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등 공산품 전반 「인상파도」/증시폭락에 금융공황 우려도/고유가시대 정부대책 별무… 경제운용 재조정 시급1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페만 사태는 직접적으로 세계 석유시장에 대혼란을 초래,고유가시대를 앞당겼으며 이에 따라 세계경제 전반에 걸쳐 엄청난 파급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도입원유의 중동 의존도가 75% 수준에 달하는 우리나라로서도 이라크와 쿠웨이트산 원유의 공급 중단으로 물량 확보에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으며 원유도입 가격이 한달만에 17달러선에서 25달러선으로 폭등함에 따라 국제수지 악화는 물론 수출ㆍ물가 등 경제 각 부문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먼저 국내에 도입되는 원유의 평균가격이 상반기중 16달러50센트 수준에서 9월 이후에는 25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원유 수입금액의 추가부담이 10억달러 가량 발생,가뜩이나 불안한 국제수지를 더욱 악화시킬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이라크ㆍ쿠웨이트와의 상품교역이 중단되어 2억달러 가량의 수출감소가 예상되며 이와 함께 현지 건설공사도 중단상태에 들어감으로써 두나라로부터 공사대금으로 받게될 미수금등 채권액도 10억달러 규모에 이르고 있어 관련 국내 건설업체들을 초조하게 하고 있다.
특히 중동지역은 우리나라 해외건설 수주의 90% 가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중동 전역으로 번지게 될 경우 해외건설업계가 입게 될 타격은 과거 1,2차 석유파동때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직접적인 손실뿐 아니라 유가 급등이 미치는 타격은 점차 우리경제 구석구석까지 폭넓게 파급되고 있다.
물론 정부는 국내 석유가격의 안정을 위해 석유 수입시 부과되는 관세율을 10%에서 1%로 내리고 그동안 모아놓았던 석유 사업기금의 유가 완충재원(1조6천억원)을 가능한 한 총동원,연말까지는 절대로 국내기름값을 올리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그것도 도입원유가격이 25달러 수준 정도에 머물때만 가능하며 내년도에는 어쩔 수 없이 국내 석유류가격 및 전기료ㆍ자동차세 등 에너지 관련 가격이 일제히 인상될 예정이어서 물가불안을 예고하고 있다.
또한 현재 가격이 자율화되어 있는 석유화학공업의 기초원료인 나프타의 경우 국제가격이 페만 사태 이후 두배가량 급등함에 따라 도저히 국내 가격인상을 억제할 수 없어 이달부터는 55%가량 인상되므로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관련 석유화학제품 가격들도 일제히 30%가량 오르게 될 전망이어서 공산품 전반의 연쇄적인 가격 인상이 우려되고 있다.
이라크ㆍ쿠웨이트산 원유공급이 중단됨에 따라 사우디 이란 오만 멕시코 등지에서 대체물량을 확보,가까스로 원유공급에는 큰 차질이 없다고는 하지만 유종에 따라 수급불균형이 우려되고 있다.
예를 들어 등유의 경우 사우디로부터의 공급이 전면 중단됨에 따라 월동기 난방용연료의 부족현상이 우려되고 있으며 실제로 벌써부터 전국적으로 등유 사재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페만 사태의 충격파가 가장 직접적인 분야가 바로 증시이다.
원래 증권시장의 속성이 국내외 각종 정세변화에 민감히 반응하게 마련이지만 지난 8월1일 6백90선 수준을 기록했던 종합주가지수는 페만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연일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는 붕락현상을 보여 드디어 24일에는 5백87.38을 기록,6백선이 무너지는 참변을 맞았다.
한달도 못된 사이에 1백포인트 이상이 하락,15%가 떨어진 셈이다.
과거 2차 석유파동때는 건설주를 중심으로 대폭락을 거듭했지만 전반적인 지수 하락폭은 2년간 35% 수준에 머물렀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증시의 붕락현상은 거의 모든 업종에 걸친 것이어서 금융공황의 전조가 아니냐는 우려조차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들어 중동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는 듯한 기미가 있자 증권시장이 조금 활기를 되찾고 있으나 증시가 다시 자생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이같은 페만 사태의 충격파를 최소한으로 줄여보기 위해 정부 당국도 부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각부처장관ㆍ청와대 경제수석까지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운영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나 효과적인 정책수단의 여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 고민이다.
실제로 이번 사태를 맞아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대책이라는게 별거 없다. 물론 금년안에는 각종 수단을 활용해서 국내 기름값을 안정시키겠다지만 내년에는 유가인상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으며 수년전부터 입으로만 외쳐왔던 「한집 한등끄기」식의 구태의연한 에너지절약 시책을 다시 내놓은 정도이다.
물론 연평균 60%를 넘는 대폭적인 유가 현실화와 함께 금리ㆍ환율ㆍ수출금융단가 등을 잇달아 인상하고 근로ㆍ사업소득세 감면 등을 내용으로 하는 대통령 긴급조치가 동원된 과거의 석유파동때와는 달리 정부의 직접적 규제는 이제 쓸 수 없는 상황이며 환율조정이나 수출금융지원 등의 수단도 시장평균환율제실시 및 대외통상마찰의 우려 등으로 선택이 쉽지 않다는 점은 있으나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 위한 정부 당국의 새로운 비전제시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번 페만 사태를 계기로 조금 일찍 닥쳐오긴 했지만 어차피 90년대 중반이면 도래할 것으로 예견되었던 고유가시대를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기존 경제운용계획의 전반적인 수정이나 재조정이 시급하다.〈박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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