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평양개최땐 개방압력 우려/민족대교류도 일방행 그칠 듯범민족대회 참가대상에 대해 북한측이 특정단체 주장을 고수함에 따라 6일 평양에서 열리는 제3차 예비회담에 우리측 대표들은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
이에따라 8ㆍ15범민족대회에 남북한이 함께 참가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게 됐으며 자연히 우리측이 이 기간중으로 제의한 민족대교류의 성사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노태우대통령의 7ㆍ20제의이후 계속 특정단체만의 범민족대회 참가를 주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입장을 변경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통일을 빙자한 대남전술의 일환으로 범민족대회를 추진해온 북한으로선 우리측의 주장대로 각계각층이 망라된 가운데 친선교류 차원의 범민족대회를 개최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반해 우리측은 지난 2일 홍성철통일원장관의 기자회견에서 신축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범민족대회가 판문점에서 개최될 경우 「각계각층」 전제조건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이날 홍장관은 민족대교류 기간중 북한이 신변안전및 무사귀환을 보장하는 모든 단체나 개인에게 방북을 허가하며 이는 범민족대회에 참가하려는 전민련등 특정단체에도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 경우 북한이 전민련만을 초청해도 방북허가 방침은 유효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조치에는 가장 중요한 단서가 붙어 있어 실제로 범민족대회에 전민련이 참석하는 경우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즉,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범민족대회가 판문점에서 개최될 경우에는 반드시 「각계각층」이 참여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북한이 개최장소를 평양등 다른 곳으로 변경하면 민족대교류 차원에서 어떤 특정단체에도 방북을 허용할 것이지만 판문점에서 개최하려면 민감한 군사지역의 특성상 각계각층이 참여할 때만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측의 설명이다.
따라서 남북이 참여하는 범민족대회의 개최여부는 장소가 판문점이냐 아니냐에 따라 결정되게 됐다. 북한이 장소를 평양등으로 변경해 전민련등 특정단체만을 초청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겠으나 그러한 일은 역시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판문점을 분단의 상징적 장소로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던 만큼 평양으로 개최장소를 옮길 경우 효과가 반감되는 것은 물론 「개방압력」의 결과를 맞게 된다.
또한 우리측이 판문점외의 장소라면 특정단체라도 보내겠다고 밝힌 것은 어디까지나 민족대교류의 차원일 뿐 정치 행사를 위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북한이 평양등으로 장소를 옮겨 범민족대회를 개최한다면 이것은 우리의 민족대교류 제의를 일부 수용한 것이며 전민련등 특정단체만을 초청하는 데 있어 논리적 모순을 안게 된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북한으로선 아무리 전민련등 특정단체라도 남측의 인사 수백명이 평양에 들어와 활보함으로써 남북한 인적교류,즉 개방의 계기로 작용하는 것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에따라 판문점이건 평양이건 남북한이 함께 참여하는 범민족대회 개최의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범민족대회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우리측이 제의한 민족대교류도 실질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남북 인적 교류에 있어 계속 주장해온 부분은 「통일논의」를 위한 왕래뿐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말하는 통일논의란 물론 정치ㆍ군사적인 내용으로 우리측의 인도적 교류와는 배치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우리의 민족대교류 제의를 거부하기 위해선 상당한 명분의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 사제단,기독교 단체,민중당 등의 개별적인 방북신청에 대해선 북한이 무턱대고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제단의 경우는 과거 북한이 방북을 희망하고 우리 정부가 불허한 적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또한 정부가 지난 4일부터 접수하기 시작한 민족대교류 기간중의 방북신청은 그 자체로서 북한에 지대한 압력을 가하게될 것이다.
이산가족을 중심으로 한 수많은 신청자들은 방북을 위한 실무적인 절차를 밟는 것이지만 그 자체가 바로 방북을 희망하는 우리 국민들의 열망을 수치로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민족대교류가 실현되지 못할 경우 이들의 방북을 북한이 가로 막았다는 사실이 명백해지므로 북한은 거부의 명분을 찾기에 고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측의 이같은 적극적인 제의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거부로 민족대교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9월4일 서울에서 열리는 남북 고위급회담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위급회담에 대한 북한 스스로의 필요 때문에 회담자체가 무산되지는 않을 것이나 우리측에 의한 강력한 개방압력은 북한의 운신의 폭을 좁게 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7ㆍ20민족대교류 제의에 이은 우리측의 탄력적 대북태도는 북한을 개방쪽으로 자극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게 남북관계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정광철기자>정광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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