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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실망시키지 말기를/남북 총리회담에 바란다(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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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실망시키지 말기를/남북 총리회담에 바란다(사설)

입력
1990.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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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남북한 총리회담이 열린다. 분단 45년 만에 맞는 역사적 순간이다. 7ㆍ4 공동성명이래 지난 20여년간 남북회담이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여러차례 열리긴 했지만 이번 회담은 세계적 대화해시대에,남북한의 최고위책임자 다음급인 고위당국자가 만나 통일을 위해 긴장완화와 교류협력에 관한 구체적 방안을 놓고 논의하는 자리이다. 때문에 이를 지켜보는 6천만 겨레의 관심과 기대 역시 어느 때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우리는 먼저 회의에 나서는 남북의 총리와 대표단에게 간곡히 당부하고자 한다. 한마디로 통일을 열망하는 온겨레에게 또다시 실망과 좌절을 안겨주지 않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총리회담이 꽁꽁 얼어붙은 분단의 벽과 적대감정을 녹이고 장차 활발한 교류와 협력을 통해 통일로 가는 길을 마련할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해달라는 것이다. 이는 겨레의 엄숙한 명령이요 또 남북한당국이 마땅히 팔을 걷어붙이고 이룩해야 할 당연한 역사적 소명이다.

이처럼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는 총리회담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사전에 분야별로 각료급 접촉에서 충분한 예비토의를 거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또 총리회담도 충분한 회의일정을 마련하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합의된 일정대로라면 5ㆍ6 양일간 주로 오전시간동안 정치ㆍ군사문제와 경제협력,인도적 교류,유엔가입문제에 대한 양측 총리의 기조연설과 기조발언이 있고 이어 토의가 있는 것으로 돼 있다.

물론 우리는 이번 첫 회담에서 당장 남북접근을 위한 획기적인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는다. 회담횟수를 더해가면서 점진적인 의견접근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측이 이 회담을 통해 장차 있을 통일의 이정표를 하나하나 마련해 간다는 각오와 결심이 서 있는지가 관건이 된다.

따라서 우리는 이 회담을 성공시키기 위해 양측이 반드시 지켜야 할 자세를 제시하고 싶다. 첫째는 통일은 무력과 도발에 의해서가 아니라 반드시 대화ㆍ교류ㆍ협력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평화정신을 선언하는 일이다. 둘째 남북은 적대와 부질없는 선전적 태도를 지양하고 같은 민족으로서 공존공영한다는 자세확립이 필수적이다. 셋째 서울회담서부터 우월의식,경쟁의식,상대방 제압자세,승패개념을 훌훌 털어버려야 할 뿐만 아니라 서로 비방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못박아야 한다.

다음으로 상대방이 정치적ㆍ군사적 현안에 대해 무리한 제의를 한다 해도 이를 무조건 일축하지 말고 진지하게 시간을 두고 검토한 뒤 수용하겠다는 노력과 아량을 보여야 한다. 끝으로 앞으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총리회담을 일방적으로 중단시키지 않겠다는 점을 다짐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첫 회담에서 두 총리는 통일의 걸림돌이 되는 제반사안들,정치적ㆍ군사적인 측면에서 화해방안,경제와 인도적 교류에 관한 구상 등을 제기한 뒤 앞으로 총리회담을 이끌어가는 데 필요한 회담자세와 정신을 합의서로 채택만 해도 큰 성과로 평가될 것이다.

이제 온겨레는 물론 세계의 이목은 총리회담에 모아지고 있다. 되풀이하거니와 남북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앞으로 「정상회담」도 성사되고 각 분야별 접촉과 교류가 활발하게 촉진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비록 역사적 배경과 여건은 다르지만 오늘날 급진전되고 있는 독일 통일도 지난 70년 양독 총리회담이 시발점이 됐다는 점을 거울로 삼을 필요가 있다.

남북총리는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자세로 성의와 아량으로 겨레의 염원에 보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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