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를 틀었다가 희한한 노래를 들었다. 「너무합니다」를 부른 여가수가 내놓았다는 신곡이었는데 「갈테면 가봐라. 떠나는 너를 붙잡지 않겠다」고 배짱을 퉁기는 가사가 참 희한했다.특히 「갈테면 가봐라」의 두 마디 모두 끝부분의 음이 꼬리를 말고 올라가 당돌하다는 느낌을 갖게 했다. 헤어지자는 남자의 얼굴에 손가락을 바짝 들이대고 으름장을 놓는 것 같은 인상이었다.
「기다리겠어요」라거나 「한번쯤 더 생각해봐요」식의 체념과 애원이 주류였던 이별계열의 고전적 유행가와는 격과 질이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런 식의 당돌하고 희한한 노래는 더 있다. 이미 한동안 유행을 탄 뒤이지만 「정주고 마음주고 떠나가느냐」라고 반말로 따지는 「얄미운 사람」은 청소년들이 잔디밭에서 껄렁거리며 지나가는 사람들 들으라고 손뼉에 맞춰 고성방가하기에 딱 알맞는 노래였다.
그리고 최근에는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하네」라는,영문도 모르고 옆구리를 찔리는 것 같은 노래가 전파를 타고 있다. 정말 희한한 노래다.
무슨 「맺지 못할 사랑」이나 「사랑해선 안될 사람」이 그리도 많은지 불륜성 사랑타령이나 해대던 우리의 대중가요가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걸핏하면 하염없이 거리를 걷고 그런 때는 꼭 비가 내리는 궁상과 청승이 줄어든 것도 분명하다.
대중가요는 통속성 대중성따위의 속성으로 인해 기본적으로 고급스러워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대중가요가 시대상의 반영이며 민중의 보편적 정서를 표출해 주는 것이라는 점에서 살펴보면 우리의 대중가요는 아직도 너무 천박하며 의아스러울만큼 도전적이고 공격적인 가사가 늘어나고 있다.
엉터리도 수없이 많았다. 「남남쪽 섬의 나라 월남의 달밤」(월남이 섬이란다)을 비롯해서 비오는 낙동강에 저녁놀이 붉다는 식이다. 「마음약해서」라는 왕년의 히트곡은 「혼자 남으니 쓸쓸하네요. 내마음 허전하네요」 그래놓고는 뭐가 좋은지 「짜라라짜짜짜」로 들어간다. 또 인디안인형이 우리와 무슨 관계가 있다고 「워워워워워」하다가 왜 느닷없이 「오 마이 베이비」가 튀어나오는지 도저히 이해할 길이 없다.
요즘 유행가는 어디까지나 10대 20대들의 몫이다. 대부분의 기성세대는 이승철이 누구이며 변진섭이 왜 인기인지,「호랑나비」의 히트이유가 무엇인지 모르는채 「두만강 푸른 물에…」따위의 흘러간 노래에 고착돼 있을 뿐 유행가 학습에서 진도가 나가지 않는 상태다.
그러므로 유행가를 만드는 사람들은 청소년들을 위해 좀더 현실적이고 건강하며 보편적인 정서를 담은 가사를 정성들여 써주었으면 좋겠다. 제대로 쓰더라도 발음기관이 한결같이 신통찮은 가수들은 「외로워」를 「웨로워」,심지어는 「왜로워」로 부른다는 것까지를 잘 감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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