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등 중심… 성조기 태우며 테러위협/회교지도자는 「성전」 선포도… 지원병 늘어미국의 사우디파병이후 급속히 고조되고 있는 아랍권 내부의 반미 기운은 이번 중동사태를 새로운 국면으로 몰고 갈 잠재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랍연맹회원국 정상들은 10일 이라크의 침공으로부터 페르시아만 국가들을 보호하기 위한 아랍연합군 결성과 함께 사우디의 미군파병 요청을 지지함으로써 반이라크 공동전선을 구축했지만 아랍권의 일반적인 분위기는 이들 정상들의 결정과는 사뭇 대조되는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요르단 리비아 예멘 수단 등에서는 미국의 사우디 파병및 사우디의 미군주둔 승인을 규탄하는 반미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곳곳에서 미국과 영국,이스라엘국기가 불태워지고 있다.
더욱 심상치 않은 조짐은 아랍권내 회교지도자들이 미국을 침략자로 규정하고 「반미 성전」을 선포하자 이에 호응,수만명이 이라크 지원병으로 자원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라크지원병 모집을 위해 요르단에 설치된 「인민위원회」에는 지금까지 4만여명의 요르단인이 자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 약사 엔지니어 비행기조종사 등 전문직 종사자와 학생등이 주축인 이들 자원병중엔 사우디에 거주하고 있는 요르단인 2천여명도 포함돼 있다.
인민위원회측은 특히 사우디거주 요르단인들에게는 사우디파병 미군에 대한 공격임무가 부여될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 위원회 사무총장인 모하메드ㆍ나지브ㆍ알ㆍ라쉬단은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아랍권에 진출해 있는 모든 미국기업과 미국인은 응분의 보복공격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군사조직인 팔레스타인민족해방군도 대미 성전을 「신에 대한 모든 회교도의 임무」로 규정하고 미국및 서방의 이라크 침공에 동조하는 자들은 변절자로 간주돼 반드시 피를 흘리게 될 것임을 경고했다.
이같은 반미 대응은 이번 중동사태가 자칫 전선없는 무차별 배후테러를 야기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더욱이 아랍권 내부의 반미 기운확산이 사담ㆍ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의 치밀한 구상하에 이루어지고 있음을 가정할때 그 파장은 더욱 깊어질 것 같다.
자신을 아랍 민족주의자로 부각시켜온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은 이번 중동사태를 서방제국주의와 시온주의에 맞서 싸우는 아랍국들의 성전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의도는 아랍연맹 회원국정상들의 반이라크 공동전선구축으로 일단제동이 걸렸지만 아랍권중에서도 특히 빈국국민들을 향한 후세인의 반미 심리전은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가 10일 미국의 사우디 파병을 「아랍형제국에 대한 도전이자 신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난한 후 반미 시위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미국과 사우디왕가는 메카의 사원과 예언자들의 무덤에 창을 들이대고 있다』는등의 감정적인 호소로 극적인 반미 심리전을 구사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면서 아랍권의 지식인들과 언론들은 새삼 이스라엘의 아랍국 점령지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대해 2차대전이후 최대의 병력을 동원하는등 과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미국이 23년간 요르단의 서부지역과 동예루살렘,시리아의 골란고원,이집트의 가자지구 등을 점령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는 것은 가증할 언어도단이라고 공박한다.
미국이 아랍권 내부의 반미 기운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궁극적으로 이라크의 쿠웨이트 철군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스라엘을 설득,아랍국 점령지로부터 철군토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같은 배경에서 나오고 있다.<김현수기자>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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