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론 9.9%/제조업 설비투자 21.1% 늘어지난 2ㆍ4분기(4∼6월) 중 우리경제는 9.7%의 실질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성장률은 1ㆍ4분기중 성장률 10.1%보다는 다소 낮은 수준이지만 건설업의 성장세가 다소 둔화된 가운데 제조업성장률이 상당히 회복돼 성장내용면에서는 더 건실해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반기 성장률은 9.9%를 기록,연간경제성장률도 올 목표선인 8∼9%선은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2일 한은이 발표한 「2ㆍ4분기중 GNP(국민총생산)동향」에 따르면 이 기간중의 GNP규모는 30조7천6백65억원(85년 불변가격기준)으로 전년동기의 28조4백71억원보다 9.7%가 증가했다. 이중 해외부문을 제외한 GDP(국내총생산)규모는 31조29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9.5%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이 25.3%로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으나 1ㆍ4분기의 38.8%에는 크게 못미쳐 과열에 따른 인력ㆍ자재난으로 건설업상승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은 내수관련업종의 생산증대와 일부품목의 수출회복에 힘입어 9.0%가 성장,89년 1ㆍ4분기 이래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제조업내에서는 중화학공업생산이 12.0% 성장한 반면 경공업생산은 3.8% 성장에 그쳐 대조를 보였다.
이 기간중 특히 금융 보험 부동산 및 사업서비스업이 9.4% 성장하는데 그쳐 지난 87년 이래로 두자리수 성장을 지속해 오다가 모처럼 한자리수로 둔화돼 투기열기가 가시고 있음을 반영했다.
제조업설비투자는 21.1%가 늘어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냈고 건설투자는 1ㆍ4분기의 46.1%보다 둔화된 26.0%가 증가했다.
민간소비는 10.3%가 증가해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았고 수출은 5.2%,수입은 18.0%가 증가했다.
◎내수주도로 경기상승세/「통화확대」등 난국용정책 재고해야(해설)
지난 2ㆍ4분기중 경제성장률에 대한 한은의 발표는 경제동향에 관한 통계적 수치와 피부로 느끼는 감각적 진단사이에 심한 괴리가 발생할때 과연 어느쪽을 믿어야 하는 것이냐는 기본적인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통계작업을 통해 드러난 한은의 2ㆍ4분기 경제활동실적은 한마디로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이다.
절대적인 성장률 수준으로 보더라도 9.7%는 결코 낮은게 아닌데다 내용면에서도 1ㆍ4분기가 완전히 건설업 주도로 성장률이 치켜 올라간 반면 이번에는 제조업이 상당부분 제몫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각업종별 성장기여율을 보면 1ㆍ4분기중엔 전체 성장중에서 서비스업이 38.5%,제조업이 27.5%,건설업이 23.8%씩을 각각 기여한 반면 2ㆍ4분기중엔 서비스업이 36.6%,제조업이 33.3%,건설업이 22.5%를 각각 기여,제조업의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제조업 설비투자가 21.1%나 늘어난 것도 기업의 투자마인드가 되살아난 것으로 해석돼 경기가 상승세를 탈 것임을 시사해 주고 있다.
수출은 전년동기보다 5.4%가 늘긴했지만 아직 회복세가 본격화되지는 않고 있다.
한은은 수출의 느릿느릿한 회복이 다소 문제이긴 하지만 우리경제를 거꾸러뜨릴 정도의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아울러 내수에 의한 성장은 뭔가 비정상적이라고 보는 시각은 잘못이며 경제규모가 일정수준이상 커가는 과정에서는 내수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1ㆍ4분기에 이어 2ㆍ4분기 중에도 각종 경기대책들을 잇달아 내놓았고 기업들은 환율때문에 수출이 다 무너진다,돈이 없어 설비투자는 커녕 기업을 당장 운영하기에도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라는 등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목소리엔 기본적으로 경제위기론이 그 배경으로 깔려있다.
기업의 상황인식을 대표적으로 드러내주고 있는 경제단체들은 바로 지난 21일에도 대표자 모임을 갖고 현 상태를 위기국면으로 규정했으며 전경련은 최근 기업자금난 해소를 위해 시중에 돈을 더 풀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증권계가 최근 12월말 결산상장법인들의 올상반기 영업실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매출액은 전년동기보다 16.1%가 증가했으나 채산성은 악화돼 순이익이 전년동기보다 7.3% 느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조업의 순이익은 오히려 2.1%가 감소,쭉정이 겉팽창을 한 것으로 지적됐다.
동일한 시기의 경기에 대한 이러한 상반된 인식은 그러나 한쪽은 무조건 진실이고 다른쪽은 완전히 거짓이어서 한쪽만을 택해야하는 「흑백선택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본관점에 있어서 기업이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이윤이라는 채산성 차원에서 주로 현실을 보는 반면 한은의 GNP집계는 근로자의 임금(이는 기업입장에서는 이윤이 아니라 생산원가다)등 모든 경제주체의 실질부가가치를 대상으로 하기때문에 커다란 차이가 생기게 된다. 또 수출만 하더라도 한은은 물량기준(불변가격기준)으로 보기때문에 2ㆍ4분기중 5.4%가 늘었다고 하더라도 수출기업들은 단가가 낮아져 경상가격기준으로는 돌아오는 몫이 줄어들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목소리가 어떻든 전체적으로 볼때 생산활동이 전반적으로 회복되고 있는게 사실이므로 무차별적인 통화공급등 대응책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오히려 정부의 정책은 정상적 생산활동이 이뤄지는 가운데서도 계속 밀리고 있는 국내수출상품의 수출경쟁력 회복을 위해 새로운 기술개발이나 제품개발을 촉진시키는 방향에서 제한적으로 전개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의 유가불안과 관련,한은은 유가가 오르더라도 올 경제성장엔 1%포인트에도 크게 못미치는 미미한 영향만 줄 것이기 때문에 별 지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홍선근기자>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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