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유전싸고 발단/수시로 지형달라져 경계 불분명/예멘도 사우디ㆍ오만과 계속 마찰이라크의 이번 쿠웨이트 침공은 복잡한 배경을 갖고 있지만 외견상으로는 양국간의 해묵은 국경분쟁이 불씨가 된 것이다.
이라크는 지난 61년 쿠웨이트가 영국 보호령에서 독립을 하자 이 왕국이 오스만터키제국당시 이라크 남부 최대도시 바스라주의 일부였다며 영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라크는 67년과 73년 두차례에 걸쳐 쿠웨이트의 북부 유전지대를 점령하기도 했으며 이번에는 전 영토를 점령,그들이 주장해온대로 일개주로 병합해버렸다. 그러나 중동에서 이같은 국경분쟁의 불씨를 안고 있는 나라는 비단 이라크와 쿠웨이트 뿐만은 아니다.
지난 5월초 통일을 선포한 예멘은 사우디아라비아 및 오만과 국경분쟁을 빚고 있다. 페르시아만으로 진출하는 통로인 샤트 알 아랍 수로의 영유권을 둘러싼 이란과 이라크의 국경분쟁은 양국이 지난 80년부터 8년간이나 소모적인 전쟁에 휘말리게 했다.
중동국가들 사이에 국경분쟁이 빈번한 주요 원인은 이 지역이 대부분 사막지대여서 국경이 불분명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세찬 사막바람에 따라 하루에도 수십번씩 지형이 달라지는게 사막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원인은 이 지역이 서기 13세기 이후 수세기에 걸쳐 외세의 지배하에 놓여 있었다는 점이다. 중동지역은 13세기 이후 3백년간 오스만터키제국의 지배를 받았으며 1차대전을 전후해서는 새로운 강대국으로 부상한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가 됐다.
2차대전 이후 영국과 프랑스는 식민지의 독립을 차례로 허용했지만 이 과정에서 각국의 국경선은 자신들의 편의에 따라 일방적으로 결정,이것이 국경분쟁의 뿌리가 된 경우도 적지 않다.
강대국들의 일방적 국경분할을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것이 윈스턴ㆍ처칠 전 영국 총리의 일화다. 당시 처칠총리는 요르단의 대 사우디 동부국경선을 그리면서 팔꿈치가 흔들리는 바람에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각이진 곡선을 그렸다. 이때문에 이 국경선은 「윈스턴의 팔꿈치」라고 불리게 됐다.
이라크는 쿠웨이트를 점령한뒤 이처럼 「제국주의의 연필과 가위」에 의해 잘못 그려진 국경선을 바로잡기 위해 침공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중동국가들의 국경분쟁은 특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도 같은 유전지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처음에는 국경선에 대해 무심하다가도 국경지역에서 엄청난 유전이 발견되기라도 하면 유전의 소유권을 놓고 국경분쟁이 시작되기도 한다.
사우디와 쿠웨이트는 소유권이 불분명한 양국간 국경지역을 중립지대로 설정,공동관리하다 이곳이 풍부한 유전지대로 밝혀지자 논란끝에 중립지대를 다시 분할,양국이 별도 관리해 왔다.
이라크도 쿠웨이트와의 국경에 걸쳐있는 루메일라유전에 대한 완전 소유권을 오랫동안 탐내왔다.
이런 이라크는 지난달말 석유수출국기구회의(OPEC) 총회를 앞두고 쿠웨이트가 그동안 이 유전에서 24억달러 상당의 원유를 훔쳐갔다고 시비를 걸었고 이 시비가 급기야 이번 페르시아만 사태로 비약한 것이다.
이같은 국경분쟁과는 다소 성격이 다르지만 팔레스타인지방을 식민통치하던 영국이 48년 이곳을 분할,이스라엘을 건국토록 한 것도 중동의 끝없는 분쟁과 갈등을 낳았다.
오늘날 중동이 서방의 이해를 위협하는 화약고로 변한 것도 따지고 보면 서방의 책임이 크다는 주장은 새겨볼만한 것이다.<배정근기자>배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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