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강제연행된 딸 이진순양(27)을 찾기 위해 수사기관을 헤매야 했던 이양의 어머니 손종화씨(47)의 심정은 안타까움과 불안에서 울분으로 바뀌어갔다. 손씨의 울분은 거대한 공권력앞에서 일반시민들이 느끼는 무력감과 절망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서울대 총여학생회장이었던 이양은 지난 20일 하오 8시께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버스정류장에서 치안본부 대공3부 소속 경찰관들에 의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홍제동 대공분실로 연행됐다가 22시간만인 21일 하오 6시께 무혐의로 풀려났다.
손씨는 딸이 괴한 4명에게 납치됐다는 소식을 20일 밤 11시께 전해듣고 다음날 경찰에 실종신고를 낸 뒤 이양이 자원봉사자로 일했던 민주당 사무총장 이철의원 사무실에 도움을 청하고 서울시경과 치안본부로 달려갔으나 확인할 수 없다는 답변만 듣고 문전에서 돌아서야 했다.
8월 들어서만도 안기부의 「시사토픽」 객원기자 노가원씨(34) 연행,검찰에 의한 가수 변진섭씨의 매니져 이종구씨(43) 연행,경찰의 전ㆍ현직 대학신문기자 연행이 잇달아 구시대적 수사풍토가 되살아나는 인상을 짙게 하고 있다.
일단 잡아다가 혐의사실이 밝혀지면 구속하고 그렇지 않으면 풀어주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불법연행 때문에 가족들은 실종신고를 내고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느 누구도 영장없이 체포ㆍ구금ㆍ압수ㆍ수색을 당하지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우리나라의 헌법조항이다. 우리나라가 인권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최근 국제인권규약에 가입한 사실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수사기관이 연행주체와 구금장소등 연행사실 자체를 알려줘야 한다는 것도 상식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인권이 실종된 사회이다.
국민들은 언제까지 범법자이든 아니든 어느날 갑자기 수사기관원이라는 「공인된 괴한」에게 소리도 없이 끌려가고 행방조차 모르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에 떨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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