니 돈놓고 돈먹을 사람들은 그때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오는 13일이면 즉석식과 추첨식이 혼합된 대망의 체육복권 1회분 6백만장이 또 나온다. 이 복권은 즉석식의 최고 당첨금이 1백만원으로 돼 있지만 추첨을 통해 당첨되면 최고 2천만원을 받을 수 있다.

복권발행의 취지야 다 이해되지만 길거리에서 뺑뺑이 숫자판을 찍어 경품을 타는 것과 똑같다는 인상을 버릴 수 없다.

고스톱을 쳐서 거금을 잃었거나 증권을 하다가 망한 사람들은 이제 복권을 노려야 할 것이다. 돈놓고 돈먹을 「구치」가 얼마든지 있는 나라,사행과 인스턴트도박이 제도적으로 보장된 나라,우리나라는 참 좋은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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