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때 모은 5조기금 엉뚱한 곳 사용/네온규제등 수년전 나온 시행안된 조치/확실한 대책은 「값 올리기」뿐중동사태의 장기화로 3차 석유 위기에 대한 온 국민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대대적인 에너지 소비 억제대책을 마련했다.
정부가 경제장관회의를 거쳐 확정한 에너지 소비 절약 종합대책은 가정 산업 수송 등 각부문에 걸쳐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대책은 휘발유값 전기료 및 자동차세 주차료 냉방기값 등 에너지 관련 가격들을 엄청나게 올려 소비를 줄이자는 것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각종 소비 억제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물론 석유 한방울 안나는 우리 형편에서 될수록 에너지를 아껴써야만 한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얘기고 국민들의 자발적인 호응에만 의존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점도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이번에 마련된 대책 가운데 상당부분이 지난 수년간 창고 속에 묻혀 있다가 다시 먼지를 털고 나온 듯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
예를 들어 광고선전용 입간판을 업소당 1개만 허용한다거나 엘리베이터를 격층제로 운행하고 네온사인의 가동시간을 제한한다거나 하는 각종 소비절약 방안들은 이번에 새로 마련된 것이 아니라 이미 수년전부터 동자부의 절전고시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사항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에너지 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왔고 이제 고유가시대를 맞게 되자 정부가 다시 녹슨 칼을 빼낸 셈이다.
따라서 이제까지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한 두어달 법석을 떨다가는 언제 그랬더냐는 듯이 정부나 국민 모두가 싹 잊어버리는 과정이 되풀이 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실제로 이번 대책 가운데 가장 확실히 시행될 것은 전기료ㆍ주차료ㆍ자동차세 및 휘발유ㆍ에어컨 등에 대한 특소세 인상조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비아냥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현재 유가수준에서 휘발유의 특소세를 1백30%로 인상하는 것 하나만 가지고도 연간 3천억원의 세수가 늘게 되므로 내년도에 유가가 인상되는 것을 감안하면 국민들의 세부담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물론 소비억제를 위해서는 값을 올리는 방법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지 모르나 과연 정부가 앞으로 엄청나게 더 걷힐 세금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그동안 10년간에 걸친 저유가시대 속에서 국민들은 당연히 자기몫으로 돌아와야 할 유가 인하분을 포기하면서 무려 5조원이 넘는 석유기금을 조성해 주었지만 이제 다시 고유가시대에 접어들면서 기금을 활용한 유가 완충이 사실상 불가능하여 내년에 석유값을 대폭 올려야 하겠다는 자못 당당한 정부관리의 말을 들으면서 배신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번 휘발유값 및 자동차세의 인상방법을 둘러싸고도 경제기획원 재무부 내무부 교통부 건설부 동자부 등 관련부처마다 서로 자기들의 몫을 늘리기 위해 끝까지 이견대립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소비억제란 명분 아래 국민부담만 또 늘어나고 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있다는 것을 정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박영철기자〉
◎부문별 세부추진 계획
▷수송부문◁
▲중ㆍ대형차에 자동차세 중과 ▲휘발유 특소세 인상(85%→1백30%) ▲연비가 낮은 차량의 생산 및 수입규제 ▲택시의 중형화계획 완화 ▲주유소 영업시간 제한 ▲도심지역 자가용 승용차 주차료 대폭 인상 ▲전철역 인근에 주차시설 건설 ▲가구당 2세대 이상 승용차 보유시 자동차세 중과
▷가정ㆍ상업부문◁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확대 ▲ 계절별 전기료 차등폭 확대로 여름철 전기료 인상 ▲대형 냉방기 가동 사무실등 겨울철에도 기본요금 부과 ▲사무실 일반공장의 백열등 사용 금지 ▲광고선전용 옥외간판 업소당 1개만 허용 ▲야간조명탑의 옥내외 사용 금지 ▲엘리베이터 3층 이하 운행 금지 및 4층 이상 격층제 운행(병원ㆍ관광호텔 등 제외) ▲일반 사설운동장 야간조명시설 사용금지(테니스장 제외) ▲상업용 전자식 전광판 신설금지 ▲네온사인 전자식 전광판 소형조명전구 등 옥외 광고는 일몰 후부터 밤 12시까지로 사용시간 제한 ▲영화관에 밤 12시 이후 전력공급 제한 ▲하절기중 냉방기 가동하는 실내경기 제한 ▲전기사용량 3㎾ 이상 대형에어컨(슬럼형이상) 특소세 인상(25%→32.5%) ▲사우나 유흥음식점 등 호화사치성건물 신축 제한 ▲주택 및 건물신축시 단열시공 철저 점검 ▲국민주택 이상규모 아파트 열량계설치 의무화 ▲건물의 적정 냉난방온도(현행 여름 26도ㆍ겨울 22도)기준을 재조정,법령에 명문화
▷산업부문◁
▲산업용 전기요금 계절별 차등화로 여름철 전기료 중과 ▲에너지절약 시설투자 지원 및 세액공제(10%) 특별상각인정 연장 ▲에너지 절약 시설자금은 여신 한도에서 제외 ▲중소기업에 대한 에너지 진단 지원 ▲업체별 목표에너지 원단위 설정 및 관리 철저 ▲에너지 절약 전문기업 육성 ▲도시공단 건물 교통시설 등 신축시 에너지효율 평가제도 도입 ▲신규택지 개발시 지역난방시스템 도입 의무화
▷기타◁
공공기관 에너지 10% 절약운동 전개 및 산업체 가정에서도 동참 유도 ▲대전무박에 에너지 종합홍보실 건립 ▲에너지 절약 우수사례 포상 확대 ▲에너지절약 교육 강화 ▲정부투자기관의 에너지 절약 평가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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