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통합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 것인가. 야당의 의원직 사퇴서 제출을 계기로 단숨에 순조롭게 추진될 것으로 보여졌던 수권야당 통합작업이 주춤하고 있다. 평민ㆍ민주 양당과 재야의 통합추진위등 3자는 오는 8일 15인 통합실무대표들의 첫 모임을 갖고 통합에 관한 각정파의 기본입장을 제시,논의하기로 했지만 통합진전의 전망은 사뭇 불투명하다. 자칫하면 통합논의가 장기화하거나 아니면 무산될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우리는 먼저 평민ㆍ민주 양당의 총재와 구성원들에 대해 아직도 식지않은 국민의 깊은 관심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통합이 주춤한 것은 한마디로 민주당이 신중론으로의 선회와 그 계기가 된 여러가지 상황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주 원외지구당 위원장회의에서 상당수 인사들이 세대교체및 체질개선과 관련,김대중 평민당총재의 2선후퇴 주장을 바탕으로 「선당내 이견조정 후통합」으로 후퇴했다.
이것은 김총재의 부통령제 신설을 위한 개헌과 퇴진불가주장에 이기택총재와의 대권밀약 의구심과 함께 결국 평민당에 사실상 흡수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경계심이 크게 작용한 것이 분명하다. 반면 통합을 지역당을 탈피하고 의원직 사퇴서 제출에 따른 경색정국기간중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지난달 말 통합수임기구까지 설치하는 적극적 자세를 보여온 평민당으로서는 속이 탈 것도 분명하다.
통합추진을 둘러싼 양당의 대응등 일련의 상황은 또한차례 정치지도자들에게 매우 현실적인 교훈을 주고있다. 즉 50∼60년대처럼 지도자들간의 절충과 협상만으로 정당의 통합이 이뤄지는 시대는 지났다는 점이다. 물론 지도력도 큰 역할을 하지만 어디까지나 각당의 구성원들간의 충분한 논의를 통한 공감대형성이 필수요건인 것이다. 충분한 통합논의는 훗날 분쟁등 각종 휴유증을 최소화하고 또 그 과정을 통해 통합의 당위성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야당이 하나로 통합되어야 한다는 것은 많은 국민의 바람이다. 하지만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격려를 받을 수 있는 통합야당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할 원칙과 의무가 있다. 먼저 앞에서 지적한 대로 평민ㆍ민주 양당내부의 민주적인 통합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도자들이 사심과 명리를 과감히 버리는 일이 필요하다. 통합을 자파세력을 늘리고 나아가 신당의 당권장악대권 겨냥에 이용해서도 안된다. 국민과 당원의 뜻이라면 언제든지 물러난다는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다음으로 양당과 총재들은 신당에서의 지분에 연연해서는 안된다. 한쪽이 다른당을 흡수한다는 생각은 있을 수 없다. 당대당의 대등통합이 이뤄져야 한다. 이와함께 통합과정이 국민에게 낱낱이 공개되어야 한다. 만에 하나 일부지도자와 세력간의 자리와 시분흥정은 결코 용납되지 않을 것이다. 나아가 신당의 지도체제는 집단지도체제로 반드시 민주방식에 의한 경선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끝으로 젊은 세대를 과감하게 영입하여 참신한 야당풍토를 조성하는 일과 정책사항에 대한 조정을 국민에게 인식시키는 일이다.
이러한 몇가지 야당통합의 성폐를 가름하는 핵심요건이다. 이같은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채 적당히 자리흥정으로 이뤄진 통합은 사상누각이나 다름없다. 장차 끊임없는 내분과 불화끝에 결국 분당을 자초할 게 분명한 것이다. 따라서 8일부터 출범하는 15인 실무대표모임에서는 통합방법도 중요하지만 양당 총재등에 대해 먼저 이같은 원칙의 준수여부서약부터 확인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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