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승계 위해 유화책 불가피/소 개방압력ㆍ남방외교 실패따른 고립 탈피도 노려/대표단에도 연형묵ㆍ김광진 등 친위세력 대거 포진9월ㆍ10월 서울ㆍ평양의 남북 고위급회담이 끝나면 북한이 현재 겪고 있는 국제적 고립이 많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간 「주체사상」을 바탕으로 「두개의 조선」을 인정치 않아온 「이념외교」의 틀을 벗어나 남한당국과 대좌를 했다는 점에서 점차 현실외교로 전환하게 될 것 같다.
북한은 그간 김일성의 항일운동전력을 내세워 북한이 「정통정부」임을 주장해왔고 남조선 해방과 통일을 위해 철저한 주민동원체제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미제의 괴뢰」인 남한당국과 대좌를 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모험일 수밖에 없다.
북한은 이를 의식해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등을 통해 이 변화의 충격을 최소화하려고 주민설득을 계속하고 있다.
북한은 서울에서의 남북 고위급회담을 합의한 바로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노동신문에서 「한국정부는 미제의 식민지 괴뢰정권」이라는 예전의 어투를 그대로 견지하고 있다.
이 신문은 또한 논설에서 유엔가입문제와 관련,남북 동시가입이나 단독가입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또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이 변화되지 않고 주한 미군이 철수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한반도에서 평화보장은 물론 통일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러한 행동과 명분의 표리부동은 만약 명분을 갑자기 버릴 경우 『남쪽을 해방하기 위해 우월한 사회주의체제를 완성시켜야 된다』고 다그쳐온 김일성체제의 정당성이 크게 훼손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부담많은 남북 고위급회담에 응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다. 그중 하나는,분명한 태도를 보이는 소련의 개방압력과 동서 해빙 무드로 인한 서방에의 평화제스처의 필요성 때문이다. 소련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의 핵사찰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하고 있으며 50%에 달하는 무역 중 원유를 국제가격으로 사가도록 요구하고 있다. 또한 채무이자를 구상무역형태가 아닌 달러로 변제할 것 등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소련은 아예 군축문제까지도 우리측의 입장에 동조해 북한의 입장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모스크바방송은 고위급 예비회담 하루 전날인 29일 노태우대통령이 제안한 3단계 군축안이 『합리적인 알맹이를 갖고 있다』고 강조하고 『노대통령이 앞으로 4∼5년안에 통일을 이룰 결정적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방송은 특히 『모스크바는 물론 베이징도 서울과의 호혜적인 접촉,우선 경제분야에서의 접촉을 주장하고 있다』고 밝혀 북한이 믿고 있는 중국의 입장도 우리측으로 돌아서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해 북한이 남북대화에 나서도록 강요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은 이러한 북쪽으로부터의 외교적 압력을 상쇄하기 위해 최근 「남방외교」에 주력하고 있으나 아프리카지역등에 경제ㆍ조사지원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북한은 또 이 외교적 열세를 소련ㆍ중국ㆍ쿠바 등과의 군사협조를 강화하는 것으로 만회하려는 듯이 보인다.
지난달 26일 중국 국방부장 진기위의 김일성 면담,24일∼28일의 북한 동해함대의 소련방문등과 30일 외교부장 김영남이 방북중인 쿠바외무차관 오라마스일행 등을 만나 친선강화문제를 의논했다는 보도 등은 이를 말해주는 것이다. 북한은 또한 8ㆍ15 45주년을 전후해 소련 해군의 태평양 함대와 소련공군 비행대의 방북을 맞았고 일본 사회당 참관단과 조총련간부들도 초청해 친선외교를 벌인 바 있다.
북한의 이러한 외교적 변화는 올해 북한주석 김일성의 신년사에서 제안한 「전면개방 자유왕래」와 지난 5월 최고인민회의 제9기 대의원회의에서 김정일당서기의 지위부상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정일은 80년 공식후계자 지명후 83년 아웅산테러사건,87 KAL기 격추사건 등 때문에 국가주석직 승계를 위해서는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지난 10년간 「제2의 수령」으로서 부각된 김정일로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북한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야할 형편이다. 따라서 김정일의 장래는 유일신인 김일성이 생존해 있을 때 얼마만큼 기반을 다지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북측대표인 연형묵총리가 70년대 좌천됐다 80년 김정일에 의해 재등용된 혁명2세대의 선두주자이고 김광진 인민무력부부부장도 지난 5월 김정일이 제1부위원장을 맡은 국방위원회위원으로 새로 발탁된 인물이라는 점등에서 김정일의 주도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이번 고위급회담 과정에서 우리측이 북한의 고립을 원치 않고 김정일 체제로의 이양을 간접적으로 승인하는 점이 보여진다면 남북관계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 개선될 수도 있을 것이다.<남영진기자>남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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