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후퇴로 매물 늘고 값 하락/79년 파동때도 몇년동안 위축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시작된 중동사태는 5월 이후 보합 및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주택과 토지가격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중동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제유가 인상으로 전반적인 경기침체가 야기돼 부동산 시장도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경기가 침체되면 기업은 자금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부동산처분에 나서게 되며 일반 개인들도 경기에 영향을 받아 새로 부동산 구입에 나설 수 없게 되므로 부동산시장은 매물증가로 인한 가격하락에 이어 위축기로 들어서게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의 상황이 2차 에너지 파동이 일어났던 지난 79년의 상황과 흡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부동산시장은 당시와 같이 당분간 냉각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까지 주장하고 있다.
경제기획원의 주요경제지표에 의하면 중동등 해외건설특수로 인해 지난 78년 48.9%나 치솟았던 전국 땅값은 79년의 2차 에너지파동을 고비로 하락하기 시작,80년에는 11.7%,81년 7.5%,82년 5.4%로 상승세가 급격히 둔화됐었다.
또 주거용 건축물에 대한 건축허가면적도 79년 1천4백79만7천㎡에서 80년에는 1천4백74만㎡로 전년수준 유지에 그쳤고 81년에는 1천30만㎡로 줄어든 것도 에너지파동으로 부동산시장이 위축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집세 역시 중동특수가 계속된 78년과 79년에는 각각 24.2%와 27% 올랐으나 80년에는 11.1%,81년에는 8.6% 상승에 그쳤다.
당시의 국제유가는 78년 배럴당 13.06달러에서 79년에는 17.96달러,80년 30.92달러로 급등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같은 유가급등세로 인해 국내경기가 장기불황에 빠지기 시작,부동산경기도 위축된 것으로 분석하면서 이번의 중동사태로 국제유가가 예상 이상으로 상승할 경우 경기침체부동산시장 위축 현상이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특히 앞으로 부동산시장이 위축되면 금년부터 발효된 토지공개념제도 등의 영향으로 당시보다 더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10년을 주기로 변동해온 우리나라의 부동산가격 순환이 이번에는 10년 이상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관련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부동산가격은 68ㆍ69년,78ㆍ79년,88ㆍ89년 등 매 10년대 말기에는 올라가다 그 이후에는 침체기에 들어섰는데 이번에 침체기가 닥치면 공개념제도 등 토지정책과 세제 등의 영향으로 주기가 늘어나게 된다는 주장이다.
한편 일부에서는 이와는 달리 앞으로 3차 에너지쇼크가 일어날 경우 부동산가격은 다시 오르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석유가격인상은 물가인상을 불러 환물심리가 팽창하며 이에 따라 가장 안전한 투자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주택이나 토지에 대한 투기가 되살아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물가인상은 건자재가격도 상승시켜 건축비가 오르게 되므로 주택가격이 치솟게 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2차 에너지파동때의 부동산시장 위축 역시 급격한 물가상승속에서 이뤄졌음을 볼 때 이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도매물가의 경우 지난 80년에는 39%,81년에는 20.4%나 올랐으며 소비자물가 역시 각각 28.7%와 21.6%나 올랐으나 지가상승률은 11.7%와 7.5% 물가상승률에 크게 못미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정부는 81년까지의 급격한 물가상승을 겪고난 후 강력한 물가안정화시책을 펴기 시작,이후부터 물가안정과 함께 땅값도 86년까지 안정세를 계속했는데 부동산전문가들은 앞으로 에너지 파동이 닥쳐 부동산시장이 위축되면 강력한 물가안정정책으로 이를 지속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최근 들어 주택가격은 계절적인 비수기의 영향으로 거래가 중단된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집주인과 부동산 중개업자간의 담합으로 실거래가격은 형성되지 않은 채 호가만 상승하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건설부의 최근 주택가격 동향에 의하면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의 일부 대형아파트가 2학기 전학을 앞둔 수요의 영향으로 호가가 상승했으나 거래는 없었으며 기타지역은 대부분 5월 이후의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땅값도 일부지역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전문가들은 주택의 경우 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는 내년부터는 가격하락이 예상된다며 최근의 중동사태가 어떻게 발전하느냐에 따라 기존 주택가격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정숭호기자>정숭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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