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쿠웨이트침공에 따른 대책을 논의키 위해 여당 단독의 국회 3개 상임위가 14일과 16일 양일간 잇달아 열렸다. 지난 임시국회 파행운영의 후유증에 시달려온 민자당은 당초 야당이 끝내 불참할 경우 일방상임위 대신 당정간담회 형식을 취한다는 생각이었다.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하고 장외로 뛰쳐나간 야당을 배제하는 회의가 자칫 진행중인 물밑 여야 접촉의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자당은 반쪽회의라도 「정상적」 모습을 갖추는 게 현안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을 과시할 수 있다고 생각했음인지 방침을 바꿔 단독회의를 진행했다.
야당이 『현시점에서 상임위를 소집하려는 것은 의원직 사퇴의 뜻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라고 치고 나온 것을 역으로 되받는 효과도 노렸음직도 하다. 또 『국내 원유공급과 해외건설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정치외교적으로 민감한 지역의 분쟁문제를 국회가 간단히 넘길 수 없다』는 명분도 덫칠돼 있다.
실제 회의에서 여당의원들은 야당의 공백까지 메우려는 듯 나름의 「열성」을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동자위에선 말썽 많은 석유사업기금의 방만한 운영을 따지기도 하고 외무통일위에선 향후 예상되는 외교적 손실과 유엔 안보리에서 유엔군 편성을 결의할 때의 우리측 대응등을 추궁한 게 그것. 이외에도 의석 3분의2를 넘는 민자당의 위세로 야당의원들의 빈자리를 좁아 보이게 한다는 계산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같은 모양 갖추기에도 불구,이날 회의는 여당 단독의 국정운영이 갖는 한계성을 그대로 드러내 보였으며 다가올 정기국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했다. 당장 외유중 의원들을 대체,출석률을 높이기 위해 타상위 의원들을 긴급 재배치한 민자당의 「기민함」도 그렇지만 항상 일이 터져야만 뒤늦은 수습책 마련에 허둥대는 정부의 버릇을 고쳐줄 목소리는 길지도 강하지도 집요하지도 않았다.
외무위에서 엉뚱하게 옐친 내한논쟁으로 민자당 계파간 신경전을 벌인 것은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예.
이미 이날 아침 확대당정회의에서 걸러진 중동문제를 새삼 국회서 격식을 차리려는 이유도 납득키 어렵지만 원내로 들어오라느니 못들어가겠다느니 싸우는 정치판이 오버랩,더욱 씁쓸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