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 총재 「이 대표」 발언/기득권 포기냐 「책임벗기」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 총재 「이 대표」 발언/기득권 포기냐 「책임벗기」냐

입력
1990.08.16 00:00
0 0

◎통합 지지부진에 일단 「결자해지」 자세/결렬대비 명분용설도… 이 총재엔 부담/야 통합 새 국면… 불신 벽이 문제○…김대중 평민당총재가 15일 「필요하다면 이기택 민주당총재 밑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은 김총재의 거취문제와 야권통합문제가 지니고 있는 함수관계로 미뤄볼 때 다각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야권통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신에게 닥칠 여론의 화살을 의식해온 김총재는 야권통합 협상이 답보를 거듭하자 민주당이 통합의 최대 장애요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자신의 거취문제를 자신의 손으로 풀어보겠다는 태도를 분명히하고 나선 것이다.

김총재는 지난 8일 15인 협의기구의 첫 협상이 기대 이하의 성과를 보이고 통합 행보가 오히려 뒷걸음칠 조짐을 보이자 『뭔가 결정을 내리겠다』는 얘기를 자주해왔고 『통합협상의 진전을 봐가며 지금까지 한 얘기 이상의 것을 밝힐 수도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오던 터였다.

○…김총재 발언에 대해 평민당마저 예상외라고 받아들이고 야권은 그 의미를 다각도로 해석하고 있지만 크게 나눠 네가지 측면에서 분석이 가능하지 않나 싶다.

첫째는 김총재의 주장대로 어떤 경우에도 통합을 성사시키기 위한 기득권 포기의 결단으로 볼 수 있다.

김총재는 이미 지난달 김대중­이기택회담,김대중­이기택­김관석회담과 보라매공원대회 등을 통해 야권통합의 당위성을 물러설 수 없게 역설해놓았기에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야권통합을 성사시켜 놓아야하는 책무를 지고 있다.

그리고 민주당의 주장대로 자신의 거취문제가 통합의 장애요인이라면 스스로 앞장서 이 매듭을 푸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통합의 당위성 주장과 맥이 통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만약 통합논의가 자신의 거취문제로 무산의 위기에 처한다면 김총재 주변에 설정돼 있는 만만치 않은 복합적 상황으로 미뤄볼 때 이유야 어디에 있든지간에 김총재에게 책임의 상당부분이 돌아올 수밖에없다는 측면도 있다. 김총재가 3당합당과 야권통합 논의과정에서 줄기차게 제기되어온 자신의 거취문제에 대해 취해온 완강한 태도를 감안해보면 이날 발언은 어려운 결정으로 평가될 수 있다.

둘째는 김총재의 이날 발언이 이 민주총재에 대해 통합을 촉구하는 엄청난 압력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총재는 줄곧 『이 민주총재의 통합에 대한 자세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해왔지만 이총재의 통합에 대한 의지가 희석돼 가고 있다는 지적이 팽배한 시점을 택해 이총재를 통합의 고리에 묶어두겠다는 강력한 의사를 표명했다고 할 수 있다.

통합야당의 「대표얼굴」 문제가 쟁점으로 등장했을 때 야권에서 가장 빈도높게 거론되는 것은 김대중ㆍ이기택고문에 김관석대표설이었지만 이총재가 「대표얼굴」로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첫 거론자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김총재인 것이다.

셋째는 이날 발언이 이총재 밑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부분과 결코 2선으로 물러날 수 없다는 부분에 같은 하중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김총재로서는 자신의 거취에 대한 민주당의 요구가 곧바로 2선후퇴로 확산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더이상 2선후퇴 주장이 노골화되기 전에 어려운 결정의 형태를 빌어 2선후퇴문제에 대한 쐐기를 미리 박아놓으려 했을 수 있다.

넷째는 야권통합이 어려운 국면을 맞을 경우 필연적으로 제기될 책임논쟁에 대비한 명분축적용의 성격도 있다.

김총재와 평민당으로서는 통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이날의 거취발언으로 최선을 다했다며 민주당과 이총재를 공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총재의 이날 발언이 야권통합을 어느 정도 활성화시킬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상대 당사자인 민주당과 이총재는 발언이 담고 있는 진의파악에만 주력하면서 공식반응을 유보하고 있으며 어떤 형태의 김총재 발언이라도 현 상황에서 지닐 수밖에 없는 「불신의 벽」이 여전히 통합의 문제점으로 가로놓여 있기 때문이다.<이병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