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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 항상깨끗… “치울것이 없어”/북손님들의 호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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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 항상깨끗… “치울것이 없어”/북손님들의 호텔생활

입력
1990.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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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에 친절… 만날때마다 말건네며 인사/취재경쟁 빗대 “서울거리만큼 무질서하다”서울체류 이틀째인 5일 북한대표단은 첫날보다 훨씬 여유있고 활동적이었다.

개인적인 시내관광이나 취재를 하지않아 공식행사를 제외하곤는 호텔에 머무르고 있는 이들은 호의적이고 잘정돈돼 있으며 상당히 세련돼 보인다는게 호텔직원들의 「고객평가」이다.

○…북한대표단과 수행원은 호텔직원들이 전혀 이질감을 느끼지 못할만큼 친절하다.

세탁물은 갖다주면 보통손님들과 달리 방안으로 들어오게 하고 여자직원에게도 『박선생,힘들게 직접 올라오셨습니까.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며 호텔에서 마주치는 객실종업원들에게 『바쁘시죠』,『고맙습니다』하고 꼬박꼬박 인사하고 때로는 술까지 권해 직원들이 당황할 정도.

이들은 직원뿐 아니라 우리측 안내원들에게도 친절하고 농담을 잘 건네는데 때로는 불쑥 『남북통일에 대해 토론을 하자』고 제의한다는 것.

○…또 한결같이 객실과 기자실 등을 깨끗이 사용하고 뒷정리를 잘 한다는게 호텔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

이들의 방은 항상 깨끗이 치워져 있어 거의 청소할 것이 없을 정도라는 것.

청소담당직원들도 『대부분 담배를 많이 피워 재떨이를 비우고 나면 정돈할 것이 없다』며 『단체생활을 통해 잘 훈련된 듯한 느낌』이라고 분석.

○…북한손님들은 도착첫날인 4일밤부터 양복 와이셔츠 등의 세탁과 다림질을 부탁. 첫날에는 와이셔츠를 13개 내놓았고 5일까지는 양복 45벌을 다려줄 것을 주문. 이중에는 연총리의 양복이 5벌이상 들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주로 대표단의 옷이 많고 일부는 양말과 속옷까지 내놓기도. 와이셔츠는 대개 일제이며 양복에는 「VANCASTER」라는 상표가 많이 붙어있다.

○…이들은 공식스케줄외에는 주로 방안에서 얘기를 나누거나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데 층마다 비치해 둔 신문을 자주 갖다보고 이따금 TV를 보기는 하지만 곧 꺼버린다는 것.

○…북한대표단은 특히 술을 즐기는데 이번에 술을 많이 가져왔으며 직접 가져온 잔을 방마다 준비해 놓고 따라마시며 호텔측에는 특별히 음식을 주문하지 않고 『얼음을 갖다달라』고 부탁하는 정도.

담배도 자신들이 가져온 「공작」을 주로 애용한다.

○…북측대표단 일행은 서울거리풍경과 우리측 기자들의 취재경쟁에 대해 대체로 『무질서하다』는 인상을 굳힌 느낌.

이들은 4일 입경때의 교통사고에 크게 놀란데다 가는 곳마다 1백여명의 우리기자들이 달라붙는 바람에 곤혹스럽다는 표정.

이런 인상을 반영하듯 한 기자는 얘기를 청하는 우리기자에게 『남한기자들은 서울의 교통처럼 무질서하고 도덕도 없다』고 짜증.

○…북측기자들은 서울에서의 음식에 대해 한식은 입에 맞지만 양식은 잘안맞는다는 반응. 통일신보 박영상기자(50)는 『힐튼호텔만찬의 양식과 와인은 우리에겐 맞지않았다』며 『우리는 독한 술이 좋다』고 촌평. 민주조선 김상현편집부국장도 『양식은 신통치 않아 제대로 못먹었다』고 한마디.

○…호텔측은 회담장주방에 각종 음료를 비치하는 등 세심한 준비를 끝냈으나 북측대기실에서 기다리던 대표들이 『왜 음료도 없느냐』고 하자 부랴부랴 대기실에도 각종 음료를 비치. 호텔측은 특히 몸집이 좋은 연총리가 혹시 당뇨가 있을까 우려,각종 주스를 무가당으로 준비.

◎평양뉴스/“민족중대사 논의 역사적인 화합/내외기자 과열취재 대화에 장애”

○…북한은 5일상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시작된 남북고위급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이 회담이 『분단이래 처음으로 북과 남의 총리들이 마주 앉아 민족의 중대사를 논의하게 되는 역사적인 화합』이라고 평가했다.

북한방송들은 상오11시 뉴스를 통해 제1차 남북고위급회담이 온 겨레의 기대와 관심속에 서울의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회담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남북한기자 뿐아니라 외국의 수많은 기자들이 회담장에 몰려들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제1차 남북고위급회담에 참석차 입경한 북측대표단의 서울방문 첫날 강영훈국무총리가 베푼 만찬에 참석한데 이어 문화행사를 관람한 사실을 비교적 자세히 보도했다.

5일낮 판문점을 통한 행낭편으로 북측기자들에게 전달된 로동신문과 민주조선 5일자는 회담기사를 로동신문의 경우 1면 3단크기와 3,6면 등에,민주조선은2,4면에 그다지 크지않은 비중으로 처리.

북한방송들은 또 5일 서울발 보도를 통해 이번 회담이 분단45년만에 열리는 총리회담이라는점 때문에 국내외기자들이 과열된 취재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 「혼란과 무질서」 「대화의 장애조성」 등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북한은 남북총리회담을 보도한 한국언론들의 북한에 대한 중상행위는 한국이 역사적인 남북회담을 훼손하기로 작정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5일 주장했다.

동경에서 수신된 북한 관영 중앙통신은 로동신문기사를 인용,이같이 보도하면서 한국이 5일 시작된 회담을 의도적으로 트집잡았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에 의하면 로동신문은 『한국신문들이 북한의 사회체제를 비난하는 도발적인 기사를 실었으며 북한대표들을 비방하는 허위보도를 했다』고 주장했다.<동경 로이터="연합">

◎외신기자들의 시각/“회담자체가 상대방실체 인정하는 성과/구체적 관계진전엔 상당한 시일 걸릴것”

『남북한총리는 5일상오 신뢰구축과 정치적 대결해소 등을 위한 기조연설을 했다』 남북총리회담이 열리고 있는 인터콘티넨탈호텔 2층 외신기자실은 이같은 기사를 본사에 송고하는 외신기자들로 북적거렸다.

한국상주기자 60명과 특파원 60명 등 1백20명의 공식취재기자와 회담장부근 등 외곽취재를 맡고 있는 2백여명의 비공식취재기자들은 남북분단후 최초의 빅이벤트에 대한 취재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일본은 공식취재기자 33명을 보낼만큼 한반도의 변화에 촉각을 곧두세우고 있다.

외신기자들은 이번 총리회담이 남북한관계개선에 있어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한결같이 입을 모으면서도 남북한관계의 구체적인 진전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본공동통신 서울특파원 히라이 히사시(평정구지)기자(38)는 『총리회담을 계기로 남북한이 상대방의 실체를 사실상 인정한 셈이기 때문에 의제나 토의내용을 떠나서도 의의가 크다』며 『남한이 교류협력강화에 주안점을 두는 반면 북한은 유엔단독가입ㆍ미군철수 등 정치ㆍ군사적 측면에 비중을 두고 있어 기본적인 시각에 커다란 차이가 있으며 서로 접근하는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련은 고스텔레라디오방송의 정치평론가 류보프체프씨(56) 등 4명을 파견했다. 류보프체프씨는 『이번 회담은 남북한이 통일을 향해 내딛는 첫발걸음으로 상이한 입장차이도 협상을 통해 충분히 좁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연총리가 제안한 연방제 통일방안에 대해 남한의 언론인으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등 북한제안에 대한 우리측의 반응 등을 궁금해 했다.

모스크바방송의 미하일ㆍ페트로비치기자(42)는 『지난달 31일 서울에 와 금성사 등을 방문했는데 활짝 웃는 서울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한결같이 통일을 원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조선은 하나』라는 북한의 슬로건을 힘주어 강조했다.

서독 ARD텔레비전의 동경지국장인 로베르트ㆍ헬트캠퍼씨(41)의 견해는 상당히 비관적이다.

그는 『5일상오 총리회담을 지켜보면서 마치 서독대표들이 동독의 대표들을 만나러 회담장에 들어서는 듯한 가슴뭉클한 감명을 받았으나 한반도와 독일의 분단이 여러가지 면에서 상이한데다 한반도엔 전쟁경험까지 겹쳐 있어 통일에 대한 열망이 크다고 해도 결코 쉽지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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