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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파고 국내에도 엄습/나프타값 한달새 80%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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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파고 국내에도 엄습/나프타값 한달새 80%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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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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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화제품 가격인상 불가피/수입의존 등유도 품귀 “추운겨울”될 듯페르시아만사태에 따라 우려돼 오던 고유가의 거센 파고가 드디어 우리경제를 덮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 주로 도입되는 두바이산원유의 가격이 23일 배럴당 31달러까지 치솟으면서 다른 산유국들이 경쟁적으로 유가인상을 통보해오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가 일본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국가에 대해 원유정제제품의 수출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원료인 나프타의 국제가격은 원유가상승률을 앞질러 23일 현재 톤당 3백10달러로 7월말보다 80%가까이 폭등했다. 페르시아만 사태가 원상으로 돌아가기 전에는 이같은 폭등세가 계속될 것이란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처럼 국제유가와 나프타의 가격이 폭등세를 보이자 품귀가 예상되는 등유와 석유화학원료에 대한 사재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현재와 같은 국제유가체계가 지속될 경우 월동용 기름은 물론 석유화학계열전제품이 심각한 파동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같은 파동은 제조비용의 상승으로 연결돼 물가상승 수출부진등을 초래,우리경제 전반에 걸쳐 심대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유가폭등에 가장 위협을 받고 있는 분야가 석유화학업계. 석유파동때마다 원유가보다 석유화학계열의 제품가격이 먼저 뛴 전례가 이번에도 그대로 나타나 원유값은 50%정도 상승한데 비해 석유화학제품의 기초원료인 나프타가격은 80%나 껑충 뛰었다.

나프타의 국내공급가격을 국제시세에 연동시키고 있기 때문에 8월중 톤당 1백65달러인 정유5사의 국내공급가격은 9월에는 최소한도 70%가 오른 2백80달러에 이르게 된다.

국내석유화학공업은 기초원료를 90%이상 나프타에 의존하고 있어 나프타가격의 급등은 석유화학제품의 연쇄적인 가격인상과 직결된다. 업계에 따르면 국제나프타가격의 상승으로 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 등 석유화학중간제품의 가격이 40%정도 오르고 최종 제품은 10∼20%정도의 인상요인이 발생한다는 것

나프타가격의 상승으로 석유화학업체들이 순전히 원료비로 추가부담해야 하는 액수는 자그마치 연간 4천8백억원.

석유화학업체들은 9월부터 맞게될 나프타가격의 대폭인상을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우선 나프타가격인상분을 그대로 제품가격에 반영할 경우 범국민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물가안정노력에 대기업들이 협조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고 자체 흡수하자니 경영에 주름살이 지기때문이다. 또 가격경쟁력 약화에 따른 수출감소도 문제다.

○…이같은 우려는 나프타를 가공한 석유화학기초원료인 에틸렌의 공급감축,중간제품의 사재기등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내수요(연간 5백만톤)의 60%를 독점공급하고 있는 유공과 대림산업이 국제나프타가격의 급등을 이유로 9월부터 공급물량을 50∼60% 수준으로 줄이기로 결정,중간제품 및 최종제품업계가 당황하고 있다. 유공ㆍ대림측의 이같은 결정은 나프타가격은 급등하고 있으나 제품(에틸렌)가격은 정부통제를 받기 때문에 이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는데 에틸렌공급물량이 줄어들면 수입해다 쓸수밖에 없는데 이경우 제품업체들이 인상분을 그대로 부담해야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플라스틱등 최종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폴리에틸렌ㆍ폴리프로필렌 등 합성수지류를 중심으로 중간제품을 미리 확보하기 위해 사재기에 나서고 있으며 일부 유통업자들도 매점매석에 나서는등 파동조짐을 보이고 있다.

호남석유화학ㆍ대한유화ㆍ대림산업 등 중간제품생산업체들은 쇄도하는 주문으로 재고가 급격히 감소,9월중에는 품귀현상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의 석유제품수출중단조치로 겨울 난방용인 등유확보가 어려워 올 겨울은 전에 없는 추운 겨울이 될 것 같다. 올해 월동기의 등유수요는 약 2천9백만배럴로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인데 반해 국내정유회사가 원유정제과정에서 생산하는 물량은 1천1백만배럴에 불과,적어도 1천8백만배럴을 수입해야 한다. 수입물량은 대부분 현물시장에서 조달해야 하는데 페르시아만사태이후 현물시장가격이 지난 7월의 배럴당 23달러에서 최근에는 41∼42달러로 폭등했으며 그나마 호가만 올라갈뿐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정유회사 및 정부의 등유비축분은 약 3백만배럴(19일분)에 불과한데다 정유회사들이 물량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등유파동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국제유가급등으로 해상운임도 들먹이고 있다. 최근 북미운임동맹(ANERA)은 현재 컨테이너당 55달러인 유가할증료를 9월부터 3백30달러로 인상키로 결정했는데 이에 따라 수출업계는 추가부담을 져야하게 됐다.

○…한편 기획원ㆍ동자부ㆍ상공부 등 관계부처는 국제유가와 나프타가격급등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고 있으나 아직 묘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획원과 상공부는 나프타가격급등에 따른 석유화학제품 전반에 걸친 연쇄인상을 막기위해 석유사업기금을 활용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나 동자부는 정유회사들이 이 부분에 대한 석유사업기금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상공부는 국내공급가격 결정방법을 당분간 국제시세에 연동시키지 않고 생산원가에 소폭의 마진을 붙여 결정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정유사와 협의중이다.

이렇게 하더라도 흡수할 수 있는 인상요인은 3∼5%에 불과,석유화학업계는 페르시아만의 파고를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또 고유가시대가 지속될 경우 현재 신ㆍ증설이 추진되고 있는 삼성ㆍ현대ㆍ호남ㆍ대한유화ㆍ럭키ㆍ한양화학 등의 나프타분해공장(생산시설 연산 1백50만톤)이 어떻게 버텨나갈지 풀기 어려운 숙제로 등장하고 있다.<방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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