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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실도 분단/홍선근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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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실도 분단/홍선근 경제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0.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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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고위급회담의 기자실은 회담장 겸 숙소인 인터콘티넨탈호텔 2층에 있다. 호텔입구에 들어서서 안쪽의 로비라운지를 지나 양켠으로 나있는 주홍색 카펫의 계단을 오르면 바로 기자실이 나타난다. 이곳에 공식적으로만 쳐서 3백50여명의 남북한,외신기자들이 터를 잡고서 남북회담 관련기사를 작성하고 카메라에 담고 송고한다.기자실은 셋이다.

남쪽을 보고 동서로 길게 세워져 있는 호텔건물의 동쪽이 북한기자실,중간이 외신기자실,서쪽이 내신기자실.

외신기자실을 사이에 두고 남북한 기자실이 갈라져 놓여 있는 형상이 하도 기묘해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어찌 그리도 분단구도를 닮았는지.

남북 고위급회담이 갖는 역사적 의미에 걸맞게 취재진의 규모도 방대한 탓에 기자실을 나눌법도 하지만 이번의 「기자실 분단」은 전체적으로 취재진의 규모가 너무 커서 취해진 조치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처럼 분단구도를 연상시키면서,외신기자실을 사이에 두고 남북한 기자들이 따로 방을 써야만 했던 이유는 아직 함께 쓰고 자연스럽게 섞일 태세가 안돼 있는 탓일 것이다. 미국과 소련특파원들이 외신기자실에서 함께 송고하는 모습을 남북기자들은 모두 알고 있다.

45년을 떨어져 살면서 간혹 남북간에 대사가 있을 때나 기자들이 접촉해 온게 고작이므로 단번에 섞이는 것도 문제일테고 차근차근 나가는 것도 좋다. 한데,이런 맥락에서도 아직 미흡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각 기자실 분위기를 보면 서쪽에서부터 「왁자지껄」 「시끌벅적」 「조용」이다. 우리 취재진의 경쟁적 모습이야 익히 아는 얘기이고 외신기자들 역시 이 점에서 우리보다 뒤진다면 서운해 할 정도인데 이들 두 기자실의 문이 항상 그냥 열려진 채인데 비해 마지막 기자실은 문이 닫힌 채 조용하다.

북한기자들은 서울에 도착한 4일 다른 기자들의 출입을 막아달라고 우리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고 한다.

기사송고등에 방해가 된다는 게 이유였다. 이렇게해서 북한기자들을 만나는 일조차 당국자간의 만남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됐다.

올림픽등 기자가 수천명이 모이는 곳이 아니라면 세계 어디서고 하나의 사건에 기자실을 굳이 따로 쓰는 경우는 없다. 떨어져 살아도 같은 사명을 가진 사람들로서,회담의 진전에 따라 이해의 폭이 넓어져 함께 기자실을 쓰게 될때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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