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야 회유 막후접촉 제자리/내각제 싸고 계파간 입장조정 안돼 상황 더 복잡/여권/통합일정 차질로 난기류에/평민,마지막 승부수ㆍ대여협상 놓고 선택 갈림길/야권하한기류에 가려져왔던 정국경색 양상을 풀기 위한 여권의 움직임이 금주부터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여야 모두 가을정국에 임하는 체제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여야간 이해공감대를 이룰 접합점이 여전히 불투명한 데다 개헌문제와 야권통합등과 관련,각 당의 내부진통과 난기류등이 꼬여 있어 정국타개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 정치방학을 끝내고 화전 양면의 갈림길에서 고심하고 있는 여야진영의 속사정을 살펴본다.
▷여권◁
민자당은 그동안 암중모색해왔던 「야권회유책」을 서서히 가시화하면서 당장 다가올 가을국회의 정상운영 묘방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중동사태와 증시붕락등 국내ㆍ외적으로 심각히 제기된 경제사회 현안을 풀기 위한 첫 수순은 정치의 「정상복원」이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평민당이 의원직 사퇴서 수리국회해산조기총선의 목소리를 계속 누그러뜨리지 않으며 여야 접촉 자체를 피하고 있는 「외우」에다 내각제등 주요현안을 둘러싼 당내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는 「내환」에 시달리고 있어 사정은 한층 복잡한 실정. 따라서 당장 여권이 취할 수 있는 정국대처행보는 「완보」를 거듭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대야 화해제스처의 수단과 시기를 놓고 계파간 시각차도 적지않아 이나마 제대로 갈 수 있을지 의문인 게 사실.
특히 지난번 당수뇌부에 청남대회동이후 미묘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개헌기류를 언제든지 격렬한 내부 분란을 가져올 수 있는 뇌관. 김영삼대표와 김조일최고위원의 최근 신경전은 한 예이며 박철언 전정무장관이 「히트 앤드 클린치」식으로 제2 정계개편설을 흘린 것도 이같은 맥락위에 서있다.
민자당내 개헌구도의 혼선은 『연내엔 개헌문제를 논의치 않는다』는 입장,다시말해 사안의 핵심과 동떨어진 「원칙 아닌 원칙」만 표명한 데서 비롯된 당연한 귀결.
더구나 김대중 평민총재가 『내각제 포기선언이면 정국타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선을 제시하긴 했으나 『김총재의 권력구조 계산이 끝난 것은 아니다』라는 기대가 식지 않고 있는 것도 민자당의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
민자당이 유력한 협상대안일 수 있는 내각제 포기카드를 선뜻 내밀 수 없는 배경도 여기에 기인한 것. 따라서 내각제문제는 당내 역학구조상 어느 누구도 쉽게 결론을 내리기 힘든 「무중력상태」에 머무를 것으로 보이며 이런 관계는 대야 테이블에서도 계속될 수밖에 없는 현실.
이와함께 대야협상의 수위와 완급을 조절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 이와관련,막후대화를 맡고 있는 김윤환정무1장관은 최근 ▲여야토론을 통한 정기국회 정상운영의 공감대 형성 ▲야측에 등원명분 제공 ▲의원직 사퇴서 반려및 야당 등원의 묘수풀이 수순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박준병사무총장이 『야당이 접촉자리마저 피하고 있다』고 토로한 데서 보듯 첫 수순부터 꼬여들고 있다. 때문에 민주계측은 『현 상황에서 일을 서두르다보면 오히려 그르치기 쉽다』고 말하는 반면 민정ㆍ공화계는 『어떻든 야당을 빨리 끌어들여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뉜 형편.
하지만 당내 지배적 의견은 『야당 등원시기는 빨라야 10월 중순』이라는 판단이어서 이미 국정감사등 국회일정을 재조정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또한 지난번 임시국회때 상임위원장 4석을 주고도 전혀 야당의 협조를 얻어내지 못한 전술 실수를 되풀이 않기 위해선 지자제ㆍ안보관계법 협상을 국회운영과 연계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이래저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당내 지자제ㆍ안보관계법 소위를 구성한 지 한달 가까이 되도록 회의 한번 열지 않고 있는등 대야 협상목소리를 뒷받침해 줄 실제작업의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
아울러 최근 증시대책을 둘러싼 당내 잡음과 노골적인 불협화를 연출한 데서 보듯 주요정책에 대한 조율이 되지 않고 있어 대야전선에 큰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내각제등 정치일정에 관한 일관된 입장정리가 안돼 사사건건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때문에 정기국회전 당정 개편을 단행,여권의 새 면모를 이루는 것이 경색정국 타개의 첫번째 수순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높여가고 있다.
▷야권◁
평민ㆍ민주 등 야권은 의원직 총사퇴의 여세를 하한정국에 최대한 활용해 야권통합을 이뤄낸 뒤 이를 대여전략에 십분 활용할 태세였다. 특히 평민당의 경우 원내복귀문제가 쟁점으로 등장하기 전에 야권통합을 매듭짓기 위해 속전속결의 입장아래 조기통합을 거듭 주장해왔던 터였다. 9월 정기국회이전에 통합등록을 해놓아야 야권의 전력이 통합협상과 등원문제 처리에 분산되지 않는다는 계산에서였다.
그러나 야권통합이 예상보다 더딘 행보를 보이면서 이와 맞물려 야권의 단결 역시 한결 느슨해지고 있다. 평민당은 김 평민총재의 「당대표 양보용의」 발언이 통합의 행보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자 그동안의 자제를 깨고 민주당과 이기택 민주당총재를 정면으로 비난하기 시작했고 민주당 역시 평민당에 대한 공격의 수위를 한층 더 높여가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서 평민ㆍ민주간 불신의 벽은 차츰 높아져가고 있으며 이에 비례해 야권은 구심보다는 원심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시작전 통합등록을 주장하는 평민당의 주장에 말려들었다가는 흡수통합의 우를 범하게 된다는 점을 경계하면서 등원문제가 본격등장할 때까지 평민당을 발목을 통합에 묶어 놓아야만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는 민주당이 다음 선거때까지 통합문제를 미완의 형태로 두어야만 총선에서 유리한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속셈까지 지니고 있다는 확대해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평민당은 또 통합과 관련한 민주당의 이러한 태도를 비난하면서 통합문제를 가지고 무작정 민주당에 「끌려다닐 수」만은 없다는 판단을 하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고 등원문제가 본격 이슈로 등장할 때까지 통합을 이뤄내지 못할 경우 평민당으로서는 결단과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이다. 이 결단과 선택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야권통합을 위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고 또다른 하나는 통합을 잠정 포기하거나 유보시킨 채 대여협상에 나서는 길이다.
평민당은 통합협상의 와중에서도 민주당에 자극을 줘 통합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 정도의 대여접촉은 계속해왔으며 급기야는 노태우대통령의 특별지시에 따라 김종인 청와대경제수석이 지난 16일 김대중총재에게 한ㆍ소간 경제협력의 진척상황을 공식 브리핑하기에 이르렀다. 평민당은 김총재의 「당대표 양보용의」 발언이 무슨 희생을 치르더라도 통합을 성사시키기 위한 고독한 결단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계속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면 정국을 풀기 위해 다른 도리가 없지않느냐』는 식으로 정리할 가능성도 있다.
평민당이 정국운영의 축을 야권통합보다는 대여협상에 둘 경우 민주당은 적극적인 대평민당 공세에 나설 수밖에 없고 야권은 심각한 내분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평민당이 통합을 서두르기 시작한 지난 7월부터 통합이 될 경우 평민당이 대여관계에서의 과실을 독차지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계의 눈초리를 풀지 않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평민당이 이러한 비난을 무릅쓰고 원내복귀라는 결정을 내릴 경우 원내 절대소수에서 비롯되는 상대적 불이익을 감내해야만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어 손익계산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재야는 통합협상은 물론 야권의 대여 공동전략수립에 있어 평민 민주간에 중재자역을 자임하고 나섰으나 재야의 통합절충안이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 못했듯이 분명한 현실의 한계를 다시한번 확인했다고 볼 수 있다.<이병규ㆍ이유식기자>이병규ㆍ이유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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