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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데탕트 국지전엔 “무력증”/페만사태가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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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데탕트 국지전엔 “무력증”/페만사태가 주는 교훈

입력
1990.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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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미서 개입못할 것” 교묘하게 이용/강대국도 과거 무기팔기 급급 화근 자초/「약육강식」의 구 논리상존 입증이라크의 이번 쿠웨이트 침공은 탈 이데올로기ㆍ데탕트 무드의 물결속에 국제사회에 커다란 충격과 교훈을 안겨준 이벤트였다.

그것은 우선 이라크가 「전형적인 군사대국」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전 세계에 과시했다는 것이며,이에대해 미 소 등 초강대국은 이번 사태를 즉각 진정시킬 수 있는 별다른 묘책도 제시하지 못해 국지전 해결에 있어 무력증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이라크는 비록 쿠웨이트가 군사적으로는 최소국이라고 하지만 침공 개시 6시간만에 완전 점령했고 미국의 군사개입 경고에도 사우디등 주변국에 대한 침공을 위협하는등 장기전으로까지 몰고 갈 수 있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라크가 이처럼 군사대국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냉전시대및 이란과의 8년전쟁을 거치면서 동서 양 진영으로부터 막대한 군사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냉전시대에는 동서 양측이 서로 자기영향권내에 두기 위하여,80∼88년 이란ㆍ이라크전쟁때에는 이란혁명 확산을 막기 위해서였다.

특히 8년전쟁중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고양이」로 키우려 했던 것이 결과적으론 「호랑이」를 키운 꼴이 돼 자업자득의 셈이 된 것이다.

결국 「냉전이후」 시대에도 이라크로 하여금 「힘은 곧 정의」라는 구시대의 논리를 그대로 밀고 나갈 수 있게끔 만든 것은 바로 「냉전이후」를 주도한 동서 양 진영의 슈퍼파워들이었다.

이라크의 최대무기 공급국은 소련으로 소련은 지난 72년 양국 우호조약체결이후 꾸준히 군사지원을 해왔다.

대이란 전쟁중 소련이 제공한 군사원조 규모는 약 1백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소련은 지난 88년초 이란 공격용으로 스커드B 미사일을 제공했는데,이라크는 미국과 프랑스등의 협력으로 이를 최신형으로 개량해 테헤란을 공격했다고 당시 라프산자니 이란국회의장이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지난 67년 3차 중동전쟁으로 이라크와 단교했었으나 82년 2월 이라크를 「테러지원국가」 명단에서 제외한 후 84년 11월 국교를 재개했다.

미국은 8년전쟁 시작후부터 이라크에 위성정보를 제공하는등 군사지원을 해왔으며 88년 4월에는 이라크군의 파오항 탈환작전에 맞추어 미 해군이 페르시아만의 이란 석유기지를 공격하기도 했었다.

특히 지난 88년 9월 이라크의 쿠르드족 게릴라에 대한 화학무기 사용을 미국이 비난하고 나서자 후세인대통령이 『미국이 이라크에 소련 탱크와의 교환조건으로 무기원조를 제의했었다』고 폭로한 것등은 미국의 군사지원이 상당한 정도로 진행됐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프랑스의 무기제공도 소련에 이어 두번째를 기록하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83년 10월 엑소세 미사일 탑재용 전투기를 제공했으며 85년이후에는 미라주 F1전투기를 지원했다.

프랑스의 한 주간지는 88년 지난 83년∼85년 프랑스의 조종사들이 이라크 공군을 훈련시켰다고 보도했으며 85년 6월10일에는 프랑스가 제공한 1백55㎜ 포 훈련중 폭발사고로 4명의 프랑스인이 사망하기도 했었다.

이같은 동서 양진영 강대국들로부터의 반공개적인 무기및 기술전수등 군사지원이외에도 암거래를 통해 이라크가 사들인 최신무기등도 상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확한 액수는 암거래의 특성상 파악되고 있지 않지만 81년부터 88년까지 중동의 무기구입 규모는 2천1백억달러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를통해 그 금액을 어느 정도 추산할 수 있다.

이라크는 이처럼 반공개적 구입및 암거래 루트를 통해 생물학적 무기 뿐 아니라 핵및 2원화 화학무기까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라크의 핵무기 보유설은 지난 3월26일 영국 히드로공항에서 미영 합동수색반에 의해 이라크 핵 부품 밀수단이 검거됨으로써 표면화 됐는데 후세인대통령은 5월8일 『핵무기의 기폭장치로 사용될 수 있는 미국제 전자장치의 견본을 입수,이를 토대로 이라크제 기폭장치를 개발했다』고 장담했었다.

또 이라크의 군신문인 알콰디시예지는 지난 4월3일 2개의 서로 다른 독극물이 비행중 섞여 치명적인 가스로 변하는 최신형 무기인 「2원화 화학무기」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이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미 소 두 나라 뿐이다.

초강대국이 국지전 해결에 무기력한 것은 몇가지로 분석될 수 있다.

우선 냉전이후 새로운 국제질서 구축을 앞둔 과도기에서 힘의 공백상태가 발생했고 이라크는 그 틈새를 교묘히 파고들고 있다는 풀이다.

또하나는 냉전이후의 새로운 질서확립에 있어 미 소 모두 「평화의 사도」라는 인식을 전세계에 심어주어 앞으로 이니셔티브를 잡으려 하기때문에 군사개입등 예전과 같은 무력사용은 될수록 피하려고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이라크의 특수성도 무시못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라크등 몇몇 중동국가들은 초강대국에 대한 의존도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그만큼 미 소의 입김의 강도가 떨어지고 있다.

어쨌든 이번 사태에서 보여준 초강대국의 무기력감은 국지전 발생 가능성이 있는 한반도에도 시사하는 바가 커 특히 우리에겐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이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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