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시사 불구 「봉쇄」가담국 없자 자신감/국제여론 악화무시 금수완화 노려 강행/불 강경ㆍ아랍비난등 되레 고립만이라크가 억류 서방인들의 일부를 주요 군사시설에 분산 수용하기 시작함으로써 본격적인 인질전쟁의 막이 올랐다.
미국과 서방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에도 불구하고 억류서방인들에 대해 「출국금지자」(Restrictees)란 표현을 써가며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했던 이라크가 인질전략을 가동할 것임을 첫 시사한 것은 지난 16일. 미국과 영국이 일부 서방국가들의 강력한 이견제기를 무릅쓰고 사실상의 선전포고인 해상봉쇄 단행을 공식화한 직후였다.
이라크는 이날 해상봉쇄를 공식화한 미국과 영국의 쿠웨이트 체재자들에 대해 지정된 호텔로 집결할 것을 명령했던 것이다. 대상자들의 「비협조」로 16일 명령시행에 실패한 이라크는 18일 대상자를 전 서방인들로 확대함과 동시에 이 조치에 불응할 경우,발생할 『「중대한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이들 정부와 당사자에게 있다』고 밝혀 사실상 인질전략을 펼 것임을 선언했다. 같은날 이라크의 사디ㆍ마디ㆍ살레 국회의장은 『「적대적인 국가」의 국민들은 전쟁위험이 사라질 때까지 모두 이라크내 민간건물ㆍ군사시설물에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 압둘ㆍ라자크ㆍ알ㆍ하시미 프랑스 주재 이라크대사도 외국인중 일부가 이라크 전역의 전략시설물에 분산 수용된다고 밝혔다.
사담ㆍ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다음날인 19일 성명을 통해 억류된 서방인들이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로 발생하는 식품등 생필품 부족의 고통을 겪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의 CBS방송은 수미상의 미국인들이 황산공장 소재지인 시리아 국경지역 부근의 알카임시,화학약품 및 대포생산시설이 위치한 바그다드 남부의 알이스칸다리야지구,그리고 화학공장 소재지인 바그다드 북부의 바이지지구 등 최소한 4개의 전략시설에 이미 배치됐다고 보도했다.
이라크가 국제적 비난여론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상하면서도 인질전략을 본격화한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이라크는 지난 16일 인질전략을 펼 것을 시사함으로써 나름대로의 소득을 얻었다고 판단한 듯하다. 물론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의 위협에도 불구,해상봉쇄 단행을 강행할 것임을 재차 강조했고 이미 실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의 해상봉쇄조치는 이라크의 적극적인 도발행위가 있을 경우에만 발포를 허용한다는 방어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이라크가 인질전략을 내비친 후 해상봉쇄에 가담하는 국가가 없었던 점도 이라크가 인질전략을 본격화하고 확대한 배경으로 지적된다. 프랑스ㆍ캐나다ㆍ소련 등의 이의제기는 겉으로는 국제법상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는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그 밑바탕에는 이라크에 억류된 자국민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깔려있는 것으로 이라크는 판단했던 것 같다.
따라서 이라크는 인질전략을 본격화함으로써 서방 각국의 이견폭을 더욱 확대시킬 속셈이었던 것으로 분석되는 것이다. 인질전략의 대상을 전 서구인들에게로 확대하면서도 군사시설의 「방패」로 활용할 외국인은 미국ㆍ영국 등 몇몇 특정국가의 국민들로 한정한데서도 이라크의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로서 인질전략을 통해 최소한 식량ㆍ의약품에 대한 금수조치만은 완화시킬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졌던 것이 지적된다. 식품ㆍ의약품 부족으로 이라크 국민이 겪는 고통을 인질들을 통해 강조함으로써 인도적인 세계여론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이라크의 계산은 출발단계에서부터 빗나가 버린 것처럼 보인다.
미국과 영국의 적극적인 해상봉쇄조치에 견제역할을 해오던 유엔이 이라크가 인질전략을 공식화한 지난 18일 대 이라크 4차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인질들에 자유로운 출국을 허용하라는 이 유엔결의안이 이라크에게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결의안이 미ㆍ영의 선도에 미온적인 회원국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할 것이라는 점이다. 대 이라크의 해상봉쇄조치에 서방국가로서는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해 왔던 프랑스가 이라크의 서방인 인질화전략에 분격,페만 배치해군에 발포권을 부여함과 동시에 이라크가 끝내 억류된 외국인들을 석방하지 않을 경우 유엔안보리가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을 승인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제국주의 질서의 종식이라는 이라크의 명분에 공감해 왔던 일부 아랍인들도 이라크의 인질전략에 반발하고 있는 현상마저 전해지고 있다.
이라크의 인질전략 선택으로 미국의 입장이 다급해진 것은 사실이다. 인질의 안전을 고려함 없이 군사적 행동으로 들어가느냐,아니면 인질의 안전때문에 「종이 호랑이」로 전락하는 것을 감수하느냐 하는 양자택일의 순간에 몰린 것이다. 그러나 이라크의 국제적 고립이 더욱 심화되고 다국적군에 유엔의 깃발이 꽂혀지는 사태라도 벌어진다면 미국은 후자보다는 전자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라크의 인질전략 선택은 최후의 카드를 너무 일찍 뽑아들었다는 점에서 사담ㆍ후세인의 악수로 풀이될 수도 있다.<유동희기자>유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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