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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풍경/임철순 사회부차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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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풍경/임철순 사회부차장(메아리)

입력
1990.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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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한점 없다. 소나기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된 하늘은 맑기만 한 채 잘 세탁된 것처럼 정갈해 보이는 구름이 떠다닐 뿐이다.휴일의 강변. 폭염에 지치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충동에 못이긴 서울사람들이 물을 찾아와 하루를 즐긴다. 물속에 몸을 담근 사람들은 밖으로 나오기가 싫은 표정이다.

강주위의 산과 들은 초록일색이다. 이상은 「권태」라는 수필에서 「어쩌자고 이렇게 푸르기만 한 것이냐」고 불평했지만 모처럼 하루 교외로 나온 사람의 눈에 초록은 큰 즐거움이자 좋은 위안이다.

강변마을은 한산하고 고즈넉하다. 텅빈집은 가축들이 지키고 있고 길을 물어보려고 아무리 찾아도 농사에 바쁜 주민들은 아침 일찍부터 집을 나가고 없다. 마당에 널린 고추가 빨강의 원형을 알려주려는 것처럼 진한 빛깔로 낯선 외지사람의 눈을 쏜다. 활짝 열어젖혀진 방문 저편 마루에는 선풍기를 틀어놓은 채 긴 여름의 낮잠에 빠진 어린이가 보이지만 조심스럽게 불러도 깰 줄 모른다.

그들에게는 서울사람들이 귀찮은 존재일뿐이다. 서울사람들은 그들의 강을 오염시키고 차를 몰고와 먼지를 일으키고 다니며 뙤약볕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손에서 힘이 빠지게 만든다.

그 서울사람들이 한 두 가족씩 강변에 모여들더니 여기저기서 예의 고기굽는 냄새가 진동하고 「국민오락」으로 정착된 고스톱판이 벌어져 청단깨지는 소리,『뻑이다』하고 외치는 소리가 간간이 들리기 시작한다.

식사중인 사람들은 아랑곳없이 먼지를 일으키고 자갈을 튕기며 다니는 차량,『어린애들이 노는 물에서 물고기배를 따면 어떻게 하느냐』,『조금 밖에 안되는데 뭘 그러느냐』하는 실랑이,곳곳에 널려있는 쓰레기,수영복차림을 뽐내며 들판을 활보하는 젊은 여성. 강변은 이렇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쉬려고 몰려들어 서로를 지치게 만든다. 휴가철에는 저마다 빈 곳,한적한 곳을 찾아가려 하지만 이미 그런 곳은 어디에도 없다. 이 경쟁의 시대에는 휴식도 치열한 경쟁과 악다구니를 거쳐야 겨우 맛볼 수 있다.

찾아오는 사람들이 적은 강변도 그럴 정도이니 유명해수욕장이나 피서지의 무질서와 폭력,바가지 등은 오히려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쉬러 갔다가 잔뜩 지치고 진이 빠져 돌아온다. 그러면서 『집이 제일 편하다』는 말을 흔히 한다.

의식주외에 행과 낙까지를 포함시켜 국민의 5대 생활요소라고 부를만큼 우리의 여가수요는 커졌다. 하지만 아무도 간섭하는 사람이 없고 체계적으로 개발되지 않은 강변의 풍경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는 아직 스스로 행락의 질서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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