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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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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0.08.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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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ㆍ프랭클린은 토론과 논쟁에서 신중과 냉정을 몹시 강조했다. 「나는 상대방이 말한 것을 절대 반대하거나 자기 의견을 단정적으로 주장하는 일은 결코 안했다. 또 틀리다고 생각되는 것을 상대가 주장해도 정면으로 맞받아 치며 부당하다는 것을 지적하여 분기를 돋우는 행위도 취하지 않았다」고 스스로의 자세를 설명한 바 있다. 작가 빅토르ㆍ위고도 비슷하게 말한다. 「남과 토론할 때 격렬한 언사를 쓰는 것은 이유가 박약하다는 증좌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까지 토론이나 논쟁에 미숙한 것 같다. 객관적이어야 할 학술논쟁마저 삐걱하면 인신공격으로 돌변하고 만다. 글보다 말로 대립하면 더욱 거칠어지기 쉽다. 토론인지 말싸움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의견을 달리하면 낯색을 붉히거나 아니면 몹시 경멸하는 표정을 지으며,상대방이나 방청인들을 깔보는 자세가 되기 십상이다. 별볼일이 없는 사람도 아닌 공인 또는 지식인이 그러하니 속이 더 메스껍고 뒤틀린다. ◆TV의 시사토론프로가 때로 활력과 생동감을 주며 관심을 모은다. 귀담아 들을 내용도 많고 격렬한 논전도 가끔 벌어져 흥미를 돋우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간혹 토론참가자들이 너무 자기주장에 집착하고 단정적으로 몰아붙이는 모습은 영 눈귀에 거슬린다. 자기만 잘나고 남은 우습게 보는 태도가 아주 역연하다. 게다가 저질스런 말을 함부로 내뱉는 때도 있다. 특정지역 주민을 「멍청하다」고 서슴없이 말하는 배짱은 놀랍기만 하다. ◆한편으로 토론을 받아들이는 자세도 이해와 도량이 모자란다. 몇마디 말을 듣고선 당장 토론자에게 색칠을 가한다. 여다 야다,극우다 급진이다,보수다 진보다 하는 규정을 내려버린다. 그리고 뒤에 가서 전화공세로 골탕을 먹이는 일도 있는 모양이다. ◆개방과 다원화 사회에선 토론의 활기는 마땅히 보장되어야 한다. 자기에게 불리하다고 발끈해서 음해다 공작이다 하며 극한의 반발을 보이면 토론풍토는 시들어버리고 말 것이다.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의 의견을 들으면서 공감대를 구축하고 넓혀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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