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구조 특수성탓에 손해/정부 저금리정책으로 5∼6% 큰격차 경쟁뒤져/외국은 통화규제서도 제외… 상대적 우대 받는꼴일반적으로 국내금융시장에서는 국내은행이 우대를 받고 외국은행이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질적으로는 국내은행이 차별을 받고 외국은행이 우대를 받는 역차별현상이 상당히 심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에 진출한 65개 외국은행의 지점들은 기회만 닿으면 외국은행에 대한 당국의 차별을 철폐하라고 아우성이지만 국내금융시장의 특수성때문에 이들 외국계 은행들은 국내은행들의 부러움을 사며 갖가지 우대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외국은행들의 우대가 정책당국의 사대주의적인 정책에 의해서 나오는게 아니라 국내금융시장 구조와 현황의 특수성에 기인한다는 점이다.
국내은행과 외국은행의 명과 암을 갈라놓고 있는 것은 금리자유화.
지난 88년 12월 정부의 금리자유화 조치로 대출금리와 2년이상의 수신금리가 자유화된 이후 국내은행들은 형식상의 자유화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금융비율경감을 위한 저금리정책을 관철시키려는 정부의 의도에 의해 금리의 자유로운 조정이 어렵게 되어있다.
반면에 외국은행들은 금리가 명백히 자유화된 만큼 정부당국의 금리억제 노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었기 때문에 수신금리에서나 대출금리에서 국내시중은행들보다 많게는 연 5∼6%나 높은 금리로시중자금을 유인,거액의 예금을 끌어모을 수가 있었다.
금리가 완전히 자유화된 CD(양도성 예금증서)의 경우 지난 7월말현재 외국은행의 수신액은 4천7백억원. 올해 들어서만도 무려 3천억원이나 늘었다.
이처럼 수신고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것은 외국은행의 수신금리가 대체로 연 14∼15%선으로 국내은행의 CD수신금리 11%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 금리가 높은데 돈이 안모일리 없고 돈이 모이면 대출초과수요 상태에서 충분히 그이상으로 운용할 수가 있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이러한 금리차에 대해 속으로만 끙끙앓고 있을뿐 연 11%인 금리를 올리려는 생각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형식상 CD수신금리가 자유화됐다고 하지만 여러가지로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은행으로서 마음대로 금리를 올릴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이다.
신탁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6월말 현재 외국은행의 신탁수신고는 2천8백96억원. 이중에서도 특히 2년간 33%(연 16.5%)의 고금리를 보장한다고 해서 적지않은 파문을 국내금융시장에 일으켰던 시티은행의 슈퍼신탁수신고는 1천5백50억원. 올들어 7백90억원이 늘어 수신고는 2배가 됐다. 슈퍼신탁은 금리가 높은만큼 자연히 돈이 모여들고 있다. 시티은행은 지난 7월 정부의 실세금리인하 방침으로 슈퍼신탁에 연 13%의 통화채를 30%씩 매입하도록 조치하자 수지를 맞추기가 어렵다고 판단,수신금리를 30%로 낮추는 한편 슈퍼정기예금을 새로 개발,정부의 조치를 피해 달아나고 있다.
수신금리가 2년 이상부터 자유화돼 있음을 십분 활용한 슈퍼정기예금은 2년만기 짜리로 30%(연 15%)의 금리를 보장해주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들보다 3%가량 높은 금리이다. 이처럼 수신금리가 높은 만큼 대출금리도 매우 높아 연 16∼18%로 운용,한편으로는 실세금리상승을 부채질하고 있기도 하다.
이밖에도 외국은행들은 통화당국의 일상적인 유동성규제 수단인 RP(환매조건부 채권매매)등으로부터도 제외돼 있어 자금운용의 혜택을 받고 있으며 중소기업으로의 자금균형배분을 위한 중소기업 의무대출비율도 국내시중은행 35%,지방은행 80%등에 비해 25%로 우대받을 뿐만 아니라 그 비율조차도 제대로 지켜지지않고 있다.
아울러 은행법상 규정돼있는 동일인 여신한도도 외국은행에는 사실상 없다. 은행감독원장의 승인만있으면 가능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개발시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시작된 것이긴하지만 외국은행들은 원화대출자금조성을 위해 한국은행과 스와프(SWAP)거래를 할 수 있고 또 수익(연 0.3%)도 보장 받는다.
외국은행들은 이러한 우대를 받고 있으면서도 지점증설제한,부동산취득 제한 등의 규제만을 강조하며 이를 풀어줄것을 여러각도에서 요청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86년 우리경제의 흑자전환으로 위축됐던 외국은행들이 금리자유화후 다시 세력판도를 넓혀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잘못된 국내금융시장 구조에 의한 외국은행의 우월적인 영업행위는 우루과이라운드의 타결을 앞두고 국내 금융질서개선의 시급함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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