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ㆍ「야권통합」 관련 주목/「권위청산」 명분속 「딴계산」도/드러난 「주자」없는 민정계 중심… 월계수회 목소리 커/민주 본격 거론이어 평민 서명파내서도 “수면하대기”이른바 정치권의 「세대교체론」이 정가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어 진원지ㆍ주장의 배경ㆍ파장 등에 적잖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여야 정치지도자들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정가일각의 이같은 주장은 비공식적 형태를 띠고 있고 아직 뚜렷한 세를 얻고 있지는 못한 게 사실.
그러나 이같은 문제제기가 여권내의 내각제개헌 흐름이 주춤하는 시점과 맞물리고 있고 야권통합 움직임과도 무관하지 않아 다양한 관측을 낳고 있다.
특히 민자당의 경우 차기대권과 관련,뚜렷한 「얼굴」을 갖지 못한 민정계를 중심으로 이 주장이 개진되고 있는 점은 또다른 「계산」을 읽게해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때문에 정국향배에 따라 세대교체론이 구체적 내용과 행동을 담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현재의 정국경색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이 문제에 대한 여론의 반응도 주목된다.
○여권
○…여권의 세대교체론은 민자당내 민정계가 진원지. 세대교체론의 골격은 「3김 퇴진」을 겨냥한 것으로 차기정권은 3김을 배제한 차세대지도자가 맡아야 한다는 것. 그 이유로는 YS(김영삼대표)나 DJ(김대중 평민총재)의 경우 지난 70년 40대 기수론을 표방한 뒤 20년간 총재나 대통령후보로 야권의 권좌를 차지해왔고,JP(김종필최고위원)는 5ㆍ16이후 줄곧 3,4공화국에서 2인자의 자리를 누려온 한국 정치의 상징적 「권위주의의 유물」이라는 것.
특히 내각제개헌이 불발될 경우 YS와 DJ로 대통령후보가 압축된다면 지난 87년 대선때보다 더욱 극한적인 지역대결로 국론분열을 가져오는등 후유증이 심각할 것을 지적하고 있다.
○…민정계의 세대교체론은 크게 세가닥 줄기로 제기되고 있다. 하나는 이종찬ㆍ이춘구ㆍ이한동ㆍ심명보의원 등 구민정당 당직자출신의 중진그룹. 이들은 모두 3당통합과정에 소외됐던 당내 비주류인사들로 YSㆍJP의 향후 위상과 불가분의 상관관계를 지니고 있다.
이들은 민정당 시절부터 『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는 주장아래 3김 동시퇴진론을 제기했다. 이들의 「물갈이론」에는 김윤환정무장관과 박준병총장도 묵시적 동조를 하고 있으며 10ㆍ26직후 구공화당에서 정풍운동을 주도했던 남재희ㆍ정동성ㆍ오유방의원도 적극적으로 가세하고 있고,이자헌ㆍ이태섭ㆍ이치호ㆍ김태호의원 등도 이들과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또다른 그룹은 박철언 전정무장관 중심의 월계수회.
이들은 정국파행의 동인이 YSㆍDJ대결구도로 압축되는데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향후 대권전에서 YSㆍDJ세대결은 막아야 하며 그 대안으로 국민에게 신선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차세대지도자가 대권을 수임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월계수회의 이같은 주장은 YS 견제전략이면서 내부적으론 민정계의 대표주자로 박 전장관을 부각시키려는 속셈으로 분석할 수 있다.
세번째의 흐름은 민정계의 초ㆍ재선의원그룹들의 「체질개선론」이다. 즉 김중위 김진재 김문기 홍희표 장경우 이진우 조경목 손주환 최재욱 임인규 권해옥 이응선의원 등 20여명의 초ㆍ재선의원들은 3당통합직후 YS와 박철언 전장관과의 갈등으로 당내분이 고조될 때 비공식모임을 갖기 시작,YS 비판론 제기및 민주계측에 즉각 대응하는 「첨병」 역할을 해왔다.
특히 초ㆍ재선의원그룹은 중진의원그룹과도 자주만나 가을정국상황및 YS의 행동반경추이를 지켜본 뒤 올 하반기부터 세대교체론을 공식거론하겠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 더욱이 초ㆍ재선의원그룹은 박태준최고위원과 교감의 폭을 넓히고 있어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중진그룹의 L의원이 내년 1,2월께 모종의 「결단」을,또다른 L의원이 『앞으로 2∼3개월만 기다려보면 무엇인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은 세대교체론의 공식화를 예고해주고 있다.
민주계측은 이같은 흐름을 애써 외면하면서 내각제개헌이 불발되고 현행헌법으로 유지될 경우 민정계내에 「간판스타」가 없는 만큼 YS쪽으로 대세가 기울게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반면 공화계측은 세대교체론 제기목표가 민정계의 대 YS 견제전략으로 분석하면서도 「3김 동시퇴진」에 JP도 포함돼 있는 점을 감안,민자당내의 공화계 향후 위상을 우려해 언급자체를 자제하고 있다.
그런 만큼 세대교체론의 공식화여부는 노대통령의 후계구도 의중과 JP의 대응자세가 적잖은 변수로 작용될 것이 확실하다.
○야권
○…야권의 세대교체론은 아무래도 민주당쪽에서 활발한 편. 창당이념에서 「세대교체 체질개선」을 모토로 내걸고 있을 뿐 아니라 이기택총재의 「1노3김 퇴진론」이나 박찬종 부총재의 「권위청산선언」,홍사덕부총재의 「차세대지도자론」 등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주장들이다.
이같은 민주당의 저류는 평민당과의 야권통합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수면위로 부상했으며 세대교체의 대상과 시기를 놓고 한때 당이 두세개로 쪼개질 국면까지 치닫기도 했다.
민주당쪽의 세대교체론은 좁게는 「김대중 평민당총재가 퇴진한 야권」을 의미하며 넓게는 「1노3김 스타일의 정치행태 청산」을 의미한다.
김 평민총재 퇴진을 요구하는 세대교체론은 지난 5월 평민당과의 통합협상이 시작되면서 당의 「공개적 언급금지」 지침에 따라 잠복했던 것. 그러나 지난 20일 평민ㆍ민주ㆍ재야의 3자회담에서 「통합결의」를 선언한 직후 김 평민총재가 전당대회에서 「2선후퇴 절대불가」를 천명하고 나서자 민주당내에선 「세대교체 없는 통합불가」 분위기가 크게 고조,통합논의 자체마저 이 문제에 걸려 교착되고 있는 실정.
이 때문에 구신민당시절 양 김씨 아래서부터 「3김 퇴진의 세대교체론」을 견지해온 이총재로서는 김 평민총재가 건재하는 야권통합을 밀고나가기에는 당내에 설득할 명분을 찾기 어렵게 됐고,결국 통합신당의 지도체제로 「2인(김ㆍ이총재)의 상임고문과 제3의 인물대표영입」이란 고육책을 당내부 방침으로 정하게 됐다.
한편 박부총재의 「권위청산선언」이나 홍부총재의 「차세대지도자론」은 세대교체의 대상과 시기를 다소 넓게,멀리 잡고있는 게 특색.
87년 대통령선거때의 양 김씨 분열이후 공개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이들의 세대교체론은 한국정치의 구습의 상징으로 1노3김을 상정,『나이의 교체가 아니라 정치의식과 행태의 전환』을 주장하고 있다. 즉 냉전과 분단의식에 기초한 정치문화나 이에 길들여진 정치인은 도태돼야 한다는 것이다.
○…평민당의 세대교체요구는 김대중총재의 절대적 위상에 압도되어 드러내놓고 표출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욕구」의 가닥은 잡혀 가고 있는 느낌이다.
평민당의 가시적 세대교체 주장은 지난 5월의 야권통합 관련 서명운동으로,이는 김총재퇴진을 저변에 깔고 있던 민주당의 야권통합방안에 동참한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김총재의 누수현상」의 시발로 분석되기도 했다.
8명의 서명자중 일부는 오히려 『김총재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일을 저질렀다』고 변명했지만 조윤형부총재 정대철ㆍ박실ㆍ이해찬의원 등이 세대교체ㆍ체질개선주장을 내심 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소장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당내민주화 요구세력」과 맥을 같이하면서 김총재주도로 전개된 의원직 총사퇴와 야권통합 국면이 9월을 넘기면서까지 뚜렷한 성과를 못얻을 경우 표면화될 가능성이 있다.
○…1노3김 퇴진을 요구하는 세대교체론과는 달리 재야쪽의 「물갈이론」은 제도정치권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점이 특색.
통추회의의 민주연합측 대표격인 이부영씨는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재야의 민족성과 도덕성을 정치권에 유입시켜 질적인 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현 민중당(가칭)의 백기완고문과 함께 민연추를 이끌어냈던 것.
그 결과 87년 대통령선거 당시 독자후보론을 주장했던 그룹이 민중당으로 추려지고 당시의 비지(김대중후보 비판적 지지) 그룹과 후보단일화(사실상 김영삼후보선호) 그룹의 일부가 모인 통추회의는 특정인사 퇴진론을 내놓고 주장하기는 곤란한 상황.
현실정치 참여를 선언하며 야권통합의 한쪽 당사자로 나선 통추회의는 장기적 「물갈이」를 목표로 일단 야권 접목을 최우선과제로 선택했다.<조명구ㆍ정병진기자>조명구ㆍ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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