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총리회담에 참석하는 북측 대표단 일행이 4일 상오 판문점을 넘어 서울에 왔다. 그들은 남녘동포들에게 「공화국 북반부 전체인민의 혈육의 정이 담긴 인사를 전하며」 여느 이웃처럼 우리에게 다가왔다. 총리급의 고위각료로는 분단후 첫 「남북해후」라는 역사적 조명을 받으며 기대와 설렘속에 북쪽 손님들은 통일로를 달려 단숨에 서울에 닿았다. 지난 85년 12월 10차 남북 적십자본회담을 끝으로 5년여동안 단절돼 왔던 인적 교류가 이날로 새로운 숨통을 트게 될 것이란 바람은 7천만 민족의 한마음일 게다.이에앞선 85년 9월 남북 고향방문단의 상호교류가 역설적으로 남긴 민족의 한과 아픔이 아직도 생생하기에 손님을 맞는 우리측의 손길도 더욱 조심스러운 것 같다.
길게는 45년,짧게는 5년이란 시간의 벽을 뚫고 또 한반도의 허리를 자른 군사분계선이란 공간의 벽을 허물며 남북은 이렇듯 한자리에 다시 마주앉았다.
손님들을 맞이하던 날 가을 초입의 판문점 하늘은 맑고 높아 전통적인 우리의 계절을 드러냈다. 『우리의 서울길은 혈맥을 잇는 길이며 외통길 판문점 대신 6백리 분계선을 누구나 어디로든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길을 닦는 것』(북측 통과성명)이란 말이 낯설게 들리지 않는다는 표정들도 이 때문일 것이다.
최근 동서독의 통독현장을 보고온 한 정치인은 『우리 민족만큼 통일이란 용어를 치열하게 쓰는 국가는 세계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말로 글로 구호로 선전으로 우리 주변은 통일홍수를 이루고 있지만 그 말은 어느덧 신선미도 감흥도 잃어가고 있다는 얘기였다.
물론 최근 군사적 긴장상태 해소를 향한 남북 쌍방의 구체적 인식이나 각종 민간단체의 상호 접촉움직임은 저간의 사정에 대한 반성을 반영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이날 쌍방 회담대표들의 함박웃음및 악수와 달리 회담전망에 대해선 희망적 기대이상의 언급을 찾기 힘든 것은 엄연한 현실.
북측 손님들은 우리의 가을꽃인 맨드라미ㆍ코스모스ㆍ국화가 어우러진 통일로 연도를 따라 서울에 왔다.
그러나 판문점에서 북녘손님을 기다리던 화동들을 밀어내 울먹이게 했던 보도진의 「등쌀」은 이웃이라기 보다 어려운 손님일 수밖에 없는 동족의 현주소를 읽게 했다. 숱한 풍상이 할퀴고 간 「자유의 다리」 표지판을 보면서 이날 손님을 맞는 감회와 기대가 며칠후 이들을 다시 떠나보낼 때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궁금하다.<판문점에서>판문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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