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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의 중동사태… 기로에 선 두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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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의 중동사태… 기로에 선 두 지도자

입력
1990.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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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치밀」­후세인 「담력」 맞대결/각국 설득 성공… 군투입길터 부시/예상깬 합병공세적 방어로 후세인/지금까진 “장군멍군” 팽팽… 외교ㆍ경제제재효과가 좌우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 8일째로 접어들면서 사태의 전개양상은 초강대국 미국과 중동지역의 패권을 노리는 이라크의 대결구도로 점차 정리되어가고 있다.

미국과 이라크간의 대결구도는 또 양국의 지도자인 부시와 후세인간의 대결로도 압축해 설명할 수 있다. 부시 미대통령은 8일 미군의 사우디파병을 공식발표하는 대국민연설을 끝낸 직후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의 중동위기를 30년대의 유럽상황과 연결시키면서 사담ㆍ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을 히틀러에 비유했다.

이는 월남전 이후 최대규모인 미군의 해외파병을 정당화하는 것임과 동시에 미국의 목표가 궁극적으로 후세인의 제거에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후세인의 대응도 만만치 않은 것이었다.

부시의 대국민연설이 있은 지 1시간30분후에 발표한 성명에서 후세인은 이라크와 쿠웨이트간의 「전면적 영구합병」을 선언하고 이는 제국주의의 분할정책을 종식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토적 야심과 중동지역의 패자가 되려는 속셈에서 쿠웨이트를 침공했다는 국제적 비난 여론에 맞서 제국주의 세력으로 인한 「왜곡된 구질서」를 올바르게 복원시킨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2일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후 양국지도자의 행보는 지극히 대조적인 것이었으나 서로 상대방을 상당부분 견제하는 데 성공,「장군멍군」식의 판세를 유지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부시가 「치밀하고도 신중」하게 대응했다면 후세인은 상대방의 의표를 찌르는 「대담함」을 과시했다.

부시는 이라크의 침공이 있은 직후 군사적 개입가능성을 일단 배제하면서 반이라크 국제여론을 구체화하는 데 주력했다. 미국은 우선 이라크의 우호국이며 역시 초강대국인 소련을 설득,3일 모스크바에서 양국 외무장관이 이라크의 침략을 규탄하고 세계 각국에 무기금수를 촉구하는 미소 공동성명을 이끌어냈다.

셰바르드나제 소련외무장관의 표현대로 소련으로서는 「어려운」 결단이었던 이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은 이라크의 군사행동을 국제질서의 교란행위로 규정짓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EC 12개 회원국이 4일 전면적인 대이라크 경제봉쇄를 결의하고 미국의 이니셔티브에 전통적으로 자국이해를 앞세워 미온적이었던 일본과 중국까지 이에 호응,반이라크진영에 가담하게 하는데 이 미소 공동성명이 미친 효과가 지대했다는 것이 분석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이러한 범세계적인 이라크제재 움직임이 구체화되었기에 사우디와 이집트로부터 쉽게 주둔허용과 스웨즈운하통항권을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부시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일주일여 만에 월남전참전 당시와는 달리 「명분있게」 미 지상군을 이라크군을 견제하는 위치에 투입할 수 있었다.

부시의 「포위전략」에 맞서는 후세인의 전략은 담대한 것이었다. 인근 아랍국이 용납할 만한 괴뢰정권을 구성하는 데 실패한 후세인은 곧 바로 「공세적인 방어전략」으로 나섰다.

우선 5일 위장철군을 통해 군사력을 사우디국경선으로 집결시켜 「사우디 침공임박」이라는 새로운 긴장상황을 조성,쿠웨이트 점령을 아예 기정사실화했다.

미국등 서방국의 제재가 본격화되자 이들 서방국의 쿠웨이트거주자중 일부를 바그다드로 이송하는 인질전략을 폈다. 미국의 지상군파병이 결정된 직후에는 「빈국의 핵폭탄」이라는 화학무기를 전폭기에 탑재,사태여하에 따라서는 최후의 카드로 쓸 의도를 갖고 있음을 내보였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후세인의 전략의 백미는 쿠웨이트를 전격적으로 합병한 것이다.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전격합병한 데는 다음 몇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우선 영토적 야심에 따른 침략행위를 「아랍의 대의」에 따른 행동으로 호도하려는 것이다. 후세인은 이라크와 쿠웨이트를 동일운명선상에 놓고 이를 방어하는 것은 시온주의와 제국주의에 대한 대결자세라고 주장했다.

일련의 이라크의 군사행동을 왜곡된 질서에 대한 시정노력으로 강변함으로써 전통적으로 반미ㆍ반이스라엘적인 아랍인의 정서에 호소하는 것이다.

또한 이 병합조치는 이라크 국민들에게 풍요한 미래를 약속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라크에 버금가는 석유매장량을 가진데다 엄청난 부를 쌓아올린 쿠웨이트를 이라크의 일부로 기정사실화 함으로써 경제제재에 따른 고통이 불러일으킬 민심의 이반을 막으려하는 사전포석인 것이다.

그러나 부시와 후세인의 어려운 선택은 바로 지금부터이다. 부시의 고민은 그의 대국민연설에도 나타나있다.

그는 사우디에 미군을 파병한 것은 사우디를 방어하기 위한 것으로 쿠웨이트의 군사적 회복에 있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사우디국경에 「인계철선」을 깔아놓음으로써 이라크의 군사적 진출을 봉쇄함과 동시에 이라크의 쿠웨이트 철수라는 궁극적인 목표실현은 경제ㆍ외교적 제재조치를 통해서 이룩하려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부시가 이처럼 수세적 자세를 취한 것은 미국이 전면전으로 번질지도 모르는 공세적 군사행동으로 나설 경우 아랍은 물론 세계여론이 이제까지의 전폭적인 지지자세를 계속 견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시가 기대하는 것은 경제난에 따른 이라크내부의 동요이지만 그러한 기미는 아직까지는 엿보이질 않는다. 후세인 역시 곤경에 직면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미군을 사우디전선에서 봉쇄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섣불리 공격했다가는 대량보복을 받을 위험성이 있다. 또한 경제봉쇄가 현재와 같은 강도로 계속될 경우,식량의 20%를 수입하는 이라크로서는 견디기 힘들 것이 분명하다. 아랍세계에 미국이라는 외세가 진주했음을 강조,아랍권의 분열 내지는 이탈을 기대하고는 있지만 그의 야심을 노골화한 마당에 이를 기대하기도 힘들게 됐다.

부시와 후세인의 본격적인 머리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유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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