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출국 허용”TV스파트뉴스 자막에 안심/휘발유 못구해 고생… 차량 고장으로 중도 포기도【암만(요르단)=김영환특파원】 지난 15일 새벽 5시 쿠웨이트를 출발,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를 거쳐 장장 1천7백㎞의 강행군 끝에 17일 하오 3시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 도착한 쿠웨이트 철수교민 제1진 95명은 그간의 긴장을 풀고 피로하나 건강한 모습으로 탈출경로를 얘기했다.
이들은 제2진이 암만에 도착하는대로 준비된 KAL 특별기편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교민들은 『외부와 차단돼 가끔 극동방송의 단파 라디오나 BBC를 통해 사태를 짐작했다』면서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래 보름간 불안한 나날을 보냈다』고 말했다.
특히 쿠웨이트가 이라크와 「한나라」가 되면서 그간 미화 3.5달러에 상당하는 강세통화였던 쿠웨이트 디나르는 이라크 디나르와 1대1로 통화통합이 됐다는 것이다.
방학을 이용 부모님이 있는 쿠웨이트를 방문중 이번 사태를 만난 김희정양(20ㆍ숙대 산업미술1)은 『쿠웨이트 10디나르를 주고 5디나르짜릴 사면 이라크 5디나르를 거스름돈으로 주는게 억울했다』고 말했다.
쿠웨이트 디나르화의 교환율은 3.5 미 달러에서 이제는 40센트로 무려 14분의1로 가치가 떨어져 사업가들은 손실이 클 것이라고 한 철수교민은 설명했다.
특히 직장근무자들은 퇴직금까지 날리게 됐다고 울상이었다.
이들이 안심한 것은 두바이의 TV방송을 시청하던중 단신뉴스의 제목으로 불가리아인과 한국인들은 요르단을 통해 출국해도 좋다는 스파트자막을 본 뒤였다고 치과 기공사인 신혼 2개월의 김영호씨(38)는 말했다. 그는 오는 22일 신부를 쿠웨이트에 초청할 예정이었다.
지난 2일 새벽 5시반 왕궁 옆의 아스마스튜디오에 투숙중이던 그는 몇시간씩 총소리를 듣고 국적 미상의 군인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도 『모두가 전쟁은 안일어난다고 생각했다』면서 한국의 부인에게 전화를 걸어 『전쟁이 일어났지만 괜찮을 것 같으니 예정대로 22일 쿠웨이트에 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쿠웨이트에 사태가 터지기 전날 호텔에 투숙중이었던 손대식씨(48ㆍ유공가스 시험부장)는 『호텔에서는 통신이 두절된 뒤에도 CNN TV를 청취할 수 있었다』면서 호텔도 식량이 부족해 3일까지만 정상이었지 그 이후엔 한끼에 한접시뿐이었다고 했다.
일부 교민들은 최근까지 쿠웨이트 시내에 총성이 들렸다고 했으나 어떤 교민들은 그것이 공포였다고 설명했다.
김희정양은 『방글라데시나 인도 파키스탄인 등이 점포에서 물건을 훔쳐가는 것을 목격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들 교민 95명이 26대의 차량에 분승,철수작전을 하던중 가장 어려웠던 일은 휘발유였다고. 휘발유를 구하기 힘든데다 절약하면서 차량을 움직이려니 그만큼 힘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동과정에서의 교민 1명이 차량의 트랜스미션 고장으로 철수를 포기하는 안타까운 광경도 있었다. 사막의 길은 기온이 50도였으나 체감온도는 60도였다고 손씨는 말했다.
김희정양은 『지난 2일 새벽 3시 넘어 총소리를 들었으며 이는 상상도 못하던 일이었다』고 회고하고 『이날 아침 왕궁옆 거리에 20여대의 탱크가 움직이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한편 메리디엥호텔에 투숙했던 한 교민은 『항공사측은 여승무원들에 대한 만약의 불상사에 대비,모두 꼭대기층에 투숙시키고 종업원 전용의 엘리베이터를 이용케하고 식사도 종업원 식당에서 하도록 하는 보안조치를 취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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