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온 천만 아랍인을 적으로/대 이슬람세계 “새 국경”이라크의 쿠웨이트침공 사태 이후 유럽에서 반 아랍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동유럽의 대변혁과 함께 「하나의 유럽」이라는 개념이 유럽인들 사이에 공감을 얻어가고 있는 가운데,유럽인들은 지난 40년간 냉전체제하의 「동서」라는 국경대신 이슬람세계를 새로운 국경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서유럽인들은 공산체제하의 동구를 그동안 「적」으로 생각했으나,체제장벽이 무너진 이후 역사와 문화의 기본적 공통점으로 인해 범유럽적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반면 그동안 값싼 노동력을 발판으로 유럽에 진출한 많은 아랍인들은 유럽에 동화되기를 거부하고 자신들의 회교율법을 고수,유럽인들로부터 질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유럽에는 북아프리카 터키 중동 파키스탄 등 회교국가에서 이민 온 1천여만명이 하나의 커다란 아랍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회교도들의 인구가 이처럼 급증하자 프랑스 영국 서독 등은 이들의 이민을 금지하고 있는 실정.
서독이나 프랑스에서는 이들 이민자들에게 시민권이나 투표권조차 주지 않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이들을 이슬람학교와 사원이 있는 지역에 거주토록 유도하는등 주거제한의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반면 이슬람국가에서는 이들 「유럽의 동포」들을 위해 종교지도자를 파견,결속을 다지고 있다.
유럽거주 회교도들은 따라서 자신들의 종교를 그대로 보존한 채 유럽인들과 분리된 문화생활을 영유하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빈민가에 거주하는 등 유럽 대 아랍의 대결구도가 심화되고 있다.
유럽인들의 마음속에서는 역사적으로도 과거 십자군 원정과 오스만 터키제국의 유럽침공등 구원이 있는데다,19세기 식민시대에 아랍을 통치했다는 우월감마저 갖고 있다.
또 이란과 팔레스타인 게릴라들의 과격행위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은데다 사담ㆍ후세인의 대 서방공격 위협까지 겹쳐 유럽의 회교에 대항해야 된다는 의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양세계의 첨예한 대립이 가시화되기 시작하자 가장 난처한 입장에 처한 쪽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일원인 터키.
터키는 동서대결에서 소련의 위협을 저지하는 첨병역할을 해왔으나 신데탕트 시대를 맞아 종전의 군사적 지위를 상실한데다,회교국가인 자국의 종교를 문제삼아 유럽국가들이 배타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터키는 이에 따라 이라크의 송유관 폐쇄요구에 동의하는등 발빠르게 유럽의 일원임을 증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터키는 또 EC(유럽공동체) 가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나 터키내의 일부 친아랍세력들은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정불안의 요소가 되고 있다.
유럽의 사회학자들은 『유럽내의 반아랍분위기를 수그러뜨릴 수 있는 방법은 미국처럼 유럽과 아랍이 하나로 동화되는 길 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도 실제로 문화ㆍ종교ㆍ인종적 국경을 허물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이장훈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