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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적 기로에 선 후세인 요르단국왕(뉴스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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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적 기로에 선 후세인 요르단국왕(뉴스메이커)

입력
1990.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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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와 오랜 맹방… 아랍권 반이라크에 곤욕/특유의 중도노선 발휘여부 주목이번 중동사태에서 이라크와 미국의 고래싸움에 끼여 그야말로 새우등 터지는 격이 된게 요르단의 후세인 국왕(55)이다.

당초 난처한 처지에 빠지기는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도 마찬가지 였지만 그가 아랍정상회담을 통해 아예 태도를 분명히 한데 비해 후세인 국왕은 갈수록 더 진퇴유곡의 난감한 입장인 것 같다.

이라크의 오랜 맹방인 요르단은 사태발발 직후에 잠시 이라크 지지를 표명했을뿐 곧바로 아랍정상들의 대세에 밀려 서방측에 붙을 수 밖에 없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합병을 부인하고 유엔의 대이라크 제재동참을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후세인 대통령이 쿠웨이트에서의 철군에 대한 조건으로 이스라엘의 점령지 철수를 들고 나오자 후세인 국왕은 당장 할말이 없게 됐다. 요르단도 영토의 일부(요르단강 서안)를 이스라엘에 점령당한채 지내왔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후세인 대통령이 「대미성전」을 외친후 요르단 국내에서 반미데모가 거세진 판에 이스라엘의 점령지 철수 주장까지 나왔으니 후세인 국왕의 국내입지도 순탄치 않을게 뻔하다. 공교롭게도 이슬람교 창시자인 모하메드의 제39대 손이기도 한 그는 지금까지는 중도노선을 표방한 줄타기 외교로 인구 3백만에 면적 9만㎢의 소국 요르단을 그런대로 잘 다스려 왔다.

후세인 국왕은 지난 70년에도 이번과 비슷한 경우를 당한 적이 있었다.

그는 요르단을 팔레스타인인들의 대이스라엘 공격기지로 제공해 달라는 요구와 이스라엘의 공격위협이라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 고민하다가 이스라엘과 외교적 타협끝에 팔레스타인 게릴라들의 요르단 거주를 묵인하는 중재안을 얻어 냈었다.

이 당시 서방언론들은 후세인 국왕의 처지를 빗대 그에게 「중동의 햄릿」이란 별명을 붙였었다.

아랍국가중 유일하게 석유가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요르단은 아랍의 최빈국이면서도 후세인 국왕의 수완에 의해 국제적 지원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국가이다.

특히 30여년간 왕정을 이끌어 오면서 국민의 신망과 국제적인 명성을 잃지 않고 있는 후세인의 정치력은 위기때마다 그 진가를 발휘해온게 사실이다.

53년 18세의 어린나이로 즉위한 후세인은 이집트와 영국에서 수학했는데 영국 왕실공군대학에서 익힌 조종술이 뛰어나 초음속제트기를 스스로 몰기도 하고 이 취미 덕분에 59년엔 시리아 공군기의 기습을 당하기도 했다.

요르단 최초로 수상스키를 도입했으며 승마 자동차경주도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으로도 유명하다.

취미생활 못지 않게 그의 여성편력도 국제적으로 명성이 자자해 지금의 4번째 왕비는 레바논계 미국인으로 팬암항공사장의 딸인 누르ㆍ알ㆍ후세인 여사. 결혼 당시 16세 연하인데다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재원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었다.

후세인의 이런 재능과 수완에도 불구,현 아랍각국들의 분위기가 반이라크 쪽으로 기울고 있는 상황에서 요르단은 이 대열에 「말」이 아닌 「행동」으로 동참할 수도,그렇다고 외면하기도 어려운 입장에 빠져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입장을 「한손은 이스라엘과 미국,다른 한손은 이라크를 잡고 있는 상태」라고 비유하면서 『현 사태를 해결하는 길은 미군이 사우디에서 철군하는 대신 아랍의 민족주의를 부활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그다운 절충안을 제시한다.

이를 두고 일부 이스라엘 언론들은 『히틀러(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 협력한다면 결국 무솔리니꼴이 될 것』이라고 비난겸 으름장을 놓고 있다.

몇차례의 암살기도를 넘기면서 『나를 쏘라』고 오히려 저격범들에게가슴을 들이내민 적도 있는 그가 그 배짱을 이번 사태에서도 적절히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이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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