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합격후 「면접벽」 좌절/입사하더라도 직장내서 따돌림/설명회등 정보마저 부족“2중고”지난88년 고려대 서창캠퍼스를 졸업하고 지금은 컴퓨터판매 중소업체에 다니고 있는 윤모씨(27)는 졸업후 취직할때의 수모를 생각하면 너무 억울해 지방캠퍼스에 입학했던 것이 후회스럽다.
윤씨는 지방캠퍼스출신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능력으로 맞서기위해 3학년때부터 취업공부에 전념,영어회화 컴퓨터 타이프 무역실무 등 필요한 것은 빼놓지않고 배웠다. 도서관에서 살다시피해가며 어느정도 자신을 갖고 국내유수업체에 시험을 치러 2∼3개 업체에 1차합격했었다.
그러나 마지막 고비인 면접은 번번이 윤씨가 넘을 수 없는 선이었다. 『제2캠퍼스 출신이냐』는 질문외에는 한마디도 더 묻지 않았다. 결국 사회의 차별과 편견의 벽은 혼자 힘으로는 깰수 없다는 엄연한 현실만을 절감했을 뿐이다.
윤씨는 친척 친지의 도움으로 D그룹에 입사했다. 그러나 몇개월 되지않아 아무런 연고가 없는 부산으로 발령이 났다. 항의했으나 흘러들은 답변은 『제2캠퍼스출신을 받아준것만도 고맙게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윤씨는 사표를 던졌다.
지방캠퍼스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졸업과 동시에 찾아온다. 취업시즌이 돌아오면 발이 부르트게 취업상담실을 찾고 친척 친지를 총동원해 바늘구멍같은 취업의 문을 두드리나 별 응답이 없다. 최근 취업난이 일부 명문대를 제외하고는 모든 대학의 공통적현상이기는 하지만 특히 지방캠퍼스 학생들에게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취업정보 전문회사인 한국리크루트에 의하면 지방캠퍼스 올해졸업생의 순수취업률(취업희망자대 비취업자)은 45.6%로 서울(53.6%)이나 지방소재 대학(46.3%) 평균(48.8%)보다 크게 떨어진다. 서울캠퍼스 55.5%에 비해서는 10% 포인트가량이나 낮다.
진학이나 유학ㆍ입대를 포함한 전체취업률도 서울소재 대학의 71.3%보다 9.4% 포인트 떨어진 61.9%이다. 지방소재 종합대(57.2%)보다는 전체취업률은 다소 높은 편이나 이는 군입대 비율이 서울(5.8%) 지방(5.8%)보다 두배가 넘는 12.3%에 달하기 때문이다.
순수취업률이 전국 평균치보다 높은 지방캠퍼스는 KYH대 등 4곳뿐이며 30%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도 2곳이다.
대학과 학생은 취업률이 이처럼 저조한 가장 큰 이유는 물론 능력도 문제가 되겠지만 사회와 기업체의 뿌리 깊은 편견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초창기 「분교」라는 통칭을 「제2캠퍼스」로 정착시킨 것도 이같은 사회의 선입견이나 편견을 없애려는 학생들의 노력이었고 아직도 분교라는 호칭에 과민한 반응을 보여 항의소동을 벌이기도 한다.
기업체들은 졸업장이나 성적증명서 등에 지방캠퍼스 출신을 식별할수있는 표시가 없어 채용상 차별이 불가능하다고 항변하지만 이력서나 지원서에 출신학교의 소재지,각 학교의 학과코드 등을 기입하도록해 지방캠퍼스 학생들을 쉽에 알아볼수있다.
지방캠퍼스 출신인것을 숨기고 들어가는 경우가 더러있으나 직장내에서의 불안감으로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기 힘들어 중도사퇴하는 경우도 종종있다.
국내굴지 D그룹의 한 인사관계자는 『서류전형의 경우 학점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나 본교와 제2캠퍼스의 학점을 동일시하지는 않는다』면서 『일단 본교부터 추려서 사정하게 되므로 당연히 제2캠퍼스 학생들은 불이익을 받는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관계자는 『면접은 면접위원에게 일임돼있는데 그들이 깊은 편견을 갖고있어 점수를 잘 주지 않는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캠퍼스에는 대기업체의 취업설명회 기회도 흔하지않고 인력이 달리는 공대 일부 학과 등을 제외하고는 추천의뢰도 찾기 힘들다.
지방캠퍼스가 대부분 인근에 공단도 없고 산업기반이 취약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것도 취업난의 큰 이유로 지적된다. 지방거점도시에 위치한 지방대생들은 출신지역에 연고를 갖고 나름대로 그 지방에 취업기반을 다지는데 비해 지방캠퍼스 학생들은 서울도 지방도 외면하는 어정쩡한 입장이다.
또한 산학협도체제에 의한 취업에서도 불리하며 점차확대돼가는 인턴사원제 면접비중확대 등의 추세도 필기시험에 의존해야 하는 지방캠퍼스 학생들의 취업기회를 좁혀가고 있다.
여학생들에게는 취업난이 더욱 심각해 정상적인 과정을 통한 취업은 극히 미미하다. 결혼문제에서도 지방캠퍼스 출신이라는 이유로 중매쟁이한테 점수를 깎이는게 현실이다.
심각한 취업난을 타개하기 위해 지방캠퍼스는 갖가지 노력을 기울이나 최근 3년간 순수취업률은 45%선에서 맴돌고 있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총학생회는 자체기구로 「취업대책국」을 두고 한학기에 2∼3차례씩 취업특강을 하고 있으나 취업정보 부족이 문제점이라는게 백대진총학생회장(26ㆍ영문4)의 말이다.
취업이 쉽지않자 학생들은 하급직 공무원시험이나 중소기업 영업사원 제약회사 정부투자기관 오퍼상 등을 선호하는 편이다.
전문대의 순수취업률이 올해 82.9%까지 올라가자 중도에 자퇴하고 전문대로 옮겨가는 학생도 더러 있다는 사실은 지방캠퍼스의 어려운 실상을 한마디로 대변해준다.
학생들은 취업에서 유리한 ROTC를 선호해 단국대의 경우 지난해 본교가 54명,천안캠퍼스가 51명이었는데 학군단관계자는 『ROTC인원은 학생수에 비례해 할당되지만 지방캠퍼스 학생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도록 배려하고있다』고 말했다.
중앙대 안성캠퍼스의 한교수는 『취업철이 돌아오면 전교수가 아는 사람,동문이 있는 기업체 등에 모든 수단을 다해 추천서를 들이밀지만 그나마 떨어지는 학생이 훨씬 많다』며 『입학당시의 학력격차가 4년동안 많이 줄어드는데도 불구하고 사회적편견은 사라지지않아 대학정책에 실패한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한기봉ㆍ송용회기자>한기봉ㆍ송용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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