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가 쉴새없이 활발하게 돌아가는 것 같은데 손에 잡히는 성과가 한 톨도 없는게 요즘의 남북대화의 실상이다. 크게는 동서 화해물결과 작게는 동서독의 통일무드를 틈타 남북간에도 40여년간의 분단상황에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온갖 노력이 동원되고 있으나 북한은 여전히 냉전시대의 사고방식에 젖어 있는 것 같다. 개혁과 개방에 전혀 뜻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개방바람을 두려워하고 있는 눈치가 역연하다.남한측은 지난 7월20일 노태우 대통령의 「민족대교류」를 제의하면서부터 그동안 북한이 제의해온 것들도 수용하는 적극적인 방향으로 문을 활짝 열어 제쳤으나 북한은 다른 핑계를 대면서 여전히 문을 꼭꼭 걸어잠그고 있다.
북한측의 구미를 맞추느라 계속 양보를 거듭해온 남한쪽은 12일 홍성철 통일원장관의 성명을 통해 북한이 선별적으로 초청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민련등 특정단체의 방북허용까지 양보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그들이 하자는대로 모두 하겠다고 하는데도 북한은 당국을 배제하고 범민족대회추진 본부측과 직접 협의하겠다는 절차문제를 들어 예상대로 거부했다.
북한은 이미 6만여명에 달하는 남한의 방북희망자 명단조차 접수를 거부함으로써 13∼17일까지의 「민족대교류」 제의를 외면했는데 북한이 스스로 초청한 단체에 대해서도 입북을 거부한 이상 남북간의 인적교류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봐야할 것 같다.
앞서 북한측은 서울서 열릴 예정이던 범민족대회에 참석키 위해 판문점까지 왔다가 갑작스럽게 장소에 시비를 걸어 되돌아간 사실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초청한 단체만이라도 보내겠다고 양보 했는데도 북한이 계속 딴전을 피고 있는 이상 민족 「대교류」제의는 「무교류」의 결과를 낳게 될 것이 뻔하다. 그리고 앞으로 추석 설날 등에도 호응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아무리 그들의 비위를 맞춰가며 이런 저런 제의를 해보아도 소용이 없다면 근본적으로 남북대화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요구하는 조건을 다들어주어도 계속 외면만 한다면 그들이 하는 모든 대화제의는 전부 거짓이라는 것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들의 허위선전 장난에 남한이 턱없이 놀아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들은 손톱만큼도 문을 열뜻이 없는데 우리만 방북 신청자 명단을 수없이 만들고 오지도 않는 그들을 위해 임진각에 환전소까지 설치한다는 것은 너무나 우스꽝스러운 일 아닌가. 남북문제는 결코 장난일 수 없기 때문이다. 대화와 개방에 전혀 뜻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제는 실현성 있는 다른방법을 찾아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때마침 광복 45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북한의 허위선전 놀음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의 대책이나 제의가 아니라 전혀 새로운 차원의 전략을 강구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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