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최대덩치… 경기호전돼 전망밝아/기존해운사외 포철ㆍ삼성 눈독3년동안 표류해온 해운업계의 거함 범양호가 과연 어디에다 닻을 내릴 것인가.
지난 87년 4월19일 고박건석회장의 돌연한 죽음이후 갖가지 복잡한 문제들로 새주인을 찾지못한채 떠돌아온 범양상선의 공매절차가 최근 고박회장 유족들의 주식포기 의사표명으로 급진전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범양상선은 그동안 현재 상속세 문제로 국세청에 압류돼 있는 고박회장의 주식지분 52%(3백83만9천6백17주)를 고박회장의 미망인 이영신씨(60)와 아들 승주씨(29)등 유족들이 내줄 수 없다고 버팀에 따라 주거래은행인 서울신탁은행이 회사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해 공매절차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해 왔다. 그런데 최근 유족들이 고박회장의 보증채무를 은행들이 변제해주는 조건으로 주식포기 의사를 밝혀 범양의 공매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것.
서울신탁 외환 산업은행등을 비롯한 범양의 9개 채권 은행단은 오는 29일 유족들의 이같은 제의에 대해 임원회의를 갖고 제안의 수용여부를 결정짓게 되는데 이미 의견은 대체로 수용하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범양의 인수문제는 국내해운업계의 빅이벤트로 등장,현대상선 한진해운 대한해운등 국내굴지의 해운회사들 뿐만아니라 포철 삼성 대우 등 대규모 하주들도 인수전담팀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범양의 인수가 한국중공업(이 경우 결국 실패로 끝났지만)만큼이나 재계전체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은 범양의 엄청난 덩치와 해운업계에서의 비중 때문.
만약에 기존 해운업체들중 한 회사가 이를 인수하게 되면 인수회사는 졸지에 국내 최대해운사로 부상하면서 국내 해운업계전체의 절반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아울러 부채규모가 아직 9천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대규모이긴 하지만 최근들어 해운경기의 호조로 당기순이익에서 흑자를 기록,부채자체가 줄고 있는등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회사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선박보유현황을 보면 지난해말 현재 범양이 85척에 적재중량 3백71만톤으로 국내최대를 자랑한다. 이어 현대상선이 59척에 2백73만톤,한진해운이 35척에 2백2만톤으로 2,3위를 차지하고 있고 대한해운이 12척에 1백72만톤,조양상선이 16척 32만톤,유공해운이 4척에 83만톤 등이다. 따라서 범양이 어디로 넘어가느냐에 따라 업계의 세력판도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매출액면에서는 현대 한진에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범양은 또 영업이익면에서도 급신장세를 보여 고박회장 자살사건이 있던 이듬해인 88년의경우 1백5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고 지난해엔 21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으며 지난 상반기중에도 9억원의 이익을 냈다.
이에 따라 87년에 1조2백65억원에 달했던 부채는 지난해말 현재 9천2백60억원으로 주인없이 은행관리를 받는 상태에서 1천억원이나 줄었다.
최근 몇년간 범양이 부채의 이자지급에 쓰는 금융비용규모는 7백∼8백억원으로 경영에 적지않은 압력을 주고있다. 그러나 이부분도 해운업이 산업합리화 대상업종이기 때문에 정리과정에서 거치기간이 주어져 부채상환이 몇년간 유예될 공산이 크므로 인수 희망업체엔 해볼만한 사업이 되고 있다.
현재 인수의사를 강력히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업체들 중에서 포철의 경우엔 어차피 해외철광석의 수입등에 엄청난 선박이 필요하므로 자체 해운회사가 필요하다고 판단,인수에 따른 경제성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철이 지난 6월 동남아 취항선사인 국제상선을 인수한 것도 범양인수를 위한 전초전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또 조선소를 갖고 있으면서도 해운회사를 갖고 있지 못한 삼성은 범양의 인수로 해운업 진출을 노리고 있으며 이를 위해 이미 사전타당성 조사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 역시 대우조선의 보완적 회생이라는 차원에서 범양인수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해운사 중에는 계속 선두자리를 고수하려는 현대상선,1위자리를 넘보려는 한진해운,컨테이너선전문회사에서 종합해운업체를 노리는 조양상선,유조선보유회사에서 종합해운업체로 변신하려는 유공해운등의 각축전이 예상되고 있다.
범양상선은 이러한 긍정적 가능성도 있으나 87년이후 선박개체ㆍ확대등을 못해 선박이 상대적으로 노후화돼있고 선박주종이 일반화물선이어서 해운경기에 매우 민감,최근의 중동사태등에 따른 영향을 쉽게 받는다는 약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때문에 공매시기가 앞당겨질수록 범양의 정상화에는 더욱 유리하다는게 업계의 분석.
유족과의 주식소유문제만 마무리되면 그밖의 커다란 걸림돌은 없기 때문에 범양인수 각축전은 올 하반기중에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한편 고박회장의 유족들은 범양의 지분은 포기,미륭상사ㆍ범양식품등만을 운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홍선근기자>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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