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당의 김영삼대표최고위원은 지난 2월26일 합당후 첫 임시국회 대변연설에서 자신을 위한 「항변」을 이렇게 토로했다. 『소용돌이속의 세계사조류에 적응하는 민족의 화해와 번영,통일을 이루기 위해선 4당구조를 재편할 수밖에 없었다』며 『여당대표로서 국정 모든 분야에 걸쳐 민주화와 개혁을 뿌리내리겠다』는 청사진 제시가 그 골자. 덧붙여 그는 『민자당 창당의 공과가 가깝게는 92년 총선을 통해,길게는 후일의 역사에 의해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지난 2월9일의 구3당 수임기구합동회의를 기점으로 한다면 민자당은 9일로 꼭 출범 6개월을 맞는다. 5월초의 전당대회전부터 사실상 당얼굴역을 해왔던 김대표의 반년간 「대차대조표」는 대표연설에서 목청높인 공약에 비추어 어떻게 작성될 수 있을까.
그는 최근 모 세미나에서 『과거 야당의 행태가 단편적 정보에 의한 편향적 시각에 근거했음을 깨닫고 집권여당이 책임지고 국정을 운영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ㆍ사회적 어려움은 실마리를 찾을 수 없을 만큼 꼬여들고 날치기 국회운영으로 야기된 야당의원들의 의사당 이탈로 정국앞날이 불투명해진 현시점에서 그가 서있는 자리를 알기는 쉽지 않다.
그는 요즘도 틈만 나면 『야당생길 때부터 야당해온 사람으로서 합당을 결심하기까지 껍질을 깨는 아픔이 있었다』는 말을 즐겨사용하며 『통합이 안됐을 경우의 나라모습을 생각해보라』고 한다. 하지만 당초 말과 달리 민자당이 화해와 번영의 궤도를 이탈한 현실에서 「과거취향적인」 그의 수사가 얼마만큼 설득력을 가질지 속단키 힘들다.
예기치못한 당내갈등으로 열병을 앓고 그 후유증이 넓고 깊어 예정된 시간표에 차질이 왔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터널의 끝이 안보인다』는 당내의 푸념이 끊이지 않고 여지껏 터널끝에 펼쳐질 전경을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 또한 드물다.
흔히들 김대표의 반년 이력서를 「2인자 수업」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이 경우 품게되는 큰 의문은 무엇을 위한 2인자 되기냐는 점이다. 『당내 소수파의 입장인 그로선 당총재의 「점지」를 얻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란 비판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그의 향후 입지를 보장할 수 있는 것은 2월의 연설에서 밝힌 민주화와 개혁의 양날을 당차게 쥐고나가는 것이란 지적앞에서 그는 이제 스스로 던진 과제에 해답을 줘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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