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제재」동참으로 대이라크교역 중단/세계경기 침체돼 다른 지역시장도 위축/장기화땐 소생기회 잃을 수도미미한 회복기미를 보이던 수출이 중동사태로 또다시 전망이 불투명하게 됐다.
이라크의 쿠웨이트점령과 관련,정부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대이라크 경제제재조치에 참여키로 결정함에 따라 당장 이 지역에 대한 수출입이 전면 금지되는 것은 물론이고 중동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경쟁력을 채 갖추지 못한 우리수출은 또다시 장기적인 침체의 늪에 빠져 우리경제의 소생기회를 잃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대이라크 금수조치로 입을 타격은 우리나라 전체의 교역규모에 비해서는 그리 큰 것은 아니다. 지난 88년의 교역규모가 1억8천6백만달러,지난해에는 1억3천1백만달러로 우리나라 전체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1%에 불과하다. 그것도 지난 88년까지는 수입초과를 보이다 지난해부터 겨우 수출이 수입을 앞질렀다. 비중이 이처럼 작은데도 상공부와 상사들이 이라크시장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전후복구사업에 따른 특수에 의한 수출시장확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라크의 전후복구특수는 실제로 올들어 수출신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들어 6월말까지의 수출실적은 8천2백50만달러로 이미 지난해 연간수출실적을 22.7%나 상회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1백%이상의 높은 수출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동사태는 이라크에 대한 수출차질에만 그치지 않고 연간 2억달러에 달하는 대쿠웨이트수출도 막힐 수밖에 없다.
중동시장의 성장가능성을 감안해서 상공부가 추정한 수출차질액은 연간 약7억달러. 올해의 경우 하반기중 약 3억5천만달러의 수출차질이 생기는 셈이다.
중동사태가 이 정도의 수출차질을 초래하는데 그친다면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시장개척으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심각성은 중동사태가 장기화될 때 발생할 문제에 있다. 중동사태가 장기화되면 유가가 뛰어오를 것이고 이는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하의 인플레)을 유발,세계경기를 침체시키고 자연이 수요가 위축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의 수출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변변한 내수시장을 확보하지 못한 채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경제성장의 숨통이 막힐 것은 당연하다.
우리에게 더욱 불리한 것은 환율문제다. 유가가 인상되면 원유를 자급하고 있는 미국의 달러화는 강세로 돌아서고 대신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엔화는 약세를 보일텐데 이렇게 되면 수출경쟁력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환율변동의 원리대로 라면 원화도 당연히 약세추세를 보여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의 가치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점령한 지난 2일 1백엔당 4백89원28전에서 9일에는 4백78원26전으로 절상됐고 미 달러화에 대해서는 큰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1,2차 오일쇼크를 슬기롭게 극복한 경험이 있는 일본기업들은 세계 어느나라의 기업보다 유가인상에 따른 원가상승요인을 자체흡수할 여력이 많다. 한 경제전문가는 오일쇼크가 닥치면 가장 이득을 보는 쪽은 일본기업들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에너지의 석유의존도가 53.9%에 달하고 산업의 기술집약화가 덜된 우리나라로서는 유가인상에 따른 에너지비용증가,원부자재가격상승에 의한 제조원가 상승등의 무거운 짐을 진 채 엔화 약세를 등에 업은 일본과의 수출경쟁에서 이길 구석이 없게 된다.
중동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현상은 내년초부터 나타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임동승소장은 『중동사태로 당장 이 지역에 대한 수출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유가인상에 따른 세계경기의 침체로 구매력이 위축된다는 점이 문제』라고 진단하고 우리나라수출도 지금보다는 내년에 더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밖에 유가가 오르면 원유도입비용이 크게 증가,그만큼 국제수지가 악화돼 성장의 활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유가인상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요인도 없지 않다. 소련과 중동국가등 원유생산국가들이 원유수출에 따른 이익증가로 구매력이 향상돼 우리의 이 지역에 대한 시장개척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이같은 요인도 전세계시장의 위축과 우리상품의 경쟁력상실에 따른 수출감소를 보완해 주지는 못할 것이 확실하다. 결국 외부요인들이 불가피한 것이라면 유가인상에 따른 원가상승요인을 자체흡수하고 기술개발을 서둘러 자생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길외에 묘안이 없다.<방민준기자>방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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