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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유사성 불구 「입장차」 그대로/남북 기조연설 의미ㆍ회담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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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유사성 불구 「입장차」 그대로/남북 기조연설 의미ㆍ회담 전망

입력
1990.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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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어렵지만 「논의 물꼬」 성과/일치부분 실천도 북 전제조건에 걸려/상대 인정등 바탕 대화로 가는 첫걸음남북 고위급회담 첫날 회의에서 양측이 제시한 남북 관계개선을 위한 방안들은 모두 기존의 입장에서 거의 달라지지 않은 내용으로 평가된다.

우리측이 다각적 교류협력과 신뢰구축 등을 우선적 과제로 제시한 반면,북측은 정치ㆍ군사적 대결상태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워 남북 관계개선의 실현단계에 대한 양측의 엇갈리는 입장을 다시한번 분명히했다.

따라서 일부 제의항목의 유사성에도 불구,기본적인 입장차이로 인해 이번 회담에서의 합의도출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6일 비공개회담의 결과를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번 서울 고위급회담은 당초 예상대로 개최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선에서 만족해야 할 것 같다는 게 남북관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이다.

다만 우리측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군사문제와 관련,정치ㆍ군사적 신뢰구축 외에도 군축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추진방향을 밝힘으로써 전체적인 군비통제방안에 대한 공식적 입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날 양측은 똑같이 구체적 논의에 앞선 원칙적 합의를 하자고 제의했다. 우리측은 남북 관계개선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제시했고 북한측은 회담 전과정에서 준수해야 할 원칙을 정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두 제안은 외형상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차이가 있다. 즉 우리측이 일반적인 남북 관계개선에 대한 원칙을 정하자고 한 반면 북한은 회담에 한정된 제안을 내놓은 것이다.

우리측은 북한의 이 제의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이번 회담은 이미 북측의 제안과 같은 공감대와 필요성 위에서 성립된 만큼 따로 원칙을 정할 필요가 없으며 회담의 원칙을 규정할 경우 어느 한쪽에 의해 회담의 중단이유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듯하다.

한편 북한측은 정치ㆍ군사적 대결상태 해소가 남북 관계개선의 본질적 과제라고 강조하면서 기조발언의 대부분을 이를위한 구체적 방안에 할애했다.

특히 북한은 정치ㆍ군사 대결상태의 해소에 앞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유엔가입문제 ▲문익환목사ㆍ임수경양ㆍ문규현신부 석방문제 ▲팀스피리트 중단문제를 들었다.

북한은 이번 1차회담에서 우선 이 3가지 문제를 합의하자고 제의함으로써 이 문제가 회담 진전의 직접적인 장애로 등장할 것임을 시사했다.

우리측은 유엔가입문제에 대해서는 논의한다는 입장이나 북측이 주장하는 단일의석 공동가입문제는 실현불가능할 뿐더러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명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우리측은 유엔문제 논의에서 우리측의 공동가입방안을 설득하는 동시에 북한의 「2개 조선」 논리를 반박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여 유엔가입문제는 양측의 논전만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우리측은 또 문목사ㆍ임양문제는 우리 내부의 문제이며 팀스피리트훈련 중단도 한미간의 문제라는 입장이기 때문에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우리측은 기조발언에서 실현이 용이하고 쌍방간에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에 대해 당장이라도 실천에 옮기자는 입장을 밝혔으나 북한측의 3가지 전제조건에 묶여 실질적 합의를 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북한측은 정치적 대결상태 해소방안에 있어서도 우리측과 근본적인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북한이 내놓은 6가지 해소방안중 ▲민족적 단합과 통일에 배치되는 법률ㆍ제도적 장치 제거 ▲상대방을 소개하는 출판의 자유와 상대방의 사상을 신봉하는 사상의 자유 보장 ▲남북을 갈라놓고 있는 물리적 장벽 제거 ▲각 정당ㆍ단체들과 「각계각층 인민」들의 자유로운 내왕과 접촉등은 모두 국가보안법,콘크리트장벽 논리,통일전선전술 등과 직접 관련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이 이처럼 기존의 입장에서 전혀 달라지지 않은 상태로 회담에 임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북한이 아직 적극적으로 남북 관계변화에 대응할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북한은 이날 기조발언에서도 밝혔듯이 우리측이 「자유의 바람」을 불어넣어 「승공통일」을 하려 한다고 생각하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북한측이 최소한 문목사ㆍ팀스피리트훈련문제 등 전제조건들을 철회하거나,우리측이 이를 대폭 수용하지 않는 한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 합의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원칙적인 합의도 양측의 분명한 입장차이 때문에 쉽게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아무런 구체적인 성과를 얻지 못한다 해도 양측 총리가 직접 대면,많은 시간 대화를 나누고 고위당국자들이 상대방을 인정하고 공식회담을 가졌다는 사실 자체가 남북관계사에 획기적인 전환점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신뢰구축을 위한 첫걸음은 떼어진 것이기 때문이다.<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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