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통합협상이 밑바닥부터 흔들리고 있다. 흔들릴 정도가 아니라 자칫하면 통합방법과 절차에 대한 팽팽한 이견으로 협상자체가 교착 또는 완전히 무산될 가능성마저 있다. 평민ㆍ민주양당과 재야의 통합추진회의등 3자대표가 한달전 범민주세력의 통합수권정당을 만들겠다던 국민에 대한 약속과 합의정신은 벌써 어디에 갔는지 찾을 길이 없는 실정이다.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인지,특히 김대중 평민ㆍ이기택 민주 양당의 총재와 당사자들은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사실 우리는 당초 양당의 총재가 「정치생명을 걸고 야당통합을 이룩하겠다」 「8월중순 합당등록8월말 창당대회」 「8월 한달동안 장외집회를 통한 국민공감대 형성9월 정기국회전까지 창당대회」등을 공언했을때 너무나 지나친 낙관론이라고 지적한 바 있었다. 아무리 같은 보수야당이라지만 이질적인 정치집단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가는 우리의 야당사가 똑똑하게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난 17일 5시간의 마라톤 설전으로 일관한 통합 15인 협의기구 2차 모임은 우려했던 상황들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이고 말았다.
통합추진협상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분명하다. 즉 철저한 상호불신과 기득권확보,그리고 지도자들의 장래 위상과 대권욕심등이다. 많은 국민들이 야당통합을 지지하고 추진노력에 기대를 걸었던 것은 우선 거대여당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모든 야권세력이 결집되어야 하고 그러한 야당은 호남당 영남당이 아닌 전국을 망라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새시대에 부응하기 위한 수권야당으로 출범하기 위해서는 총재부터 사심을 버리고 백의종군한다는 자세로 임해달라는 것으로 압축될 수 있다. 그러나 협상초반부터 고질적이고 추악한 구태는 여지없이 나와 국민들을 실망케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통합방법에 대한 견해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문제는 그러한 발상과 이견이 국민과 정치발전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지극히 당략적이라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선합당등록 후조직정비」를 내세우는 평민당은 얼마전 김대중총재가제시한 「이기택총재 추대용의」가 마지막 카드로서 더이상 내놓을 것이 없다고 한 반면 「선지도체제와 조직정비 후합당등록」을 주장하는 민주당은 김총재의 용의표명에 대한 공식제의와 또 구체안이 없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즉 평민당은 원내의석 70대8의 비율을 들어 결코 더이상 작은 민주당에 끌려다닐 수 없다는 것이고,민주당은 김총재의 2선퇴진등을 포함한 지도체제문제와 대등한 비율의 조직책할애를 못박지 않을 경우 평민당에의 흡수를 우려하는 것 같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이같은 두당의 주장과 견해가 모두 못마땅하기만 하다. 2천년대를 겨냥하는 참신한 수권야당을 만들고 한국정치의 최대의 암인 지역주의를 탈피한 전국적 야당을 출범시키는 마당에 당권장악과 지분에만 연연한다는 것은 국민의 기대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기서 야당통합의 원칙을 양당에 재차 강조하고자 한다. 우선 양당은 당략적 자세를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양당,특히 비중이 큰 평민당은 신당의 당권세력이 아니라 정직한 일원이 되겠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공약하는게 필요하다. 이와함께 양당총재는 통합에 장애가 되면 언제라도 2선으로 물러나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끝으로 통합신당은 평민ㆍ민주ㆍ통추회의 등 3세력만의 조립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를 과감히 영입,물갈이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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