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이 제모습을 찾으리라는 유쾌한 소식을 들으며,얼른 떠오른 것이 경복궁을 가로막고 서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모습이다. 그 건물이 어떤 건물이며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는 설명조차 필요없다. 남산을 가리고 있는 「시각적 흉물」들 보다 더욱 옛 총독부 건물이 눈에 거슬린다.서울의 자연과 함께 서울의 역사를 되살리는 것도 바람직하다. 본디 있어선 안될 것이 있다면 선후를 가려 없애는 게 옳다. 남산의 시야를 탁 트이게 만들고 경복궁을 원상대로 복원한다면,서울은 고도의 명성을 되찾아 지금과 아주 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경복궁을 훼손하고 초라하게 만든 것은 바로 조선총독부 건물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맥을 끊기 위해 모두 4백여칸에 이른 대소 전각을 헐어내고 총독부를 세웠다. 그러나 훼손 이전의 경복궁의 위용이 어떠했는가는 확실한 자료로 남아 있다. 이러한 자료의 밑받침으로 영추문과 만춘전등이 일부 복원되기도 했다.
다행히 6공정부의 발족과 더불어 지난 88년 완전 복원계획이 수립 되었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이 이전한 「총독부건물」은 손 댈 계획이 없다. 이 건물이 버티고 있는한 복원은 기형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 86년 개관한 현재의 박물관은 이전구상이 알려지면서 강한 반대와 거센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당시의 정치상황으로 인해 일방적으로 강행되어,당시 3년여에 걸쳐 2백77억원의 개조비를 쓸어 부었다. 그때의 논쟁가운데 신축 이전은 이상론이며 개수이전은 현실론이란 타협적 주장도 있었다. 결국 언젠가는 없애고 옮겨야 한다는게 큰 흐름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현재 자리로의 박물관 이전은 5공의 그 많은 실책중에서도 손꼽힐 졸책임은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밝혀지고 있는 셈이다.
과거의 잘못만 자꾸 탓하고 후회에 잠길 수만은 없다. 고치고 바꿀 생각과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지금 당장 헐어내자는 것은 아니다. 경복궁 복원 계획가운데 「총독부자리」인 현 건물을 헐어내는 방침을 확실하게 정해두자는 것이다. 긴 안목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이 들어 앉을 명당을 미리 살펴두고,역사의 새 자랑거리를 차근차근 설계하는 국가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남산의 제모습 찾기가 대강 이뤄질때와 발 맞춰 「잔재의 건물」이 철거 될 계획이 알려질 수만 있어도 반가울 것 같다. 지금의 건물이 사라진 「복원 경복궁」을 상상만 해도 속이 시원해 진다. 이것은 단순한 복고식 사고나 감정의 차원이 아니다.
고도 서울을 밝히려면 경복궁을 옹위하는 산성의 복원과 보존에도 관심을 둘만 하다. 북한산성은 퇴락할대로 퇴락하였다. 조선왕조 비운의 상징이라고 쉽게 외면할 일이 아닐줄 안다. 그 산성의 맥이 곧 오늘 우리의 숨결과 닿는다. 국립중앙박물관이 현위치에 옮긴지 내일(21일)로 꼭 4돌을 맞는다. 이 시점에서 장래를 내다볼수 있는 결단과 성숙을 기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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