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지지율 56%… 역대 3위/내치ㆍ외교 큰 성과 국민들에 신뢰감 심어/정계 지지기반 취약 내년 총재선거 관심가이후ㆍ도시키(해부준수ㆍ59) 일본 총리가 이달 14일로 취임 1주년을 넘기고 집권 제2기를 맞았다.
지난해 8월초 참의원선거에서 자민당이 집권이래 처음으로 참패한데 인책사임한 우노(우야) 전총리의 뒤를 이어 뜻밖의 인물인 가이후가 총리로 뽑혔을때,일본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그를 과도기의 대타자 정도로만 여겼었다.
파벌정치의 본바닥인 일본정계에서 가장 소수파인 고모토(하본)파에 속한 그는 이렇다할 정치적 경륜도 비전도 덕망도 갖추지못한 평범한 인물로 평가되었기에 누구나 의외로 생각했다. 그래서 자민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수습돼 정치적안정이 이루어지면 총리자리를 노려 수십년간 공들여온 쟁쟁한 인사들에게 총리자리가 돌아가게되리라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예상은 전혀 빗나갔다. 취임당시 40%를 밑돌던 그의 지지율이 갈수록 높아져 별다른 하자가 없는 그를 총리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없게 됐다.
지난 7월 아사히(조일)신문이 실시한 전국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가이후 총리는 역대 3위,최근 다섯총리중 최고의 지지율인 56%를 얻었다. 역대 일본정부의 지지율 순위는 「현대의 도요토미ㆍ히데요시(풍신수길)」로 불렸던 다나카ㆍ가쿠 에이(전중각영) 1차 내각이 62%로 1위,「요시다 정치학교교장」으로 불린 요시다ㆍ시게루(길전무) 제3차 내각이 58%로 2위,이번 가이후 2차내각이 3위이다.
기시ㆍ노부스케 (안신개) 사토ㆍ에이사쿠(좌등영작) 등 쟁쟁한 정치인들을 제치고 「무명」에 가깝던 가이후가 역대 제3위의 지지도를 차지한 것을 일본국민들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가이후 총리의 인기가 이토록 높은 것은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첫째는 금권정치 파벌정치 밀실정치에 신물이 난 일본인들이 그런 이미지와 거리가 먼 젊고 참신한 정치인의 출현을 기다렸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둘째는 대미 관계를 포함,한국 중국 북한 등 이웃나라들과의 관계개선에 힘쓰는 외교적능력에 대한 평가이고 역대 3번째의 장기호황을 잘 살려가면서 정치풍토 및 행정개혁에도 진력해가는 내치의 점수도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말 우노 총리의 사임후 일본의 정치 1번지인 나가다조(영전정ㆍ총리관저가 있는곳)를 중심으로 밀실담합이 한창일때 가이후는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 평소같으면 운전사가 운전했을 승용차를 직접 몰고 교외로 놀러다녔다. 부인을 태우고 손수 운전해 여가를 즐기는 모습이 그의 사람됨을 잘 설명해준다. 그런 아마추어적인 순수한 이미지가 일본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것도 사실이다.
와세다(조도전)대학 웅변부출신인 그는 언변이 좋아 자민당의 국회대책위원장도 역임했지만 개인적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구변은 신통치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얼굴이 붉어진다는 이유로 술을 즐기지않기 때문에 연회석상에 얼굴을 내미는 것도 되도록 피하고,골프도 안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고 한다.
그러므로 사람을 사귀는 폭이 넓지못하고,따라서 돈 쓸데도 별로 없어 의원시절에는 「닫힌지갑」「정기적금」이란 달갑잖은 말도 들어야했다. 그럴수록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고,그래서 애처가라느니 심지어는 공처가 소리도 들었다고 전해진다.
일본국민들은 바로 이런 가정적이고 생활인다운 참신함을 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여성유권자들은 「술집여자」와의 스캔들에 휘말렸던 전임총리와 가이후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 국회에서의 대정부 질문에 대해 진지한 자세로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하는 식으로 성의있게 답변하는 모습이 일반국민에게 신뢰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는 소리도 들린다.
외교면에서는 특히 미국과의 관계가 역대 어느 총리보다도 큰성과를 얻고 있다는 평가이다. 지난번 미일구조협의회 협상에서 미국쪽에 큰폭으로 양보한 것이 미국으로서는 기분좋은 일일수 밖에 없다.
그 때문인지 부시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가이후 총리를 지지하고 떠받들어주고 있다.
지난 6월하순 미일 안보조약개정 30주년 기념행사때 미국을 방문한 아베ㆍ신타로(안배진태랑) 전 자민당간사장에게 부시 대통령은 『아베씨를 포함한 자민당전체가 하나가 되어 가이후 총리에게 협력해가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 말은 유력한 차기 총리감으로 평가받고 있는 아베에게 가이후와 잘 협조해가라고 주문한 것이나 다름없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이같은 국내외의 강력한 가이후지지도를 실감하고 있는 일본정계 막후실력자 가네마루ㆍ신(금환신) 전 부총리는 『국민들까지 그가 좋다고 한다면 10년 20년 해가도록 해야하지 않겠는가』하는 말로 강력한 지지의사를 표명한바 있다.
그러나 정계의 지지기반이 취약한 가이후 총리에게 난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난관은 소비세제 개선문제와 천정부지의 땅값 상승문제이다. 또 한가지 정치풍토를 쇄신하겠다는 약속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그것도 문제라 할 것이다. 내년 가을의 총재선거에서 아베파와 와타나베(도변)파는 가이후에게 정면도전할 기세여서 앞서의 3가지 난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는데 따라 가이후의 정치적장래가 달려있다 할 것이다.<동경=문창재특파원>동경=문창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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