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땅에서 맞은 금년 8ㆍ15는 착잡하기만 했다. 오봉(양력 8월보름 백중맞이) 휴가로 동경이 텅 비다시피한 가운데 베풀어진 종전기념일 행사는 일본정부 고관들과 전몰자 유가족등 관련자들만의 일인 것처럼 보였다.이번 행사에 각별히 신경이 쓰인 것은 최근 일본 언론에서 「일본이 일으킨 전쟁」의 억울한 피해자한반도나 대만 중국 동남아제국 등에 대한 사과와 보상의 필요성이 강조됐던 터여서 기념사 같은데 한 대목쯤 언급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정부 주최로 동경의 무도관에서 열린 추도행사에서 아키히토(명인) 일왕이나 가이후(해부준수)총리는 이에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다만 사회당만이 『남북한및 아시아 태평양제국에 식민지 지배에 대한 공식사죄와 보상을 함으로써 신뢰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짤막한 성명을 냈을 뿐이다.
이날 전몰자들의 넋을 봉안한 야스쿠니(정국) 신사에 참배한 정부 각료가 작년보다 2명이나 많은 18명이나 됐다는 사실도 한층 착잡한 심경을 더해 주었다. 군국주의 부활의 징조가 아니냐고 총리의 공식참배를 불쾌해 하는 이웃나라들을 의식,가이후총리와 외무ㆍ관방 등 관련장관들은 2년째 참배를 보류했지만 참배각료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것은 근년래의 추세이다.
이날 밤 NHK TV에서는 소련에 억류돼 있는 옛 일본군들의 비극을 추적한 특별 르포프로그램이 방영돼 많은 시청자들을 울렸다.
소련군 점령지에서 포로로 잡힌 구 일본군 57만5천여명 가운데 47만5천여명은 수용소 생활끝에 귀국했지만 10만여명은 계속 억류됐다고 하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이 프로의 뒷맛이 허전하고 미흡한 것으로 느껴지는 것은 사할린땅에 억류돼 있는 수만명의 우리 동포들이 떠오른 때문이다.
일본인 신분으로 강제로 끌려간 그들이 종전후 귀국을 서두를 당시 『이제는 일본인이 아니므로 일본인 귀국선에 태울 수 없다』고 총부리를 들이대 강제로 하선시킨 사실,그래서 손톱ㆍ발톱을 깎아 우편으로 고국에 보내고 피멍울 같은 한을 안은 채 이국땅에서 죽어간 한국인도 많다는 사실도 한마디쯤 언급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역시 일본은 「먼나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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