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문기 판사/나중 유신철폐 국민적합의 고려를/양병호 판사/정권탈취목적을 입증할 증거 없어/임항준 판사/내란 노릴만한 다수인 집합아니다/저항권 재판규범 부적용 수긍못해▷▲민문기대법원판사의 내란죄에 대한 판단◁
본건 사안인 내란의 죄는 본질적으로 정치색채가 짙은 범죄이며 현실적으로 체제변동도 곁들여 있어 시국관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79년 10월26일의 이 사건 범행으로 희생되어 궐위된 대통령의 뒤를 이은 권한대행 최규하에 의해 확인선언(79년 11월10일)된 바 대로 새 헌법을 만드는 것이 전국민적 합의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는 정당성을 지닌 중대한 국민의 정치결단이며 국민의 법적확신으로 뒷받침된 불문율로 시국을 지배하는 구속력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합의는 유신체제와 상충됨을 본질로 하고 있어 그 체제를 넘어서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므로 전국민적 합의가 있다는 사실자체가 실질적으로 유신체제의 폐지를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합의는 고 박정희대통령의 운명과 동시에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기때문에 유신체제는 고 박대통령과 운명을 같이한 체제라는 법적논리에 이른다.
이해를 돕기위해 예를들면 만일 민주주의 질서를 군주체제로 변혁하려는 행위로 인해 내란죄를 적용하려했다 하더라도 군주체제로 국헌을 바꾼다는 전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졌을 때에는 더이상 내란죄로는 처벌할 수 없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다시말해 내란죄성립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유죄로 단죄할 수 없는 이유는 국헌과 같다고 볼 체제가 달라져 각기 존립의 기초가 바뀌는 등 보호법익이 달라졌기 때문인 것이다.
원심은 피고인들이 유신체제를 강압변혁하려는 목적으로 대통령을 비롯한 사람들을 살해했다고 인정하고 있지만 소송절차의 경과로 보아 개헌이라는 전국민적 합의가 있은 후 재판이 진행된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므로 이 사안은 행위시와 재판시의 체제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숨길수 없으며 이처럼 범행시의 사정과 재판시의 그것이 달라진 정치상황때문에 피고인을 초법규적인 내란죄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이다.
▷양병호대법원판사의 내란죄에 대한 판단◁
원심이 김재규피고인의 내란목적살인사실을 인정하면서 채택하고 있는 증거는 피고인과 김계원피고인에 대한 1심 및 원심군법회의법정에서의 각 진술과 군검찰관작성의 피의자심문조서밖에 없다.
그런데 검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에서 김피고인은 10ㆍ26거사는 박대통령의 종신집권을 위한 비민주주의적인 유신체제를 철폐하고 건국이념이자 국시인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기위해 일으킨 것이며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들의 엄청난 도전과 항거속에서 박대통령의 강한 집권욕과 물러서지않는 성격에 비추어 자유민주주의의 회복과 대통령의 생명을 희생시키는 것은 숙명적인 관계에 있다고 판단,불가피하게 대통령을 살해한 것이라고 발히고 있다.
요컨대 민주회복을 위해 대통령직에 있는 자연인 박정희를 살해한 것이며 그밖의 일은 적법한 정식절차를 밟으려했고 결코 대통령이 되기위해 혁명을 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원심은 피고인이 중앙정보부의 권한과 조직력을 이용,계엄군을 장악해 무력으로 사태를 제압하려하였고 정권탈취를 기도했다고 인정하고 있지만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나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또 피고인이 혁명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에 취임해 집권기반을 확보한 뒤 대통령에 출마할 것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보강증거도 전혀 없다.
뿐만아니라 원심이 피고인이 정권을 탈취하기위해 불법적으로 국가기본통치기구를 파괴하는 범행을 했다고 인정하려면 이에관한 정확한 증거를 제시해야하는데도 별다른 증거를 찾아볼 수 없고 군사단체가 아닌 중앙정보부로서 어떤 권한과 조직,방법으로 계엄군을 장악하려했는지를 밝혀내지 못한 사실도 명백하다.
또 원심은 피고인이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인 불만을 품고 살해기도를 했다고 전제해 놓고서 국헌문란목적의 살해행위로 결론지우고 있는 바,판시의 앞뒤가 맞지않는 모순점도 발견된다.
따라서 대통령직에 있는 자연인을 살해한 행위에 지나지 않는지,국헌문란목적의 살인행위에 해당하는지가 중대한 관건으로 되어있는 이 사건에서 이를 가리기위한 사실 및 증거심리를 더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살핌없이 피고인에 대해 내란목적살인죄를 범한 것으로 단정한 원심은 심리미진ㆍ이유불비의 위법을 면할 수 없다.
▷임항준대법원판사의 내란죄에 대한 판단◁
형법87조는 내란죄를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자는…」이라고 규정하여 폭동을 내란죄의 구성요건으로 하고있다.
여기서 폭동이란 다수인이 결합해 폭행이나 협박으로 한 지방의 평온을 해치는 정도가 되는것을 말하는 것으로 내란죄가 성립하려면 반드시 다수인의 결합을 필요로 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우선 내란죄가 성립하려면 군집의식과 군집심리가 형성돼 그 구성원 개개인의 사고와 행위가 단순한 산술적 집계가 아닌 전혀 별다른 맹목적인 감정이나 비합리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이 촉발돼 한지방의 평온을 해치기에 충분한 다수인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처럼 김피고인을 비롯한 10명내외의 사람들의 집합만으로는 위와같은 군집의식이나 군집심리가 발생될 수 있는 다수인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김피고인을 포함한 6∼7명이 대통령 등 몇사람을 저격한다는 것을 모의했을 뿐 구체적으로 누가 누구를 무슨 이유로 살해하는지 모르고 범행한 이 사건에서 이들의 행위가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은 폭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임항준대법원판사의 저항권에 대한 판단◁
이 사건에서 김피고인의 행위는 범행내용으로 보아 저항권의 행사라고는 볼 수 없겠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저항권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이를 재판규범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판단에는 수긍하기 어려워 이를 지적해 둔다.
국가기관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심하게 침해하고 있기때문에 민주적헌법의 존재자체가 부정되고 있다고 국민대다수가 판단하고 있다면 국민으로서 이를 수수방관하거나 조장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합법적으로 성립된 실정법의 이행을 거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저항권이 헌법에 명문화돼 있지는 않지만,인권과 민주적헌법의 기본질서를 옹호하는 최후의 수단으로서 국민의 인권을 유린하고 기본질서를 문란케하는 악법은 거부할 수있는 권리를 자연법상의 권리로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같은 저항권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는 근거는 우리나라 헌법전문에 3ㆍ1운동의 숭고한 독립정신과 4ㆍ19의거의 이념을 계승한다는 선언에서 찾을 수 있다.
4ㆍ19사태가 당시의 실정법에 비추어보면 완전한 범법행위로 명백한 위법임에도 불구하고 그 의거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선언한 헌법전문을 법률적으로 평가하면 4ㆍ19거사를 파괴되어가는 민주질서를 유지 또는 옹호하려는 국민의 저항권행사로 인정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헌법이 인정한 것으로 추정되는 저항권을 사법적 판단에서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처럼 저항권이 인정되는 이상 재판규범으로는 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그 실효성을 상실시킬 합리적인 이유도 찾을수 없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저항권이 실정법에 근거를 두지못하고 있어 이를 재판규범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으나 자연법상의 권리를 일률적으로 재판규범에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는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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