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계 군축안 마련 북과 논의”/정부선 북 자극 발언 자제… 돌파구 열어/북,당초 합의 깨고 새 제의 일말 불안도○…남북한당국은 23일 판문점에서 남북 고위급회담(총리회담)의 책임연락관 접촉을 갖고 본회담 성사를 위한 실무문제 협의를 시작했다.
이날 책임연락관 접촉은 민족대교류와 범민족대회가 무산된 상태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국내외의 남다른 관심과 기대가 쏠렸다.
특히 남북 총리회담은 적십자회담등 각종 남북접촉이 사실상 답보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남북 관계진전의 돌파구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실무접촉의 진행내용이 본회담 성사의 척도가 될 수 있다.
이날 책임연락관 접촉에서 통신문제,육로를 통한 왕래 등을 합의함으로써 일단 남북 총리회담의 성사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는 것이 당국자들의 관점.
우리측은 이에따라 총리회담에서 주의제로 논의될 군축문제와 관련,정치적인 신뢰구축군사적 신뢰구축군비감축의 3단계 군축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마련중인 3단계안중 정치적 신뢰구축은 인적 교류와 경제협력,상호비방및 전복기도 포기이며 군사적 신뢰구축은 남북한 군사공동위 설치,불가침협정 체결 등으로 북한의 대응여부가 주목된다.
○…우리 정부는 최근 남북 관계진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당국자 발언이나 발표를 자제하는등 기필코 총리회담을 성사시키려 노력했다. 이날 연락관 접촉에서 북측이 지난 7월의 예비회담 합의사항인 항공기 이용대신 육로이용을 다시 제의하자 우리측이 이를 받아들인 점도 성사노력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당초 책임연락관 접촉이 북측의 요청에 따라 여러차례 연기됐을 때만 해도 일말의 우려가 있었던 것이 사실. 우리측이 지난 8일 책임연락관 접촉을 제의하자 북한측이 『15일이후 접촉일시를 알리겠다』고 해 일단 일정기간 실무접촉이 연기됐던 것. 이후 21일 북측의 접촉제의가 있었고 우리측은 책임연락관과 항공ㆍ통신 실무자등 남북 각각 7명씩 만나 총리회담 일정,교통편,통신 등을 집중협의하자고 호응했다.
그러나 북측이 다시 22일 하오늦게 항공ㆍ통신등의 실무자는 배제하고 우선 책임연락관끼리만 만나자고 제의해 일종의 회담연기ㆍ무산 신호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통일원당국자는 이런 지적에 대해 『책임연락관 접촉으로 일정등의 원칙을 마련한 뒤 세부사항을 협의할 수 있다』며 비관적 시각에 제동을 걸었다.
○…우리 정부의 낙관론 내지는 낙관을 기대하는 분위기와는 달리 회담의 성사가능성을 흠집내는 듯한 몇가지 북측의 부정적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지난 7월26일 총리회담의 최종합의서를 만들어낸 8차 예비회담에서 백남준화 북측대표단장이 『범민족대회가 무산되거나 통일문제를 밖으로 들고나가 분열책동을 벌일 경우 총리회담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점이 부정적 시각의 한 근거이다.
또한 북한 외교부가 지난 7월29일 한국이 소련에 정부대표단을 파견한 사실을 비난한 점이라든지,노동신문이 지난 3일 『영구분열을 위한 보따리를 들고 다니는 것은 총리회담에 난관을 조성하는 행위』라고 공격한 것도 회담 성사의 전도를 어둡게 하고 있다.
이와함께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박길연대사가 안보리에 서한을 보내 『한국의 방위력 증강과 군사훈련은 도발행위』라고 비난한 사실등 일련의 북측태도가 총리회담의 공전을 겨냥한 사전 함정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러한 북측의 태도를 성사 어려움과 등식화시키고 있지 않다. 당국자들은 남북문제 협상에 있어서 북측은 협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항상 까다롭고 신경쓰이는 주장을 상투적으로 해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군사ㆍ정치협상을 줄곧 주장해온 북측이 정치ㆍ군사회담의 하나인 총리회담을 공전시킬 명분이 없으며,당국의 분석과 정보로는 공전시키고자 하는 구체적 증거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당국자들은 회담성사를 낙관하는 제1의 근거로 소련의 대북압력과 한국의 유엔 단독가입 가능성등 국제환경의 변화를 제시하고 있다. 동구개방등 세계정세는 해빙무드를 타고 있으며,소련도 개방ㆍ개혁을 추진하고 자체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군비축소는 물론 대외적 갈등도 가능한 한 없애려 하고 있다는 논리다.
즉 경제원조를 대가로 통독을 쉽게 용인한 소련은 한반도 안정을 누구보다 바라고 있으며 이런 맥락에서 소련은 북측에 개방ㆍ대화를 촉구할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이 이런 대외정세와 소련의 압력을 거슬러가면서까지 총리회담을 무산시키는 고립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당국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또한 북측이 총리회담을 무산시킬 경우 우리 정부가 유엔 단독가입문제를 들고나올 수 있다는 점도 성사의 한 동인이 되고 있다. 현재 유엔분위기는 남북관계를 진척시키지 않는 상황에서 무작정 우리의 유엔가입을 「영구분단 책동」이라고 비난하는 북측주장을 동조하지 않고 있으며,소련등이 과거처럼 반대만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북측을 압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날 연락관 접촉에서 당초 합의인 항공기 이용,통신문제에 있어 북측이 새로운 제의를 한 점은 총리회담 성사에 일말의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이영성기자>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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