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ㆍ지자제ㆍ총선 등 “난제산적”/「후계」 미묘… 92년 후반께 윤곽/내외상황 더욱 어려워져 「레임덕」 현상 앞당겨질지도노태우대통령은 오는 25일로 5년임기의 꼭 절반을 남겨두게 된다.
노대통령에게 있어 앞으로의 2년반은 지금보다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가 책임져야 할 국정운영에서 선택의 폭이 상대적으로 더욱 좁아지기 때문이다.
노대통령 앞에는 그가 해결해야 할 정치적 변수가 예측불허의 상황속에 가로놓여 있다. 지자제ㆍ개헌ㆍ14대총선 등 중요 정치일정과 후계구도의 매듭등 정치적 변수들이 그의 선택을 기다리며 버티고 있다.
노대통령은 이 뿐만 아니라 그 자신만이 풀어야 할 정치적 당수로서의 과제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3당 합당의 매듭을 풀어나가거나,아니면 긍정적 측면에서 민자당을 반석위에 올려놓아야 할 원인제공자로서 과제가 있다. 민주화와 권위주의 불식 또는 문민정치의 관행도 임기내에 정착시켜야 할 중요과제의 하나이다.
특히 민주화와 문민정치의 관행은 그 성취도를 측정할 만한 국민적 잣대가 있지 않아 어떻게 보면 더욱 힘든 미지적 과제인 셈이다.
노대통령은 앞으로 임기의 절반동안 지금보다 더 많은 인내를 감내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통독등 국제정세및 한반도 주변정세의 급속한 변화,북한 김일성체제의 동요가능성 등이 그의 내치에 부담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며,저유가시대의 종막,세계경제의 블록화추세,우루과이라운드의 본격 시행 등은 국내 경제의 어려움을 가중시켜 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노대통령은 전임자와 달리 임기 끝무렵에 맞는 통치권의 누수,레임덕 현상을 앞당겨 맞을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 자신이 주창한 권위주의 청산과 헌법에 못박혀 있는 단임정신,과거와 다른 여권내 차기대권주자들의 군웅할거 양태는 그의 조기 레임덕현상을 가속화시킬 요소로서 충분조건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시점은 그 자신에게 있어서 임기의 시간곡선에서 최정상의 고비가 된다. 최정상의 고비인 바로 이 시점,그가 이룩해 놓은 통치차원의 긍정적 업적을 부정적 평가들이 오버랩시키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정치적으로는 야당의 의원직 사퇴와 대화단절로 정국경색의 장기화 위기를 맞고 있고,경제적으로는 물가고ㆍ수출난 등으로 민생경제가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으며,사회적으로는 현저한 권위상실로 혼란과 기강해이 현상이 일고 있다.
바깥 세계에서는 퇴조현상을 보이고 있는 이데올로기 혼란이 우리 내부에서는 아직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바로 이와같은 지적들은 그의 긍정적 평가랄 수 있는 민주화진전ㆍ서울올림픽 성공ㆍ북방시대 개막ㆍ국제적 위상제고 등을 흐려놓고 있다.
노대통령은 남은 임기 절반,그의 통치관행에 커다란 변화가 없다면 우리의 길지 않은 헌정사에서 「민주화를 현저히 진전시킨 대통령」으로 평가받는데 별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치일정
지자제ㆍ14대총선ㆍ개헌 등 그의 나머지 임기중 예상되는 정치 일정에서 확실한 것은 14대 총선이다. 개헌이 현실화할지,지자제가 언제 구체화할지는 미지수이다. 그럼에도 이 세가지 중요 정치일정에 대해 구체적 전망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로지 정치적 상황전개와 노대통령의 최종 결단에 달려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지자제 실시시기와 범위ㆍ형태는 대체로 3가지 유형으로 유추되어진다. 첫째 정기국회 회기전후 여야간 대타협으로 내년 상반기부터 실시시기를 잡되,야당이 주장해온 정당공천제가 가능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 경우 광역 자치단체가 우선 실시될 가능성이 높으며 자치단체장 선거는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시ㆍ군ㆍ구 등 기초자치단체는 92년 또는 훨씬 이후로 연기될 것이다.
둘째는 실시시기와 범위ㆍ정당공천 여부 등이 여야간 복합적 쟁점현안으로 부각되다가 92년 4월 총선과 더불어 동시 실시되면서 광역단체장 선거가 한꺼번에 이뤄지는 형태를 취하리라는 점이다.
세번째는 역시 쟁점현안으로 장기간 잠복해 있다가 92년 총선이후 마지못해 일부 범위에서만 실시되리라는 점이다.
노대통령은 이 세가지 유형중에서 첫째의 유형에 관심을 두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개헌문제는 차기의 정권경쟁과 밀접한 함수관계를 갖고 있다. 의원내각제 개헌이 3당통합의 전제인 것처럼 알려진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 이 개헌문제도 지금으로서는 뜬구름과 같은 허구일 따름이다. 왜냐하면 개헌 당사자랄 수 있는 정당이 우리의 독특한 정치문화에 의해 스스로 처리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록 여당이 개헌의석을 확보했다 해도 국민의 절대적 찬성이 없다면 개헌 강행은 스스로의 묘혈을 파는 것으로 보인다.
개헌반대가 있을 경우,그 반대가 절대다수 국민의사에 반한다는 사실을 우리의 정치문화에서는 도저히 검증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따라서 개헌문제 대한 노대통령의 의중은 다음과 같이 집약될 것으로 분석된다.
「정치적 발전을 위해서 의원내각제 개헌은 당위이다. 그러나 개헌에 대해 야당과 국민들로부터 반대의 소리가 있다면 아무리 좋은 개헌이라도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의원내각제 개헌을 어느 때든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정치적 상황이 그대로 지속된다면 노대통령은 무리한 개헌결심을 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개헌문제에 대한 여야의 대타협이다. 내년 상반기부터 총선직전까지 2∼3차례에 걸쳐 대타협이 여야간 모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월 3당합당을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마찬가지로 대타협의 성사여부도 예측키 어렵다. 91년내 대타협이 없다면 개헌은 일단 물건너 간 꼴이 된다.
14대 총선은 법률적으로 임기만료 6개월전이어서 대개 91년 11월께부터라고 볼 수 있다. 총선은 각 정당과 계파의 이해와 직결되는 사안이면서 대통령의 통치권 효율성과도 밀접한 함수관계를 갖고 있다. 야당은 조기총선,즉 91년내 총선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되나 노대통령은 92년초로 실시시기를 잡고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후계구도
지금부터 시간의 경과에 반비례해 후계구도에 대한 관심은 높아갈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이 시점에서 아무도 확실한 후계구도를 점칠 수 없는 형편이다.
현재의 추세로 전망해볼 때 확실한 민자당의 차기후보는 92년 하반기께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삼 민자당대표최고위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여권의 2인자이지만 차기후보라는 측면에서는 「예상되는 인물중의 하나」일 따름이다.
여야간에 합의개헌이 이뤄질 경우 「예상인물」의 범위는 훨씬 넓어지게 될 것이다.
개헌이 물건너갔을 때 차기대권후보의 범위는 좁혀질지 모르나 경쟁의 양태는 훨씬 복잡해지리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사실상 위로부터 지명형식의 낙점형태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치열한 당내 경선을 통과해야 하리라는 점이다. 민자당의 당헌은 총재를 선출토록 되어 있어 차기후보는 92년 하반기 「차기총재」의 형태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당내 경선은 여론의 인기도 또는 대중적 기반의 기득권과도 무관할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이율배반적으로는 노대통령의 의중이 영향력으로 작용할 소지가 높다.
지금까지의 관측으로는 노대통령은 민자당이 전국적 규모의 열기를 띤 경선행사와 그 과정을 통해 자타가 공인하는 차기후보를 선출토록 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미국대통령후보의 경선과 유사한 형태이다.
노대통령은 정기국회직후인 금년말께 양과 질에 있어서 대폭적인 정부요직 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임기 절반의 「소신통치」의 인적 구도형성을 위해 불가피한 절차일 수가 있다. 정부요직 개편시 후계구도의 징후가 살짝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이종구기자>이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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