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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실종의 극복(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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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실종의 극복(사설)

입력
1990.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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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나라 안팎으로 매우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 밖으로는 중동전쟁의 위기가 날로 고조되어 벌써부터 여파가 밀어닥치는 데다 안으로는 정부의 갈팡질팡하는 국정추진속에 이곳 저곳에서 불만과 문제점들이 계속 쌓여만 가고 끝내 일부 국가공무원들까지 항명,나라의 틀을 뒤흔들어 국민들에게 불안만을 공감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어려운 때 우리 정치권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야말로 집단이기에만 급급해 주어진 임무를 몽땅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난국이라는 문제의 본질에는 뛰어들 생각은 않고 말씨름과 세기에만 몰두해 있는 것은 아닐까. 세상이 불안할수록 정치권의 표류가 더욱 걱정스러워지는 요즈음이다.우리는 지난 두차례의 뜨거운 체험을 통해 중동사태의 악화­유가파동이 경제전반,나라살림전체에 얼마나 큰 충격과 피해를 주는가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벌써 이라크의 쿠웨이트침공으로 빚어진 중동위기 20여일 만에 고유가의 파장이 우리에게 불어닥치고 있다. 이같은 파장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우리 경제,물가에 부담을 줄 게 분명하다. 그뿐이랴. 우리 농정을 뿌리째 뒤흔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의 먹구름이 서서히 다가와 이래저래 민생과 경제는 큰 소용돌이에 휩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어느 때보다도 중지와 합의가 절실한 때인 것이다.

그런데 누구보다도 팔벗고 나서서 흔들리는 나라의 중심을 잡고 난국타개에 열중해야 할 정치권의 자세는 어떠한가. 현실과 난국을 외며한 채 여야 모두 「자기이익」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책임감,사명감은 일찌감치 내던진지 오래인 듯싶다. 국민이 안팎으로 밀려오는 긴박한 정세의 물결에 불안해하고 이곳저곳에서 이래서는 안된다고 소리를 외쳐도 현실과 동떨어진 행태로 일관하고 있는 게 오늘날 정치권 전체의 모습이다.

국민이 정치인들과 여야당 모두에게 실망,불신감까지 갖고 있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요즘같이 어려운데 여야의 활동모습을 보면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인가 하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거여인 민자당의 경우 잇단 정책회의를 열어 중동사태에 따른 유가와 경기대책,증권시장 소생방안,남북대화문제 등을 논의했지만 지금껏 어느 것하나 뾰족한 처방을 마련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더구나 국민의 세부담경감을 누구보다도 앞장서 지켜야 할 민자당이 국민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제출한 새해팽창예산안을 선뜻 동의하여 채택키로 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평민ㆍ민주 등 야당쪽 역시 국민에게 조금도 미더운 인상을 못주고 있는 게 사실이다. 거여의 날치기통과에 항의하여 의원직 사퇴서를 낸뜻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야당통합을 둘러싼 당권장악다툼도 그렇고,요즘처럼 어려운 때에 국회밖에서 정치가십거리나 만드는 대여공방을 벌이는 모습 또한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또다시 되풀이 강조하거니와 여야는 국가적 난국과 국민적 불안을 타개,해소하기 위해서 하루빨리 대화채널을 정상화시켜 주기 바란다. 감정과 이해와 정쟁을 잠시 접어두고 조속히 임시국회를 열어 중동전운에 따른 유가ㆍ물가안정,나아가 경제활성화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와함께 치안과 민생,그리고 흔들리는 정부의 기강과 줏대없는 시정도 추궁,바로잡게 하는 일이 시급하다.

지금은 정치인,지도자들이 인기관리나 대권망상에만 연연할 때가 아니라 그야말로 대국적 자세로 난국극복에 훌훌 털고 나서야 할 때이다.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하는 것이상의 큰 정치는 없는 것이다. 여야는 언젠가 국민의 분노가 폭발,정치와 국회의 무용론을 제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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